한번 꽂히면 800km 질주… 아이언맨 車, 혁신 충전중
강유현기자
입력 2015-07-18 03:00:00 수정 2015-07-18 03:00:00
쾌속 진화, 美 전기차 업체 테슬라
테슬라가 하반기 선보일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X’. 테슬라 홈페이지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최악의 상황과 의식 상실에 대처해 다른 행성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류가 진화한다면 말입니다. 그러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나는 인류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면서 숨을 거두고 싶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본인이 기업을 경영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페이팔 창업자 군단을 일컫는 ‘페이팔 마피아’ 출신인 머스크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제품 설계자, 민간 우주선 회사 스페이스엑스의 CEO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 태양전지판 회사 솔라시티의 회장이다. 그는 지구온난화와 자원 고갈 사태를 막기 위해 테슬라와 솔라시티를, 미래에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스페이스엑스를 경영한다. 그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라는 말을 듣는 인물이기도 하다.
테슬라의 첫 양산차 ‘모델 S’. 한 번 충전해 480km를 달릴 수 있는 스포츠 세단이다(위 사진). 센터페시아에 있는 17인치 모니터로 각종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테슬라 홈페이지그가 운영하는 3개 회사 중 특히 국내서도 주목받는 회사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골프장 카트 용도로만 여기던 전기차를 스포츠카이자 ‘소유하고 싶은 대상’으로 만들었다. 테슬라의 지난해 판매량은 3만1655대. 올해 1분기(1∼3월)엔 분기 매출이 10억 달러를 돌파(11억 달러)했다. 미국은 자동차의 본고장으로 통하지만 1925년 크라이슬러 이후 창업에 성공한 미국 자동차 회사는 없었다. 테슬라는 그 후 주류 자동차 회사 반열에 오른 첫 미국 회사인 셈이다.
특히 13일(현지 시간) 테슬라가 한국과 일본 내 판매를 담당할 부사장 1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진출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알렉시스 조지슨 테슬라 대변인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확실히 한국(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테슬라의 성공 요인을 ‘파괴적 혁신’이라고 분석했다. 100여 년간 이어진 미국 디트로이트 ‘빅3(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의 전통과 관습을 거부하고 실리콘밸리의 ‘테크프러너십(기술 기반 기업가 정신)’을 적용해 더 빨리, 효율적으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 냈다는 것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는 “배출가스와 에너지, 안전 등의 분야에서 규제가 크게 바뀌는, ‘게임의 룰’이 바뀌는 시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니치마켓을 공략했다”고 분석했다.
서두를 포함한 머스크의 발언은 모두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그의 첫 공식 전기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에서 발췌했다.
전기차, 욕망의 대상이 되다
“오늘날까지 존재한 전기자동차는 모두 엉터리입니다.”
머스크는 2006년 테슬라의 첫 번째 전기차인 2인승 컨버터블 ‘로드스터’ 시제품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밝히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로드스터는 한 번 충전해 400km를 달릴 수 있으며 4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가격은 9만2000달러. 당시 도요타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몰며 사회적 지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고소득자를 겨냥해 테슬라는 ‘스포츠카이면서 친환경 차’인 로드스터를 2012년 단종까지 총 2500대 팔았다.
2012년 선보인 7만 달러짜리 첫 양산 차 ‘모델 S’는 더 진화했다. 한 번 충전해 480km를 달리고 정지 상태에서 4.2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배터리가 바닥 가운데 있어 트렁크는 앞뒤에 두 개가 생겼고, 7인승까지 가능했다. 밖에서 자동차 손잡이를 건드리면 숨어 있던 은색 손잡이가 튀어나오고 운전자가 앉으면 손잡이는 다시 안으로 숨는 등 디테일까지 고려해 미려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 차는 자동차라기보다는 첨단 소프트웨어 기기에 가깝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17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선루프 개폐, 온도 조절 등은 물론 인터넷에 항상 연결돼 있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구글맵을 이용할 수 있다. 차량에 이상이 발견되면 개발자들이 인터넷으로 차량 소프트웨어에 접속해 고친다. 통상 자동차 업체들이 매년 연식 변경 모델을 통해 편의장치를 덧붙이며 가격을 올리는 반면, 테슬라는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항상 신차’로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의 대표적 경영 방식인 ‘린 스타트업’(일단 시장에 선보인 뒤 점차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 자동차에 적용된 대표적 사례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10월엔 사륜구동 ‘모델 D’를 내놨다. 충돌 방지 기능,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켜면 스스로 차로를 변경하는 기능 등 자율 주행차의 초기 기술을 넣었다.
올 하반기(7∼12월)에 테슬라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X’를 내놓는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갈매기 날개처럼 문이 열리는 ‘팰컨 윙 도어’다. 부모들이 SUV 뒷좌석에 아이의 카시트를 장착할 때 등을 구부려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는 점을 감안해 문을 아예 위로 열어 버린 ‘발상의 전환’이다. 2017년에는 가격을 3만5000달러로 낮추고 주행 거리는 800km로 늘려 BMW 3시리즈와 직접 경쟁할 ‘모델 3’을 내놓는다.
테슬라가 직접 구축한 무료 급속 충전기 ‘슈퍼차저’.배터리 혁신, 성능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다
“다른 기업에서 ‘기가팩토리’ 같은 배터리 공장을 언제 짓기 시작할까요. 족히 6년은 지나야 할 겁니다. 거대 자동차 기업들은 지나치게 몸을 사리기 때문이죠. 다른 기업에서 성과를 거두었는지 알고 싶어 해요.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기업은 기술에서 7년 정도 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스크는 미국 네바다 주에 2020년까지 완성할 자체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기가팩토리가 완성되면 테슬라 전기차 50만 대에 자사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업체들이 LG화학, 삼성SDI에서 배터리를 받아쓰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아예 파나소닉과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자체 공장을 짓는 방법을 택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배터리 가격을 30%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가 사용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는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에서 사용되는 배터리 약 7000개를 연결해 하나의 배터리팩으로 만든 것이다. 다른 기업의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에 비해 제작 단가는 약 60% 싸면서 탑재할 수 있는 용량은 큰 것이 장점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너럴모터스 ‘볼트’ 1세대 모델의 배터리팩 원가는 kWh당 750달러, 닛산 ‘리프’는 500달러, 미쓰비시 ‘아이미브’는 1000달러인 반면 모델 S는 280달러에 그친다. 차량 1대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은 볼트는 16kWh, 리프는 24kWh, 모델 S 85kWh다. 이에 1회 충전 후 주행가능 거리도 볼트가 80km, 리프가 160km, 아이미브가 128km, 모델 S가 480km로 차이가 난다.
매장도, 인프라도 직접 운영한다
“장기적으론 매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판매를 성장시키는 것은 입소문입니다. 매장은 입소문을 조장하기 위한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이고요.”
머스크는 테슬라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자동차 회사가 딜러사에 차를 팔면 딜러사가 소비자에게 차를 파는 구조다. 자동차 회사들은 직영 매장이 없다. 그러나 테슬라는 고급 쇼핑센터에 ‘애플스토어’ 같은 근사한 매장을 직접 차렸다.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차는 온라인에서도 판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딜러사마다 다른 가격을 제시하지만 테슬라는 정찰제다.
전기차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소는 스스로 만들었다. 2012년부터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주, 네바다 주, 애리조나 주를 시작으로 고속도로마다 자체 충전소 ‘슈퍼차저’를 설치했다. 슈퍼차저는 솔라시티의 태양 전지판을 이용해 에너지를 조달한다. 운전자들은 이곳에서 20분만 충전하면 240km를 달릴 수 있다. 가격은 평생 무료다.
머스크는 전기차 시장이 더 확산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똑똑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인터넷 사업, 금융계, 법조계에 몰려 있다. 주변에서 혁신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 까닭도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플레이어를 전기차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최근에는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공개했다.
불도저 낙관주의자 CEO
“나는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했습니다. 실패하느니 차라리 할복을 하고 말겠습니다.”
머스크가 처음 창업한 ‘집(Zip) 2’의 투자를 유치할 때 벤처캐피털 관계자를 만나 한 말이다. 스타트업에 첫발을 내딛던 초심이 담긴 이 말은 그의 집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테슬라의 가장 큰 강점은 ‘머스크’라는 CEO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기회의 땅’을 찾아 미국으로 왔다. 독서광이던 머스크는 어려서부터 한 가지 생각에 빠지면 주변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탁월했다. 12세엔 컴퓨터 게임 소스코드를 개발했다. 머스크가 창업한 엑스닷컴의 직원은 “직원들이 하루 20시간을 일한다면 머스크는 23시간을 일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다임러와 도요타의 투자를 유치하고 4억6500만 달러 차관을 받아내는 기지도 발휘했다. 우수 인력은 직접 영입했다.
그는 낙관주의자이지만 직원들에게는 엄격했다. 테슬라 직원들이 촉박한 개발 일정으로 퇴근도 제대로 하지 못해 “가족이 보고 싶다”고 하자 머스크는 “우리가 파산하고 나면 가족을 원 없이 볼 수 있다”라고 답한 것은 유명하다.
사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창업자는 아니었다. 2003년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세운 테슬라에 초기 65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최대 주주이자 회장이 됐다. 머스크는 신차 개발이 지지부진하자 당시 CEO이던 에버하드를 뒤로 물러나게 하고 몇 년 뒤 스스로 CEO에 올랐다.
머스크의 도전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인류를 화성에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로 스페이스엑스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1인당 화성 탑승료를 50만∼100만 달러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엔 하이퍼루프 테크놀로지스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초고속 진공 열차 ‘하이퍼루프’ 개발에 착수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일론 머스크는 본인이 기업을 경영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페이팔 창업자 군단을 일컫는 ‘페이팔 마피아’ 출신인 머스크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제품 설계자, 민간 우주선 회사 스페이스엑스의 CEO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 태양전지판 회사 솔라시티의 회장이다. 그는 지구온난화와 자원 고갈 사태를 막기 위해 테슬라와 솔라시티를, 미래에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스페이스엑스를 경영한다. 그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라는 말을 듣는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13일(현지 시간) 테슬라가 한국과 일본 내 판매를 담당할 부사장 1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진출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알렉시스 조지슨 테슬라 대변인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확실히 한국(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테슬라의 성공 요인을 ‘파괴적 혁신’이라고 분석했다. 100여 년간 이어진 미국 디트로이트 ‘빅3(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의 전통과 관습을 거부하고 실리콘밸리의 ‘테크프러너십(기술 기반 기업가 정신)’을 적용해 더 빨리, 효율적으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 냈다는 것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는 “배출가스와 에너지, 안전 등의 분야에서 규제가 크게 바뀌는, ‘게임의 룰’이 바뀌는 시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니치마켓을 공략했다”고 분석했다.
서두를 포함한 머스크의 발언은 모두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그의 첫 공식 전기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에서 발췌했다.

“오늘날까지 존재한 전기자동차는 모두 엉터리입니다.”
머스크는 2006년 테슬라의 첫 번째 전기차인 2인승 컨버터블 ‘로드스터’ 시제품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밝히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로드스터는 한 번 충전해 400km를 달릴 수 있으며 4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가격은 9만2000달러. 당시 도요타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몰며 사회적 지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고소득자를 겨냥해 테슬라는 ‘스포츠카이면서 친환경 차’인 로드스터를 2012년 단종까지 총 2500대 팔았다.
2012년 선보인 7만 달러짜리 첫 양산 차 ‘모델 S’는 더 진화했다. 한 번 충전해 480km를 달리고 정지 상태에서 4.2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배터리가 바닥 가운데 있어 트렁크는 앞뒤에 두 개가 생겼고, 7인승까지 가능했다. 밖에서 자동차 손잡이를 건드리면 숨어 있던 은색 손잡이가 튀어나오고 운전자가 앉으면 손잡이는 다시 안으로 숨는 등 디테일까지 고려해 미려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 차는 자동차라기보다는 첨단 소프트웨어 기기에 가깝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17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선루프 개폐, 온도 조절 등은 물론 인터넷에 항상 연결돼 있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구글맵을 이용할 수 있다. 차량에 이상이 발견되면 개발자들이 인터넷으로 차량 소프트웨어에 접속해 고친다. 통상 자동차 업체들이 매년 연식 변경 모델을 통해 편의장치를 덧붙이며 가격을 올리는 반면, 테슬라는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항상 신차’로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의 대표적 경영 방식인 ‘린 스타트업’(일단 시장에 선보인 뒤 점차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 자동차에 적용된 대표적 사례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10월엔 사륜구동 ‘모델 D’를 내놨다. 충돌 방지 기능,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켜면 스스로 차로를 변경하는 기능 등 자율 주행차의 초기 기술을 넣었다.
올 하반기(7∼12월)에 테슬라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X’를 내놓는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갈매기 날개처럼 문이 열리는 ‘팰컨 윙 도어’다. 부모들이 SUV 뒷좌석에 아이의 카시트를 장착할 때 등을 구부려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는 점을 감안해 문을 아예 위로 열어 버린 ‘발상의 전환’이다. 2017년에는 가격을 3만5000달러로 낮추고 주행 거리는 800km로 늘려 BMW 3시리즈와 직접 경쟁할 ‘모델 3’을 내놓는다.

“다른 기업에서 ‘기가팩토리’ 같은 배터리 공장을 언제 짓기 시작할까요. 족히 6년은 지나야 할 겁니다. 거대 자동차 기업들은 지나치게 몸을 사리기 때문이죠. 다른 기업에서 성과를 거두었는지 알고 싶어 해요.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기업은 기술에서 7년 정도 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스크는 미국 네바다 주에 2020년까지 완성할 자체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기가팩토리가 완성되면 테슬라 전기차 50만 대에 자사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업체들이 LG화학, 삼성SDI에서 배터리를 받아쓰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아예 파나소닉과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자체 공장을 짓는 방법을 택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배터리 가격을 30%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가 사용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는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에서 사용되는 배터리 약 7000개를 연결해 하나의 배터리팩으로 만든 것이다. 다른 기업의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에 비해 제작 단가는 약 60% 싸면서 탑재할 수 있는 용량은 큰 것이 장점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너럴모터스 ‘볼트’ 1세대 모델의 배터리팩 원가는 kWh당 750달러, 닛산 ‘리프’는 500달러, 미쓰비시 ‘아이미브’는 1000달러인 반면 모델 S는 280달러에 그친다. 차량 1대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은 볼트는 16kWh, 리프는 24kWh, 모델 S 85kWh다. 이에 1회 충전 후 주행가능 거리도 볼트가 80km, 리프가 160km, 아이미브가 128km, 모델 S가 480km로 차이가 난다.
매장도, 인프라도 직접 운영한다
“장기적으론 매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판매를 성장시키는 것은 입소문입니다. 매장은 입소문을 조장하기 위한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이고요.”
머스크는 테슬라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자동차 회사가 딜러사에 차를 팔면 딜러사가 소비자에게 차를 파는 구조다. 자동차 회사들은 직영 매장이 없다. 그러나 테슬라는 고급 쇼핑센터에 ‘애플스토어’ 같은 근사한 매장을 직접 차렸다.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차는 온라인에서도 판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딜러사마다 다른 가격을 제시하지만 테슬라는 정찰제다.
전기차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소는 스스로 만들었다. 2012년부터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주, 네바다 주, 애리조나 주를 시작으로 고속도로마다 자체 충전소 ‘슈퍼차저’를 설치했다. 슈퍼차저는 솔라시티의 태양 전지판을 이용해 에너지를 조달한다. 운전자들은 이곳에서 20분만 충전하면 240km를 달릴 수 있다. 가격은 평생 무료다.
머스크는 전기차 시장이 더 확산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똑똑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인터넷 사업, 금융계, 법조계에 몰려 있다. 주변에서 혁신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 까닭도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플레이어를 전기차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최근에는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공개했다.
불도저 낙관주의자 CEO
“나는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했습니다. 실패하느니 차라리 할복을 하고 말겠습니다.”
머스크가 처음 창업한 ‘집(Zip) 2’의 투자를 유치할 때 벤처캐피털 관계자를 만나 한 말이다. 스타트업에 첫발을 내딛던 초심이 담긴 이 말은 그의 집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테슬라의 가장 큰 강점은 ‘머스크’라는 CEO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기회의 땅’을 찾아 미국으로 왔다. 독서광이던 머스크는 어려서부터 한 가지 생각에 빠지면 주변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탁월했다. 12세엔 컴퓨터 게임 소스코드를 개발했다. 머스크가 창업한 엑스닷컴의 직원은 “직원들이 하루 20시간을 일한다면 머스크는 23시간을 일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다임러와 도요타의 투자를 유치하고 4억6500만 달러 차관을 받아내는 기지도 발휘했다. 우수 인력은 직접 영입했다.
그는 낙관주의자이지만 직원들에게는 엄격했다. 테슬라 직원들이 촉박한 개발 일정으로 퇴근도 제대로 하지 못해 “가족이 보고 싶다”고 하자 머스크는 “우리가 파산하고 나면 가족을 원 없이 볼 수 있다”라고 답한 것은 유명하다.
머스크의 도전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인류를 화성에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로 스페이스엑스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1인당 화성 탑승료를 50만∼100만 달러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엔 하이퍼루프 테크놀로지스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초고속 진공 열차 ‘하이퍼루프’ 개발에 착수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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