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하지만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와 정반대로 집권 후반부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시작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지지율이 54%로 상승해 임기 반환점을 지난 시점에 처음으로 지지율 50%를 넘긴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6월 메르스 사태 여파로 취임 이후 최저치인 29%까지 하락했지만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수직 상승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과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의 영향이 컸다. 강력한 지지 기반이던 영남권과 장·노년 보수층이 박 대통령을 아직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박 대통령으로선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추월한 것도 큰 소득이다. 올해 들어 박 대통령은 여당에 비해 지지율이 줄곧 뒤졌지만 10%포인트 차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당·청(黨·靑) 지지율 반전은 힘의 균형추를 다시 청와대로 끌어오며 박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의 장악력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대북 이슈와 해외 순방 등 단발성 이벤트의 영향이 컸기 때문에 지지율이 장기간 고공 행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투철한 안보 의식을 보여준 20·30대가 박 대통령에 대해선 여전히 평가가 싸늘한 것도 과제다. 최근 조사에서도 20대와 30대는 박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65%)는 부정 평가가 '잘하고 있다'(25%)는 긍정 평가를 압도했다. 박 대통령의 20·30대 지지율 25%는 50대 이상 지지율 80%에 비해 무려 55%포인트나 낮았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20·30대(34%)와 50대 이상(67%)의 득표율 차이가 33%포인트였다. 취임 때부터 세대 통합을 중요 과제로 삼았지만 임기 절반을 지나면서 오히려 세대 간 간격이 더 벌어진 것이다.
그래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과거 대통령들이 임기 중반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전강후약(前强後弱)' 궤적을 그렸던 것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집권 후반기의 높은 지지율은 각종 개혁 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럴 경우 개혁 성과로 인해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정 운영 동력을 높이는 선순환의 정착도 가능하다.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자 중에는 국정 운영을 잘해서 지지하기보다는 남은 임기 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지를 보내는 국민도 많다. 박 대통령이 이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취임 때보다 퇴임 때 지지율이 더 높은 최초의 대통령이란 신기록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