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주름 깊게 팬 엄마는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앉은 채로 먼저간 아들의 사진을 말없이 매만졌다. 묘비를 떠돌던 바람이 이내 사그라들었다.
21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제2연평해전 전사자 합동묘역 안장식'이 엄수됐다.
유족들과 박승춘 보훈처장, 최윤희 합창의장, 영화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헌화·분향했다.
전사자 합동묘역은 대전현충원 내 장·사병4묘역에 21.78㎡(4.95mx4.40m) 규모로 조성됐다.
한상국 상사, 윤영하 소령, 조천형 중사가 묘역 앞줄에 그 뒤로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이 차례로 안장됐다.
제2연평해전 발발 13년 만에 여섯 영현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6용사는 그간 계급이나 사망시점 등에 따라 장교, 사병묘역에 따로 안장돼 있었다.
'연평도 근해에서 전사'라는 묘비석 문구는 '2002년 6월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로 바로잡혔다.
- 【대전=뉴시스】함형서 기자 = 제2연평해전 전사자 합동묘역 조성 및 안장식이 21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려 한 유가족이 아들의 사진을 보고 슬픔에 잠겨있다. 2015.09.21. foodwork23@newsis.com 2015-09-21

조천형 중사의 아버지 조상근(76)씨는 "이제라도 합동묘역이 조성된 건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짤막히 말했다.
3발의 조총 발사를 끝으로 공식 안장식은 30분 만에 마무리됐지만 유족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묘비를 부여잡고 아들이 묻힌 흙바닥을 손으로 도닥였다. "이놈의자식 엄마만 여기 떼어놓고…"
소리없이 흘러내리던 깊은 슬픔은 금세 오열과 통곡으로 뒤바뀌고 곁을 지키던 다른 유가족들은 멀리 갑하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이날 추모사를 통해 "제2연평해전 전사자 합동묘역 조성으로 늦게나마 여섯 용사들을 한 자리에 모셔 넋을 위로할 수 있게 됐다"며 "전사자 합동묘역이 국민들에게 영웅들의 고귀한 희생의 뜻을 제대로 알리고 천안함묘역, 연평도포격묘역과 더불어 호국정신을 일깨우는 대표적인 호국묘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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