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드러난 옥정호 붕어섬 가을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19일 전북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 붕어섬 지역이 바닥을 드러냈다. 전북 지역의 올해 누적 강수량은 618mm로 평년 대비 5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임실=뉴스1
가뭄이 악화되면서 중부 내륙 지역의 용수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상황 점검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경기지역의 올해 1∼9월(20일까지) 강수량은 485.7mm로 평년 대비 41% 수준이다. 충남 48%, 충북 51%, 강원이 52%로 지난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여름 장마와 집중호우 기간이 짧았던 데다 가을에도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지속되는 탓이다.
댐의 저수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충남 보령댐은 현재 저수율(저수량 2830만 m³)이 24.2%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 5단계 용수 공급 기준 중 마지막인 ‘심각2단계’ 상태다. 금강 대청댐의 저수율은 37.8%, 북한강 소양댐도 44.6%로 생활용수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령댐은 충남지역 8개 시군에 용수를 공급하는 곳으로 다음 달 5일부터 이 지역의 용수 공급을 20% 줄이는 제한급수를 앞두고 있다. 보령시는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물 절약을 호소하는 김동일 시장 명의의 긴급 담화문까지 내놨다. 보령시 우준영 수도사업소장은 “물 공급이 줄어들면 식사 시간처럼 수요가 많은 시간에 물이 안 나올 수 있다”며 “미리 물을 받아 두라고 주민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종합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처별로 따로 노는 물 관리도 문제를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현재 수량 확보와 광역상수도 등은 국토부, 수질 관리는 환경부, 농업용수는 농림축산식품부, 지방 소하천 관리는 행정자치부, 가뭄 등 재난 대응은 국민안전처로 분산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합적인 물 대책 수립은 물론이고 물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조정 등도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부처 차원의 물 관리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물관리기본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주도권을 둘러싼 환경부와 국토부 간의 신경전 속에 논의는 중단되다시피 한 상태다. 낡은 상하수도관 때문에 물이 공급 과정에서 많게는 40% 이상 새어 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올해 국회에서는 관련 예산을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