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22 11:02

조선닷컴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진행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의 ‘차세대 국가지도자에게 묻습니다’ 인터뷰 질의 응답 전문. 괄호 안은 해당 질문을 한 조선닷컴 독자의 아이디.
-평소에 어떤 책을 주로 읽으십니까? 좋아하는 작가나 인물이 있습니까? (dufulibai)
“말콤 글레드웰의 책을 좋아합니다. 이 분의 책의 대부분 읽어보는 편입니다.”
-안 전 대표 본인의 장단점을 설명해 주시죠. 또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whysheask)
“저는 비교적 노력만 하면 이룰 수 있는 순탄한 성장기를 보내 온 사람이고 이 모든 것은 저 자신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사회의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제가 받은 혜택의 일부는 사회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부족하지만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다시 사회로 돌려주고자 했습니다. 백신을 개발한 후에 일반 사용자들에 무료로 배포한 것이나 동그라미 재단을 설립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런 제 삶의 원칙은 어떤 상황과 위치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권혁빈·김정주·김범수·김택진 같은 분들은 조 단위의 부자가 됐습니다. 안 전 대표도 안랩을 발판으로 사업을 더 키웠더라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부호가 됐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아쉽다는 생각은 안드시나요? (thox628)
“저는 내가 꼭 필요한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 이 세 가지 삶의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기준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목표가 부호가 되는 것에 있었다면 사업을 키워 돈을 버는 일에 집중했을 것입니다. 저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사회를 위해 어떤 선택이 좋은 것인지에 늘 판단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의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IT CEO로서의 안철수와 정치인 안철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libai)
“CEO일 때는 기업의 목표와 그 목표달성을 위한 최적의 길을 찾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나 정치는 그 본질이 기업경영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서로 다른 이해를 조율하고 그 가운데서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현실정치에 뛰어든 후 지금까지 실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간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압축을 넘어 농축된 정치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정치의 역할과 기능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게 하는 방법들을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치의 현실 속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고자 할 때 기득권 세력이 어떤 식으로 반발하는지, 이 기득권 세력의 논리를 어떻게 뚫고 나가서 관철시킬 수 있는지를 파악했습니다. 이제는 그 경험들을 현실에 대응시켜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농축된 경험들이 정치와 국민의 간극을 좁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려고 합니다.”
-많은 국민이 왜 안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whysheask)
“국민들이 저를 지지해 주시는 것은 저 개인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갈망과 기대감이 안철수라는 도구로 현실화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시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희망에 대한 책임이 실로 무겁습니다. 앞으로도 낡은 정치를 혁신하는 역할, 반목과 정쟁으로 얼룩진 우리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왜 정치를 하려 하시나요? 국민이 원하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하셨는데, 지금 몸 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dufulibai)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국민들이 보시기에 턱없이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새정치’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제가 지금 우리 당의 체질개혁을 요구하고 낡은 진보의 청산과 부패척결 등 혁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근본적인 성찰과 커다란 변화가 필요합니다.”

-신선한 정치인 안철수로서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민주당과의 합당을 후회한 적은 없으신가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예전처럼 민주당과 통합하시겠습니까? (cholscc112) (vaidale)
“저는 제가 한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책임을 질뿐입니다. 합당은 개혁의 의지였습니다. 불확실하지만 크게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선거문제였습니다. 지난해 6.4 지방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승리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박근혜 정권에 조직적으로 대항할 기반을 잃어버리는 셈이 됩니다. 그런 고민들의 결과로 통합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내년 총선은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부산 출마설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fernwehkh)
“저의 총선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당의 총선 전략과 계획입니다. 지금 이 상태로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2017년 정권교체는 가능한지에 당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현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하겠다 싶었던 안타까운 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또 내가 대통령이라도 이런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잘했구나 싶은 정책이 있나요?(libai)
“성장, 양극화, 국가재정, 국가안전, 국정 콘트롤 타워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양합니다. 핵심을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문제의 본질의 대한 접근이 결여된 채, 겉으로 드러난 상처를 덮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식의 접근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문제가 발생한 근원을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처방을 내려야 하는데, 땜질식 응급조치로 적당히 넘어가는 모습만 보이고 있습니다. 창조경제에서 4대 개혁까지 소리만 높고 성과는 거의 없습니다. 개혁의 현장에 대통령 스스로 나와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지율 한 자리에 불과하던 박원순 후보를 단번에 서울시장에 당선시킬 정도로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최근 모습을 보면 IT, 의료분야에 한정돼 대권주자로서의 역할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선의 꿈을 접은 게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행보인데, 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ksyoum)
“대한민국의 근본적 문제, 즉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문제입니다. 40년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고자 ‘공정성장론’을 발표하고 토론과 좌담회를 통해 이를 구체화, 현실화하는 과정을 진행 중입니다. 이는 대선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현재 처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른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정치가 국민의 보다 나은 삶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제가 맡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스스로 대권주자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떤 점이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ockstanley)
“그 판단은 그것은 본인 스스로 자임한다고 해서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선거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국민이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 그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많은 국민이 저를 인정하고 신뢰해 주실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정말 대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으신가요? (whysheask)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끝까지 갈 것입니다. 실력으로 할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집권을 위한 권력의지가 무척 약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안 전 대표는 ‘착하다’는 인상을 줬지만 ‘나약하다’는 인상도 함께 줬습니다. 안 전 대표의 가장 큰 무기인 ‘새정치’에 모두 환호했습니다. 진정 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청사진으로 보여줬다면 무조건 당선됐다고 봅니다. 안 전 대표가 생각하는 ‘새정치’는 과연 무엇인가요? (peacel57)
“여러 번에 걸쳐서 말씀드렸는데 제가 부족한 탓에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말하는 ‘새 정치’란 ‘낡은 정치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낡은 생각'은 이분법적·적대적·편협한 사고방식입니다. '낡은 리더십'은 불통의 리더십·이분법적인 리더십·충성을 강요하는 보스 리더십, 이런 것들이 아마도 낡은 시대의 리더십이 아닌가 싶습니다. '낡은 체계'라고 한다면 그건 굉장히 많습니다. 선거제도, 정당 공천제도, 국회 운영방식, 이런 것을 시대에 맞게 바꾸자는 것입니다. 우리 정치가 배타적 지역주의와 진영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국민이 바라는 새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를 바꾸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고 현재 당의 혁신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정치와 정당을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대권은 무엇보다 지지세력이 중요합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자신의 계파가 있어야 대권 주자라 할 수 있는데, 안 전 대표는 특별한 계파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안 전 대표 계파라 할 만한 의원이 몇이나 있나요? (kdoodoo)
“정치에서 세(勢)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여론이고 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치에 입문할 때 지지는 정치 계파가 만들어 준 것은 아닙니다. 저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함께 힘을 모아 새정치와 혁신의 길을 가겠지만 기존의 패권주의식 패거리나 계파를 만들어 기존 정치형태를 답습하지는 않겠습니다. 기존 계파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외면 받을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을 먼저 바라보고 국민들이 박수 치는 정치를 하려고 합니다.”
-안 전 대표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떠나갔다고 하는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leesy2778)
“그런 평가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부덕의 소치입니다. 지금 저와 정치 일선에 함께 계시지는 않지만 많은 분들과 소통은 계속하고 또 자문의 말씀도 듣고 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헌신적으로 열정을 갖고 저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판결과 관련한 새정치연합의 태도, 또 이동학 혁신위원의 비판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당내 분위기가 국민의 법 감정이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한 전 총리 구속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말씀해 주시죠.(lovesam)
“최근 저는 당의 온정주의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한 지 오래 됐습니다. 한총리 개인의 문제를 떠나 비리에 대한 온정주의가 야당에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군사독재 시대와 민주화 투쟁 시대에는 정권의 탄압에 대해 국민들이 함께 분노하고 지켜주셨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릅니다. 야당이라서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130석에 걸맞는게 행동해야 하고 국민의 보편적 정서에 맞는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의 유죄 판결과 관련한 안 전 대표의 ‘온정주의’ 비판에 대해 “안 전 대표가 당에 들어온 시기가 그 뒤이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다. 아마 뜻을 잘 모르고, 저간의 사정을 모르고 한 말이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치에선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지 못하고 당 내부의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다 보니 당이 계속 어려워지는 겁니다. 내부 사정이야 (한 전 총리와) 같이 생활해 보지 않았으니까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저는 대법원 판결문을 꼼꼼히 읽었고, 그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 제 판단을 얘기한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문에 꽤 자세하게 (한 전 총리의 유죄 판결과 관련한) 여러 상황에 대한 사실 관계가 나와 있습니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천안함 폭침에 대해 야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3월 문재인 대표가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했는데요, 대북 인권문제를 포함해 새정치연합의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taoyuanming, zolladang)
“남북합의에 대해 분명하게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제부터는 실천이 중요합니다. 신뢰회복을 기초로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북핵문제까지 차근차근 풀어가길 기대합니다. 더 이상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이 없도록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평화정착으로 나아가는 데 남북 당국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새정치연합의 대북 정책은 창당 당시 공동대표로서 제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연민이나 연대의식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평화와 화해협력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하지만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응징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국가 안보에 있어 추호의 의심도 사지 않고 믿음을 줘야 합니다. 그런 기조로 우리 당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과 관련해 국민 정보 인권을 말씀하셨지만, 아직 이렇다할 증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정권을 공격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국정원이 물론 일반 국민을 사찰 대상으로 삼았다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지금까지의 형국으로 봐선 야당의 정치공세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세요.(dufulibai)
“제가 위원장을 처음 맡은 직후 한 이야기가 바로 ‘이번 사건을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 사건은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국정원의 무능과 불법을 묻기에 충분했습니다. 국민의 정보인권을 지키기 위해 일대 경종을 울릴 필요성도 컸습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정치공세의 도구로 삼은 것은 정부·여당과 국정원이었습니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최소한의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채 말 바꾸기를 일삼으며 진상규명 노력을 방해했습니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마련이고, 그 때가 되면 반드시 국정원과 여당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될 것입니다.”
-통일에 대한 청사진이 있으신가요? 통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이뤄나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mr421)
“통일에 대한 저의 생각은 2012년 ‘안철수의 생각’과 ‘안철수의 약속’에서 밝힌 것과 동일합니다. 통일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점진적인 ‘과정’입니다. 남북 간의 경제교류가 진전되면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것입니다. 개성공단이 좋은 사례가 될 겁니다. 그런 협력을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부터 매달 진행하고 있는 ‘공정성장론’ 토론회에도 남북경제협력의 구체적인 방안들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의사 출신 정치인으로서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느끼셨던 점을 말씀해 주세요.(lovesam)
“감염병은 국가 방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게 됩니다. 의사로서의 관점에서 볼 때 바이러스 자체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국가적인 방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결국 큰 사태가 벌어졌다는 생각입니다. 정부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사태 수습을 해야 했지만 실패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무능과 기강해이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세월호 침몰을 통해 우리 아들 딸들을 보내놓고도 이후 나라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의 무능, 정치권의 무책임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신당 창당이나 다른 세력과 연대할 생각은 있으신가요? (qntekdu)
“저는 반드시 우리 당을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를 위해 혁신의 본질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당이 바뀔 수 있도록 힘을 다하겠습니다.”
-당의 혁신이 실패했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역 주민들을 만나거나 지방에 많이 다니면서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인 것이 당이 변했다고 느끼지 못하고,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도 실패할 뿐만 아니라 정권 교체 희망도 점점 사라진다는 게 공통적인 견해였습니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공멸하겠다 싶어서 ‘당의 혁신은 실패했다’고 말한 겁니다.”
-문재인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필패론을 말하는 것도 해당행위라고 했는데요?
“어떤 문제를 풀려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실에 근거한 판단이 중요하죠. 또 이 문제만 풀면 미래에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냉정한 현실 인식과 미래에 대한 믿음, 그 두 가지가 위기 극복의 필수적 요소입니다. 그런데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에 근거하지 않고, 막연한 낙관적인 생각은 독(毒)이다, 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철회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시죠.
“정당은 정치조직이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으면 대표가 리더십을 갖고 정치적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재신임 투표는 정당 역사상 거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 전 대표들이 어려울 때 재신임 투표하지 않은 이유들이 다 있습니다. 저는 ‘재신임 투표는 해결 방안이 아니다’라고 계속 얘기해왔습니다. 재신임 투표하면 투표 과정에서 의견이 나뉘면서 극도록 분열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친노든 비노든) 양쪽 다 결국 당은 분열과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 전 대표가 제안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문 대표가 아직 확답을 안 하신 것 같은데요.
“3주 전에 낡은 진보 청산,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당 혁신에 대한 3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문 대표와 만났을 때 문 대표도 3가지 방향에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혁신위가 그런 방향의 일들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일들이 미흡했다’고 했습니다. 혁신위 활동이 미흡했다는 것을 다 인정했습니다. (부패 척결 관련) 원칙이란 건 예외가 없어야 합니다. 문 대표가 아직 구체적인 안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제 안(案)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또 조목조목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 이야기를 하시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