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14 14:09
집값 뛰고 건설사 수주도 살아나
서울 서초구 잠원동 A아파트는 요즘 매물이 끊겨 거의 거래가 중단됐다. 집값도 1년 사이 1억3000만원쯤 뛰었다. 작년 이맘때 전용면적 84㎡가 6억9000만원이었지만 최근 8억2000만원을 호가한다.
이 아파트는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리모델링 추진 단지다. 전용면적 84㎡ 208가구가 들어서 있는데, 기존 건물 위에 2개 층을 더 올리는 수직 증축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 가구는 전용 101㎡로 면적이 증가하고, 새로 늘어나는 30여가구는 일반 분양해 공사비로 충당하게 된다.
이미 올 5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사업은 속도가 붙고 있다. 올 7월 시공사 선정 설명회에는 포스코건설·쌍용건설 등 5개 업체가 참여할 만큼 건설사도 적극적이다. 잠원동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2억원 정도 분담금을 내도 주변 시세를 감안하면 가구당 2억원 이상 수익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옥수동 극동아파트, 성남 분당 정자동 정든우성아파트 등 활기
부동산 정보 업체인 부동산114는 “올 들어 수도권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의 매매가 상승률은 평균 8.19%로 일반 아파트(4.36%)보다 배 가까이 높았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추진위가 구성된 서울 성동구 옥수동 극동아파트는 지난해 4월보다 평균 4500만~1억500만원쯤 올랐다.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강서구 가양동 ‘한강’, 강남구 개포동 ‘대치’ 아파트 등도 1년 새 최고 1억원 이상 뛰었다. 경기도 역시 비슷하다. 현재 추진위 단계인 성남시 정자동 ‘정든우성’은 1년여 만에 집값이 평균 20% 넘게 올랐고 군포시 ‘세종주공6단지’, 안양시 ‘목련 우성3단지’ 등도 많게는 6000만원쯤 시세가 상승했다.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쌍용건설은 올 7월 이후 서울 둔촌동 현대3차 등 약 4000가구 규모의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다. 포스코건설도 지난 1년간 경기 분당 매화마을 1단지 등 리모델링 공사 4건을 따냈다.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대림산업·대보건설 등도 전담팀을 구성해 리모델링 수주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에는 향후 10년간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약 8만가구, 사업비 14조원대의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한종 쌍용건설 상무는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추진 절차가 간편하고 수직 증축 허용으로 사업성이 좋아져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매매가 평균 상승률 8%대
향후 10년간 8만 가구 예정
14조원대 황금알 시장 기대
“사업성 좋아졌지만 걸림돌 많아”
리모델링 시장 부흥의 일등공신은 수직 증축 허용이다. 정부는 작년 4월 지은 지 15년 넘은 아파트 중에 안전에 문제없는 경우 기존 15층 이상 아파트는 3개 층, 14층 이하는 2개 층을 더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종전에는 수평으로 늘리는 리모델링만 가능했다. 수직 증축으로 증가하는 주택(종전 가구 수의 15% 이내)의 일반 분양도 허용했다. 이 조치로 리모델링 아파트 주민들은 사업비 부담이 평균 20~30%쯤 줄게 됐다. 평촌 B아파트의 경우 1인당 부담금이 최대 7000만원 감소한다.
최근 집값 상승도 리모델링 시장에는 호재(好材)가 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 상승으로 분양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전체 수익금이 늘어나 주민 부담금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C아파트는 일반 분양가를 3.3㎡당 100만원 올리면 주민 부담금이 가구당 500만원씩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투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평형과 단지 구성에 한계가 명확하고 공법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중소형의 경우 리모델링으로 면적을 충분히 늘릴 수 있지만 대형은 힘들다”며 “일반 분양 가격이 3.3㎡당 1800만원 이상 나올 수 있는 서울 강남권과 목동, 분당 등 수도권 일부 신도시를 제외하면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