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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조위의 두 캘린더

화이트보스 2015. 11. 5. 14:24

세월호 특조위의 두 캘린더

입력 : 2015.11.05 03:00

선정민 정치부 기자 사진
선정민 정치부 기자
'월급을 1월부터 소급해서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활동 시작은 8월부터로 봐야 한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4일 활동 기간과 관련한 논란을 해명하겠다며 내놓은 보도자료를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특조위는 지난 8월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5명에게 1인당 7000여만원씩 8개월치 월급을 소급해 지급했다. 정부가 밀린 예산을 지급하자마자 그동안 못 받은 본인들 월급부터 챙긴 것이다.

이는 세월호 특별법이 위원 임기 시작일을 '1월 1일부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조위도 "특별법 조항을 근거로 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상임위원들이 작년 말 설립 준비 단계부터 일해온 것은 사실이다. 정부도 "월급 소급 지급엔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특조위가 위원회 활동 기간에 대해서는 이와 모순되는 얘기를 꺼내서 문제다. 특조위는 '위원회 공식 활동 기간은 8월부터'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예산 지급을 늦게 해 8월에야 조직이 구성됐으니, 공식 출범은 그때부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하면서는 '위원회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는 특별법의 다른 조항(7조)을 근거로 내세운다. 월급을 받을 때 적용하는 '시작'의 기준과 활동을 개시한 '시작'의 기준에 두 가지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특조위가 활동에 따른 보수도 챙기고, 활동 기간은 기간대로 늘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8월부터 공식 활동이다'는 특조위 논리를 받아들이면 특조위 활동 기간(1년 6개월)은 2017년 초까지로 연장된다. 게다가 야당에서는 특조위 활동 기간 자체를 6개월에서 1년 정도 더 늘려주려고도 하고 있다. 여권(與圈)에서 "대선 때까지 세월호 논란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냐"고 말할 만도 하다.

특조위는 그동안 논란이 나올 때마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피해자를 위한다'는 걸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특조위가 월급과 활동 기간을 놓고 다른 말을 하는 데는 어떤 명분도 보이지 않는다. 조직의 안락함과 이익만 생각하는 일종의 이익집단처럼 돼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특조위가 정말로 조사 활동에 충실하고 있고, 그런데도 기간이 빠듯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면 추가로 활동 기간 연장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조위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소 걸음(牛步)처럼 일부러 일을 느리게 처리하는 것 같다"고 하고 있다. 내부 직원들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 마련, 맞춤형 복지제도 운영까지는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억지로 이해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월호 사태 관련 재판 자료와 감사 자료를 최근에야 구해 보고, 이제야 분석을 막 시작했다고 하면 이건 곤란하다. 본인들의 존재 목적 자체를 소홀히 해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월급은 소급해서 다 챙겼다? 특조위가 이러면 이럴수록 진상 규명도 어려워지고, 국민의 신뢰 역시 추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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