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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U법 ‘對테러 개정’시급하다

화이트보스 2015. 11. 23. 16:43

FIU법 ‘對테러 개정’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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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 편집국 부국장

‘11·13 파리 테러’ 이후 각국이 테러와의 전쟁으로 초비상이다. 세계의 정보기관들 역시 테러 관련 정보수집과 정보공유 등 국제 공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만 철저히 소외될 위기에 처했다. 믿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테러 관련 금융정보 공유 대상에서 국가 정보기관을 배제해 놓은 기형적인 우리나라의 ‘금융정보분석원(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법)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테러자금 차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하면서 그해 국내에도 금융위원회 산하에 불법자금 유출입을 감시하는 FIU가 설립됐다. ‘돈을 추적하는 것이 용의자를 추적하는 것(Follow the money, follow the suspect)’이라는 글로벌 수사정보기관의 인식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FIU법에 따라 FIU는 자금세탁·테러자금·탈세 등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이 가는 금융거래 및 고액 현금거래 정보를 금융사로부터 제공받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국내 7개 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검찰·경찰·국민안전처·국세청·관세청·선거관리위원회·금융위원회 등인데, 정보 제공 대상에 정작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가정보원은 제외돼 있다.

국가 존립과 체제 수호를 위해 필수적인 정보를 다뤄야 하는 국가 최고정보기관이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연계 의심이 있는 금융거래 정보를 받아볼 수 없도록 해놓은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이는 FIU법이 만들어질 당시 국정원에 내밀한 금융정보까지 주어지면 권한남용과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기형적인 FIU법이 14년째 이어져 오면서 파생되는 문제점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이번 파리 테러에서 보듯이 테러의 계획·조직·실행이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각국 정보기관 간 정보공유, 특히 금융거래 정보 공유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 정보기관은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연계 의심이 있는 금융거래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요구만 할 뿐, 관련 정보를 제공해줄 수 없는 실정이다. 정보를 주고받는 상호교류를 원칙으로 하는 정보기관 간 국제 공조 시스템에서 한국만 소외되거나 ‘왕따’가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올해 FATF 의장국으로 세계 각국의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 조달방지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공개적인 망신만 당하게 됐다.

내국인 중에도 공개적으로 이슬람국가(IS) 지지를 선언한 사례가 속속 확인되는 등 한국도 ‘테러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FATF가 4년 연속 ‘가장 위험한 자금세탁 및 테러지원 국가’로 지정한 북한과 국경을 맞댄 채 실존하는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국내 공공기관들이 여러 차례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당했지만 금융정보에 대한 ‘국정원 배제’는 14년째 요지부동이다. 이런 위험을 눈앞에 두고도 테러자금 관련 금융정보 제공 대상에서 국가 정보기관을 제외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국가 안전과 국민 생명에 관련된 문제를 앞에 놓고 정파적 이해관계나 특정 정부기관에 대한 유불리를 따져선 안 된다.

테러자금 관련 금융정보에서 국정원을 소외시키는 건 전쟁에 나가는 군인에게 무기 없이 나가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정원의 권한 남용이 걱정된다면 국정원이 FIU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모든 내역을 별도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토록 하는 등 엄격한 감독·통제 장치를 마련해 놓으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위중한 국가안보 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이 이런 식으로 안보 관련 법제를 방치하는 건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다. 전혀 필요없는 포퓰리즘 법안에선 과잉입법인데, 정작 꼭 필요한 국가안보 법안에선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FIU법 개정안을 포함해 테러방지 4법에 대해 여야가 협의에 들어갔지만 난항을 겪는 모양이다. 제발 이번만큼은 다른 이해관계 다 떠나 국가 안전과 국민 생명만 놓고 판단해 주길 바란다. 이번마저도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정치권이 끝내 테러방지법 제·개정을 외면한다면 그에 따른 최대 피해는 국가 안전과 국민의 생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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