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사막 같던 우리
나라가 단기간에 이처럼 눈부신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아산 같은 훌륭한 기업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 리젠시룸.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교사 출신 이동호(75) 씨가 내부에 전시된 사진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 앞에 서서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이 씨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제대로 밥도 못 먹던 시절인데 이렇게 가난을 물리치고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다”며 “특히 당시 정 회장과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며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회고했다.
정 회장 탄신 100주년을 맞아 사진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전시회를 찾은 이 씨는 사진 곳곳에 남아 있는 정 회장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 씨는 “유명한 일화지만 정 회장은 거북선이 그려진 오백 원짜리 지폐를 보여주고
영국에서
투자를 받아 조선소를 세웠을 정도로 도전 정신과 추진력이 남달랐다”며 “하지만 요즘 기업인들은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자라서인지 그 시절 기업인들보다 도전 정신과 인내심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그룹 안에서 정 회장과 함께 일하며 국내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산업화 역군들도 다수 방문해 고인의 업적을 되돌아봤다.
1966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10여 년 전 현대중공업에서 퇴사한 김종식(76) 씨는 “나에게 정 회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영웅이었다”며 “특히 정 회장은 기업을 키워 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애국 이념과 철학이 뚜렷했다”고 회고했다.
‘아산 정주영 탄신 100주년 기념
사업위원회’가 아산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최한 이 날 행사에는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대거 찾아와 고인이 남긴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