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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시위 없애야 ‘3萬달러’가능하다

화이트보스 2015. 11. 24. 16:52

폭력시위 없애야 ‘3萬달러’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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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최근 한 토론회에서 필자가 지난 14일의 이른바 ‘민중총궐기대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한 학생이 물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약자가 힘 있는 자들에게 대응하는 건 시위밖에 방법이 없지 않으냐. 과거 4·19나 민주화 항쟁이 그런 것 아닌가.”

하지만 과거 민주화 항쟁이 정당화되던 시절과 지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금은 국민이 뽑은 국회가 법을 만들고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이를 집행하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시위가 아니라도 입법청원 등 자유롭게 민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그런데도 60년 전 과거의 논리를 소환해 오늘의 불법·폭력시위를 정당화하려는 건 시대착오적 정의감일 뿐이다.

일부 대학에서 대입 논술전형이 치러진 이날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서 벌어진 ‘민중총궐기’의 폭력성은 도(度)가 지나쳤다. 심할 땐 폭동이 연상될 정도였다. 과연 우리나라가 법치주의 국가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장면1. 학교 가을 운동회에서나 볼 법한 줄다리기가 광화문에서 벌어졌다.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으로 세워둔 경찰버스에 줄을 매 잡아당겨 넘어뜨리려 한 것이다. 2013년, 미국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이민법 개정 촉구 시위를 하던 도중 시위에 앞장서던 의원 8명이 폴리스라인을 넘었다. 이들은 바로 경찰에 체포돼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됐다. 그런데 광화문에선 그 폴리스라인을 힘으로 무너뜨리려 했다. 경찰 저지선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시위와 무관한 일반 시민의 질서 보호, 시위 참가자들의 통제·보호다. 이날 시위대는 공공의 질서는 안중에 없었고, 일반시민이나 심지어 자신들의 안위도 생각지 않은 채 사회에 대해 공격한 셈이다.

#장면2. 시위대의 손에는 곤봉과 쇠파이프, 철제사다리가 들려 있고, 섬뜩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21일 경찰의 압수수색 때에는 손도끼와 해머도 나왔다고 한다. 시위 당시 경찰 차량의 문과 유리창을 박살 내는가 하면, 방패 너머 의경을 때리는 시위자의 행동은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불법 폭력시위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방패를 들고 시위대를 막았던 대한민국 의경의 평균 연령은 기껏해야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장면3. 단상 위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함께 싸우면 정권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 언제든지 노동자, 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자.” 단순한 시위 구호가 아니다. 그는 폭동이라도 선동하려는 것이었을까. 필자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었다.

데자뷔와도 같이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사태 당시 같은 장소인 광화문에선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렸었다. 이 기간에 의경 등 경찰관 부상자는 501명에 달했다. 버스 173대 등 장비 2275점까지 손괴됐다고 하니 경제적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 등 외교적 손실도 컸다. 그런데도 당시 시위에 적극 관련된 1602명 가운데 대다수인 1380명은 불구속했고, 나머지는 훈방 등으로 조치했다고 한다. 구속은 35명에 불과했다. 법을 엄중하게 집행하지 않고 불법시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결과가 지난 14일의 광화문 소요가 아니었을까.

일각에서는 폭력으로 얼룩진 시위에 과잉 진압의 프레임을 끼우려 한다. 하지만 당국이 시위 대응에 대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그 가이드라인을 지켰다면 이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이고 정당방위이다. 또한, 공공질서가 훼손되는 걸 막는 저지선을 치고 이들을 막아섰던 경찰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버지 아닌가.

경제가 많이 성장했지만, 우리는 아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서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불법 폭력시위와 사회 갈등 같은 장애물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그리고 법치주의를 확립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소득 2만 달러 트랩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오는 12월 5일 전국에서 분산해서 개최하려던 집회를 서울에 모두 집결해 ‘2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열 것이라고 한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돼 있다. 하지만 시위가 선(線)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자유의 영역을 벗어났다. 아무쪼록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반한 준법 집회와 시위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