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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째 신생아 없는 고흥, 초등교 4곳 합쳤지만 4학년 교실엔 4명뿐

화이트보스 2015. 12. 15. 19:47

2주째 신생아 없는 고흥, 초등교 4곳 합쳤지만 4학년 교실엔 4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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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수업 중인 전남 고흥군 동강초등학교 4학년생들. 이 학교의 4학년생은 이들 네 명이 전부다. 9년 전엔 35명이었다. 고흥군은 1998~2014년 인구 감소율이 33%로 전국 1위다. 지난해 노인 인구 비율도 36%(전국 평균 13%)로 1위다. 92년 이후 26개 학교가 문을 닫았 다. [고흥=프리랜서 오종찬]

 

[인구 5000만 지키자] 연중기획 <1부> 저출산의 재앙 ① 한국 초고령 현장을 가다
16년 새 10만 인구가 7만 명으로
노인이 절반인 두원면 택시기사
“내가 아는 가장 젊은이가 40세”
출산장려금 최고 1440만원 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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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2시 전남 고흥군 고흥종합병원 2층 신생아실엔 신생아용 바구니 침대 4개가 텅 빈 채 한쪽 벽에 밀려나 있다. 한 바구니에 ‘김○○ 아가, 출생일 2015.11.20’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2주 전 태어난 아이다. 한성태 산부인과 전문의는 “2주 동안 태어난 아이가 없다. 한 달에 평균 2~3명을 받는다”며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병원에서만 한 해에 200명이 태어났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고흥군 유일의 분만시설이다. 출산율이 줄어 2007년 없어졌다가 2013년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다시 열었다.

 이날 진료를 받으러 온 한송화(35·여·내년 2월 출산)씨는 서울에 살다 지난해 결혼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한씨는 “대부분의 젊은 사람이 일자리나 결혼 상대를 찾으러 도시로 빠져나갔다. 남은 친구들도 결혼은 했는데 아이가 없는 경우가 절반이고 둘 이상 낳은 집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병원 총무팀장은 “입원 환자의 70~80%가 노인이다.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고흥군은 출산율 감소와 젊은 층 유출로 인해 이미 인구절벽이란 현실을 맞고 있다. 본지가 1998~2014년 전국 226개 시·군·구 인구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감소율(33%)이 가장 큰 데가 고흥군이다. 10만3800여 명에서 6만9600여 명으로 3만4200명 줄었다. 충북 보은 크기의 인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20~39세 핵심 가임기 여성은 전국에서 여섯째, 신생아는 아홉째로 많이 줄었다. 신생아 수는 1998년 741명에서 지난해 242명으로 급감했다. 박소언 고흥보건소장은 “신생아의 80%를 차지하던 다문화 가정 비중이 최근 65%까지 줄었다 ”고 말했다.

 출산율 저하의 쓰나미는 학교부터 덮쳤다. 이날 오전 동강면의 유일한 초등학교인 동강초등학교를 찾았다. 약 68㎡ 크기의 4학년 교실에는 4명이 교단 앞에서 둘씩 마주 앉아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교실 내 빈 공간이 커 공놀이를 해도 될 듯하다. 이 학교는 학생이 10년 전 215명에서 지금은 76명으로 줄었다. 동강면 일대 초등학교 3개가 사라지고 이 학교로 합쳤다. 먼 곳에 사는 아이들은 40~50분 통학버스를 타고 등·하교한다.

 고흥군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36%(전국 평균 13%)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노인들이 몰리면서 병·의원, 보건소는 항상 북적댄다. 폐교 건물이 노인시설로 속속 바뀌고 있다. 고흥교육지원청에 따르면 92년 이후 26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포두초등학교 동분교 등 2개는 노인시설로 바뀌었고 내년에는 한 곳이 뒤를 잇는다. 나머지는 농업용 창고, 체험학습시설 등으로 쓰인다. 교육지원청 남성조 주무관은 “내년에 한 개 학교가 폐교할 예정인데 앞으로 문 닫는 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 고흥군에서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두원면(49.4%)을 찾았다. 약국·식당 등이 벌써 문을 닫았다. 드문드문 노인들이 버스를 타고 내릴 뿐 거리에 인적이 드물었다. 택시기사 이모(57)씨는 “두원면에서 아기 울음소리 들어본 지가 몇 년은 된 거 같다. 내가 아는 제일 어린 친구가 마흔 살이니 말 다 한 거 아닌가”라며 혀를 찼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읍내에도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뜻하는 은어)’은 없다. 고흥여성농업인센터 박향아(45·여)씨는 “금요일은 워낙 한가해 문 닫는 식당이 많다. 주말 대목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세탁소·음식점이 5년 새 각각 10%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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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흥군은 비상이다. 내년에 출산장려금을 인상한다. 첫째를 낳으면 240만원(현재 0원), 둘째는 480만원(현재 240만원), 셋째는 720만원(현재 480만원), 넷째는 1440만원(현재 480만원)을 지급한다. 무료 태아 초음파 검사 횟수를 올해 4회에서 내년에 8회로 늘린다. 애가 셋 이상인 가정에 군립(郡立) 과학관·휴양림 이용료를 50% 할인한다. 박소언 소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기저귀는 전용카드(국민행복카드)를 만들어 우체국 쇼핑몰에서 주문해 온라인으로 받게 돼 있는데 시골에선 못하는 엄마가 많다”며 “지역 차이를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김기찬·박현영·박수련·이에스더·김민상·서유진·황수연·이지상·정종훈·노진호 기자, 오진주(서울대 노문4)·이지현(서울여대 국문4) 인턴기자 welfare@joongang.co.kr

◆공동 취재=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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