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양봉 교육·체험 ‘어반비즈’
명동 등 서울 19곳에 ‘벌통’
年 500㎏ 백화점·호텔 납품
효소·미네랄 풍부 ‘로 허니’
보건환경硏‘품질 최상’ 평가
“2020년 양봉장 200곳 조성”“꿀벌이 잘 살 수 있다는 건 사람이 살기에도 좋은 도시라는 의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이내에 인간도 멸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꿀벌은 도시인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고, 세상을 더 살 만하게 만드는 데 없어선 안 되는 존재입니다. 꿀벌이 잘 살 수 있게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인간을 위한 일이기도 한 이유입니다.” 박진 어반비즈 대표는 지난 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반비즈는 도시 곳곳에서 양봉장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도시 양봉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체험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반비즈는 2013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소셜벤처로 현재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창립 당시 2곳에서 시작한 도시 양봉장은 현재 중구 명동 유네스코회관 옥상 등 서울 지역 19군데서 운영 중이다. 현재는 직원 3명과 도시 양봉에 뜻을 함께한 12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꿀 수확 자체가 사회적 목적은 아니다 보니 절대적인 꿀 수확량이 많지는 않다. 매년 1개 벌통당 5㎏씩 한 해에 500㎏ 정도의 꿀을 수확한다. 어반비즈가 생산한 꿀은 한 유통업체를 통해 백화점과 호텔 등으로 납품된다.
도시에서 수확한 꿀을 먹을 수 있는지 질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박 대표는 “어반비즈의 꿀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한국양봉협회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았고, 품질도 최상등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꿀을 가열하거나, 벌에게 설탕을 먹여 수확한 꿀이 시중 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어반비즈는 자연 그대로의 로 허니(raw honey)를 생산한다. 꿀 안에 들어 있는 효소와 미네랄, 비타민 등이 그대로 살아 있어
건강에 더욱 좋다.
판매 수익은 꿀벌이 살기 좋은 환경 만들기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양봉장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도심 곳곳에 나무를 심는 것이다. 박 대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도시별 1인당 녹지비율은 9㎡인데 서울은 4.35㎡에 불과하다”며 “런던은 27㎡, 뉴욕은 23㎡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화장품 기업인 버츠비·클라란스 등과 택배회사인 CJ대한통운의 도움으로 ‘꿀벌 정원 기금’을 마련해 본격적인 도시 환경 개선 사업에 나섰다. 공공용지에 세워진 건물 옥상이나 녹화가 잘 돼 있지 않은 저소득 계층 주거 지역 등에 나무를 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꽃이 피는 식물의 90% 이상이 번식 과정에서 꿀벌을 필요로 하고, 우리가 먹는 23대 작물은 꿀벌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곡물과 과일 가격 등이 비싸지며, 자연의 선순환 구조도 깨진다. 이런 맥락에서 아인슈타인도 꿀벌의 멸종은 인류에게 재앙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데 2006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꿀벌 개체가 일시에 30∼40% 가까이 줄었다. 다시 약간씩 개체가 느는 중이지만, 당시 어떤 이유로 개체가 줄었는지 아직 원인이 밝혀진 바 없다.
이어 2009∼2010년에 우리나라에서도 토종벌의 60∼70%가량이 폐사했다. 감기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이 토종벌 사이에 유행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토종벌의 대규모 폐사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드러난 연구 결과는 없지만, 그 직후 담비 등 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비율이 급격히 늘었다. 박 대표는 “토종벌을 잡초처럼 어디에나 흔히 있는 존재로 인식해서인지, 토종벌이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어쨌든 최근까지도 개체가 회복되지 않은 채 토종벌이 점점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어반비즈의 도시 양봉 사업은 사라지는 토종벌에 알맞은 도시 생존 환경을 제공한다. 박 대표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도시가 농촌보다 토종벌이 생육하는 데 더 알맞은 환경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도시가 농촌보다 더 고온건조한 대기 환경을 보이고, 밀원(蜜源) 식물이 더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가로수 등에 쓰이는 농약은 저독성이어서 벌에 미치는 유해성이 농촌에서 쓰이는 농약보다 적다.
도시 양봉을 통해 꽃이 많아지면, 곤충이 증가하고, 곤충은 작은 새들을 불러온다. 시멘트 일색인 도시에 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토종벌은 탄광 속에서 광부들에게 산소 부족을 알려주는 카나리아와 같은 환경 지표종”이라며 “도시에서 토종벌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도시환경이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꿀벌에 대한 관심으로
영국 런던에는 약 3300개의 도시 양봉장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도심 건물 옥상에서 흔하게 벌통을 찾을 수 있고, 미국의 백악관에도 벌통이 설치돼 있다. 박 대표는 “어반비즈는 2020년까지 10만 도시 양봉가를 양성하고, 도시 양봉장 200곳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