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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괴물 된 강성노조… 한국경제 구조개혁 가로막아”

화이트보스 2016. 2. 12. 17:24


정치괴물 된 강성노조… 한국경제 구조개혁 가로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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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술원 교수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연세대 새천년관 앞 벤치에서 한국에서의 연구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오는 3월 연세대 객원교수 기간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인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을 내릴 때만큼은 단호하게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大 교수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早稻田)대 정치경제학술원 교수는 한국 경제를 연구하는 일본인 여성 경제학자라는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인과 여성이라는, 어쩌면 한국 경제를 공부하는 데 있어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는 한국 경제 연구에 30년 넘게 천착해 오면서 손꼽히는 지한파 경제학자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2일 연세대 새천년관 국제대학원 연구실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후카가와 교수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은 물론 일본 경제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을 끊임없이 내놓았다. 한국 경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학자답게 한국이 추구해온 경제 성장전략과 성과, 또 그 전략이 갖는 한계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내놓았다.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설명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내각 1차 집권(2006∼2007년) 당시 경제전략 상담역으로 일한 경험이 묻어났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과 일본 경제를 넘나든 2시간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을 따라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지난 달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는데, 이를 아베노믹스 진행에 차질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해야 합니까.

“실물 경제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떨어졌다는 것이지요. 제조업 같은 분야는 경제가 워낙 안 좋아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일단 양적 완화를 하기는 했는데, 충분히 (경기 부양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정도의 조치를 더 해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 같아요. (1월 29일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해 찬성·반대) 5대 4로 결정됐기 때문에 반대했던 사람도 상당히 많았지요. 아무 조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부작용까지 합쳐서 계산하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냐고 의심스럽게 생각한 사람이 (금융정책) 심의위원들 중 4명이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겠다고 밀어붙인 것이고요. 아마 일본은행이 상당히 정치적으로 독립된 존재이기도 하지만, 선거(7월의 참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단기간에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무언의 압력이 있었을 것도 같습니다.”

―아베노믹스 진행에 차질이 있어서, 혹은 일본 경제가 주춤할 것이란 걱정이 있어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정이 나왔다는 의미인가요.

“아베노믹스는 2015년 중에 2% 물가 상승이란 데드라인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거의 무리가 되다 보니까 연기를 시켰던 것이고. (아베노믹스를) 해봤더니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정책이라서 어느 정도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몰랐던 것이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미국이나 유럽보다 일본에서 ‘잃어버린 20년’의 디플레이션이 생각보다 강력히 침투해 있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들의 생각이 ‘쉽게 인플레이션이 될 것이다’는 것보다는 너무 디플레이션 속에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쉽게 그런 기대(인플레이션)에 작용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디플레이션 탈출 기미 또는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전 비교적 낙관적으로 봅니다. 다행히 (일본 산업계에서) 이노베이션(혁신)이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아요.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같은 뭔가 프런티어(선도적 분야)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당장 성장동력이 되는 건 아니지만, 방향이 보였다는 것 자체가 낙관적입니다. 이제까지 하드웨어 제조업에 치중하면서 ‘어떻게 중국과 싸울 수 있을까’ 했던 것보다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어요. 아베노믹스 ‘세 개의 화살’ 중에 첫 번째 화살, 즉 거시 정책(금융완화)은 사람들이 많이 공부가 됐고 일단 주가도 상당히 괜찮은 정도까지 올라갔어요. 최근에 중국이나 미국 때문에 많이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되기도 했고요. 닛케이평균주가가 1만7000∼1만8000엔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죠. 어쨌든 (일본기업들도) 역대 최고 이익을 내고 있고요. 의심스러운 것은 두 번째 화살(재정 확대), 세 번째 화살(성장전략)인데 두 번째 화살은 재정 건전화를 해야 하고, 그 길을 제시해야 하는데 자꾸 선거가 있다 보니까. 또 내년에 소비세 인상 문제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에 대해 항상 정치적인 발언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그림이 제대로 제시되지 못하는 것을 일부에서는 위기로 보고 있어요. 또 아무래도 세 번째 화살, 성장전략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아까 말했듯이 방향은 어느 정도 보이는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핀테크(IT금융), IoT 등에 기업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요.”

―일본 기업들의 성장전략은 어느 정도 방향이 잡혔어도, 물가 상승을 위한 임금인상은 잘 안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지금 일본은 완전고용 상태입니다. 사반세기 만에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어요. 노동력이 부족해서 성장을 못 하는 상황이지요. 그렇다면 단순하게 생각해서 임금이 오를까요? 아니에요. 왜냐면 항상 기업은 리스크(위험)가 있다고 보는 동안에는 절대 연봉 베이스를 인상하기 어렵습니다. 연봉 베이스가 늘어나면 연금, 퇴직금 모두 연결돼 있는데 그렇게까지 (임금 비용의) 리스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거지요. 유럽이나 미국처럼 (디플레이션이) 최근의 일이 아니라 20년 동안 있던 것이라서 쉽게 (임금 인상 기조를) 따라갈 수는 없어요. 기업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돈을 더 주겠다고 하겠지만, 아직은 그렇게까지 할 자신이 없어요.”

―그럼 언제쯤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따라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직은 절반 정도 아닐까 싶어요. 2017년에 소비세가 10%로 인상되고 나서, 그럼에도 물가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생겨야 되지 않을까요. 그게(소비세 인상이) 충격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때까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아베노믹스를 시작한 지 이제 5년 정도인데, 미국은 벤 버냉키(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가 양적완화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됐어요. 그래서 당연히 일본은 시간이 더 걸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것도 상당히 다른 경제 상황이고, 노동력 부족으로 힘든 상황이에요. 지금도 인구가 고령화 상태인데도 ‘베이비부머’ 세대가 완전히 은퇴하는 2017년 정도 이후에는 더 심해질 수가 있어요. 그게 미국하고 큰 차이지요. 어쨌든 2017년이 굉장한 고비가 될 것이라 봅니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경제성장의 한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인데, TPP가 실제 발효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현재부터 TPP가 발효되기까지 일본은 어떤 경제적 모멘텀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일단 한 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일본이 과거에 비해서 상당히 개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에요. 정부는 각 분야에 목표가 있어요. 관광객 유치도 목표치인 연간 2000만 명에 거의 조기 도달했고, 인바운드(내수) 투자유치도 옛날에는 말만 했지만 이제는 진짜 해야겠다는 곳이 있지요. 그런 게 TPP와 연결돼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비즈니스 환경이 좋아져야 외국인도 투자해주는 것이고, 그래서 노동시장도 유연하게 해주고 규제도 완화해야 하고요. 상징적인 예로, 미국의 아마존이 드론 배송망을 일본에 만들겠다는 것 등의 케이스가 몇 개나 있어요. 그런 것은 TPP의 높은 수준의 지적재산권 모델 환경 속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사실 아마존은 그런 모델을 중국에서 시도할 수도 있는데, 거기서 하기에는 뭔가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해 일본에서 한번 실험을 해보겠다는 것이지요. 이런 부분들에서 성장전략과 TPP는 인터페이스(접점)가 있다고 봐야 되는 것이지요.”

―교수님의 과거 기고문 등을 보면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시하는 것 같은데 TPP 출범 멤버에서 빠진 한국은 어떤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될까요?

“아직 TPP는 비준 자체도 안 됐으니까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생각할 것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사실 한국은 거의 모든 나라들과 FTA를 맺고 있어 TPP에서 빠진 것이 큰 문제는 없겠지요. 다만 한국 국내에서는 FTA 정책에 대한 불신이 많아요. 여기저기서 FTA 체결해도 좋아진 게 없다는 인식이 있지요. 시장 개방은 됐는데 거기에 따라갈 수 있는 구조개혁이 안 돼 있어서 그 효과를 못 누리는 것 같습니다. 오래간만에 여기(한국) 와서 보니까 유통이나 물류체계는 상당히 뒤떨어진 것 같아요. (FTA가 체결되면) 결국 소비자들은 자기가 직접 외국공장에까지 가서 물건 사는 게 아니라 주변 슈퍼마켓에 가서 물건을 사는데요. 일본에서는 조금씩 개방하자마자 그 효과가 슈퍼마켓이든 어디든 바로 보이는 상황이에요. 과일이라든지 채소라든지 개방되다 보니까 수입된 게 많고, 중남미 지역 같은 반대 계절 지역의 상품도 많으니까 FTA 효과를 직감해요. 그런데 여기는 특별히 (외국)물건을 사려고 해도 외국산이 다양하게 없는 거 같고, 국산 농산물은 계속 비싸고요. 개방을 하면서 선택의 여지가 늘어났다는 느낌이 없어요. 전자상거래도, 국내에서 물건이 비싸니까 인터넷거래(해외직접구매)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배달될 때까지의 기간이 일본보다 훨씬 길어요. 제가 네이버로 해외 건강상품을 샀는데, 일본은 수출하는 나라가 유럽이든 미국이든 일주일이면 오는데 여기서는 한 달이 걸렸어요. FTA는 관세 장벽만 해소되면 즉시 소비자들한테 효과가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도어 투 도어’입니다. 공장에서 소비자의 집까지 연결돼야 효과가 느껴지는 건데요.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에서 구조조정이 잘 진행되지 못한 부문이 서비스업이에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지요. 물류도 항상 트럭운전사, 택배기사 같은 약자보호의 명분이 있어서 사람을 자를 수 없고요. 유통도 마찬가지예요. 아마 선진국에서 대기업이니까 주말에는 영업 못 한다는 나라는 없을 겁니다.”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국의 조선업·해운업 등을 비롯해 제조업 분야에서 산업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까?

“한국은 일본하고 거의 비슷해요. 정규직이 너무 보호되고 있어서 그 아픔은 결국은 비정규직으로 가지요. 일본보다 한국은 더 심각한 것이, 정규직 가운데서도 강성노조가 있다는 겁니다. 토요타자동차 규모의 3분의 1보다 조금 더 큰 현대자동차 노동자가 (토요타 노동자보다)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지요. 그런데 한국은 이런 상태가 너무 오래됐어요. 또 노조의 정치 파워가 엄청나지요. 노조에는 경영자들도, 정치도 손을 못 대고요. 그러니까 이 나라는 누가 봐도 ‘노동시장 개혁의 1번지’입니다. 그게 안 되면 (구조개혁은) 거의 어렵습니다.”

―한국이 일본의 ‘버블 붕괴’ 혹은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요.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두 가지 큰 차이가 있어요. 제가 무척 많이 해온 이야기인데요. 두 나라가 비슷한 면은 많지요. 지금 바로 개혁하려고 해도 반대 때문에 못하는 게 일본의 민주당(현재 일본의 제1야당) 시절과 똑같아요. 방향도 안 보이고요. 그런데 한국의 상황과 일본 상황은 차이가 있는 게, 정규직의 임금이 계속 떨어진 것이 일본의 디플레이션 시대입니다. 언제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르니까 소비를 안 하고, 그러면 기업 이익이 안 남고 또 임금은 삭감되고. 일본에서는 경영 혹은 경영자라는 것이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일’이라서 사람을 자르지 못했어요. 일본은 이렇게 계속 정규직 임금이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인데 한국은 계속 정규직의 임금이 오르고 있어요. 그 대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들은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이고요. 결과적으로 (양국이) 거시적으로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이런 점이 하나의 차이고요. 또 하나의 차이점은 부동산이 안 깨진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계속 주택 가격이 떨어져 왔어요. 그래서 임금과 부동산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엄청났기 때문에 그런 (디플레이션) 사이클이 굴러갔지만, 한국은 아직 임금과 부동산이 살아 있어요. 굉장히 무리한 구조로요.”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는 좋은 구조이기는 하지만, 소수의 정규직 위주의 구조라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인지요.

“그게 사회적 기준의 차이가 있는 것인데, 원래 일본이나 독일은 거의 사회주의에 가깝고요. 그런데 미국이나 영국은 큰 격차를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적 차이가 있어요. 한국은 문화적으로는 일본과 독일의 욕망이 있는데 다른 면에서는 영미계의 욕망도 있어요. ‘나만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부터 그런 집단 이기주의가 심해졌어요. 이런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당연히 교육과 사회보장인데, 양측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요. (한국의) 사회보장은 유럽은커녕 일본만큼도 안 돼 있어요. 그럼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세금을 더 내겠느냐 하면 ‘난 됐다’고 하고요. 교육은 또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갔어요. (학자금 대출 등) 무지하게 대출이 생기는 방향으로요. 어떤 대학을 나와도 대학을 졸업한 만큼의 일자리가 생겨야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요.”

―노동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느껴지네요.

“제 생각에는, 제가 사회보장에 대해 관심이 있는데요. 결국은 이 상황에서 노조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도 이해는 가더라고요. 한국에선 사회적 안전망이 완전하지는 않아요. 실업보험은 옛날보다는 나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하지 못한 게 있고요. 성장 속에서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다른 데 갈 데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게 없어요. 사회적 안전망도 없고 방향성도 없는데, 노동시장 개혁하면 갈 데 없으니 당장 이 자리를 지키자는 식으로 되는 것 같아요.”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 감소, 구조조정 부진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경제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충분히 위기이지요. IMF 구제금융 사태처럼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니까 조용히 진행되고 있어요.”

―한국 경제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한국 경제에는 어떤 장단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경제 문제의 정치화, 그게 옛날부터 이 나라의 단점인 것 같아요. 모든 게 정치적으로 이용돼 버려요. 경제는 시장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항상 명분을 만들어서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게 많아요. 아까 말한 강성노조만 해도 정치적으로 괴물이 됐어요. 중소기업의 하청 관계도 합리적이지 못해, 특별히 좋아진 것이 없고요. 다 정치랑 연결돼 있어서 개선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대신 장점은 집중적으로 순발력을 발휘해 뭐든지 하는 것, ‘스피드’이지요. 그런데 그 스피드가 엄청난 장점이었는데, 문제는 지금 그 스피드가 엄청나게 떨어졌다는 것이에요. 그만큼 민주화됐다는 것이기도 한데요. 옛날처럼 대통령이 하자면 다 따라가는 시대가 아니에요. 정치적인 것을 경제하고 분리해서 경제 논리에 맞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한·일 관계도 사실은 위안부 문제하고 경제 관계가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런데 위안부 문제가 전부다, 원칙이다 했다가 중간에서 갑자기 경제는 분리해서 하겠다고 하니 일본에서 보기에는 대화하기가 어려운 나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지요.”

―한·중·일 3국 FTA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 바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대북 제재에 대한 입장 차이로 중국과 한·일 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한·중, 중·일 간의 각종 외교 현안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아서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요.

“지금 한·중·일 FTA는 당장 획기적으로 진행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러지 않아도 지금 중국 경제가 어려운데요. 또 한·일은 대부분 사람들이 한국이 TPP에 들어올 것으로 보니까 자동적으로 한·일 FTA는 될 거라고 봐요. 그것도 아주 높은 수준으로요. 그래서 일본 쪽에서는 3국 FTA를 무리하게 하자고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결국은 TPP 가입을 할 테니까 한·일 FTA를 먼저 추진한다든지 아니면 한·중·일 FTA 프레임 안에서 TPP를 준비한다는 명분으로 한·일 FTA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서 한·중 FTA를 업그레이드하는 협상을 할 수도 있고요. 이런 점은 한국 측에 매력 있는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인터뷰 = 김석 차장(국제부) suk@munhwa.com
정리 =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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