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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

화이트보스 2016. 2. 12. 17:27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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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이 지난 1일부터 ‘소득 심사 강화(대출 상환 능력)’를 골자로 한 ‘은행권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가운데 서울 한 시중은행에 전세자금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 有無 심사에 가장 중점
이자 거치기간 없이 처음부터 원리금 갚아나가야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 발표로 예고된‘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이달 1일부터 시행됐다. 심각해진 가계부채 문제의 실마리를 풀고, 갚을 수 있는 능력 내에서 빌려 처음부터 나눠 갚는 선진국형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방안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과거보다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대출이 줄고 주택시장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실제 주택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당국은 여러 보완 장치를 마련해 주택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위축되지는 않으며, 신규 대출에만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지, 대출 신청자들이 사전에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1 가이드라인 시행하는 이유는

가계부채가 저금리에 따른 대출 수요 확대, 전셋값 상승,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인해 빠른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 9월 말 현재 1166조 원에 달했다. 이에 정부는 가계부채의 총량 규제보다는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과 ‘처음부터 나눠 갚는 방식’으로 대출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 같은 선진국형 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난해 7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발표한 뒤 구체적인 여신 심사 방안을 마련해 이달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에서 분할상환과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올해 말까지 각각 40.0%, 37.5%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또 가계부채 관리뿐만 아니라 소득 증대 등 상환능력 제고, 서민과 취약계층 지원을 통해 가계부채에 대해 종합적인 접근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이드라인은 수도권의 경우 지난 1일부터 적용됐고, 비수도권은 오는 5월 2일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수도권은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ratio) 규제로 소득 증빙 자료 제출에 대한 이해가 높았던 반면 비수도권은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대출받는 사람의 상환능력 심사가 느슨했던 비수도권의 주민과 은행권이 바뀐 제도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시행 시기를 늦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2 주요 내용은

가이드라인은 △객관적인 소득 증빙 자료를 통한 차주의 상환능력 평가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관행 정착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취급 시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stress rate)을 고려한 상환능력 평가 △기타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까지 고려한 총체적인 상환 부담을 평가하는 시스템(DSR) 구축 등의 내용을 핵심으로 담았다. 가이드라인은 실제 은행권이 현장에서 참고하는 업무지침서 성격을 띤다.

우선 담보능력 심사 위주였던 기존 은행권 대출 심사를 소득에 연계한 상환능력 심사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바뀐다. 한마디로 차주의 ‘갚을 능력’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은 우선 채무상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모든 주택담보대출 신청자를 상대로 실제 소득을 면밀히 파악한다. 주택 구매 자금을 위한 대출은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는 방식(비거치식 분할상환)만 가능해진다.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이 우선 적용되는 조건은 신규 주택 구입용 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DTI 60%를 초과하는 고(高)부담대출, 주택담보대출 담보 물건이 3건 이상인 경우, 소득 산정 시 신고소득을 적용한 대출 등이다. 다만 주택 구입 시 취·등록세, 이사 비용 등을 감안해 1년 이내의 거치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3 증빙소득 없으면 대출 못 받나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의 상환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해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 증빙 자료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은 신용카드 사용액 자료만 제출해도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소득금액증명원(사업소득) 등 제대로 된 소득 증빙을 통해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빙 소득이 없다 하더라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인정소득이나 신용카드 사용액, 임대료·지대·배당금, 최저생계비 등 대출 신청자가 제출한 자료로 추정한 신고소득을 활용하면 된다. 다만 최저생계비를 활용한 대출은 집단대출이나 3000만 원 이하의 소액대출로 제한된다. 신고소득을 활용한 대출은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로 취급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을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한 60대 이상의 경우 자신이 보험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소득 증빙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다른 소득 증빙 자료를 잘 챙겨 놓을 필요가 있다.

4 분할상환 적용 예외 사유는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비거치식 분할상환(거치기간 1년 이내)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분할상환을 하지 않고 기존 거치식 일시상환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예외 사유가 있으므로 사전에 거래 은행을 통해 예외 적용 대상자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외는 집단대출(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이다. 집단대출은 신규 분양·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입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집단적으로 취급되는 대출을 말한다.

금융위는 “주택 공급을 지원하는 중요한 대출 방법인 집단대출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적용 예외 이유를 밝혔다. 은행 스스로 분양 가능성 등 사업성을 평가해 리스크(위험)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이 밖에 불가피한 대출자금 수요에 대해서는 분할상환 예외가 인정된다. 주 소득자의 사망이나 퇴직으로 인해 불가피한 생활자금이 필요한 경우, 거주주택이 소실되거나 의료비·학자금을 대출받는 경우는 분할상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채권 보전을 위해 경매 참가 등 불가피하게 채무를 인수하거나 은행이 자율적으로 차주에게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금 수요 목적이 단기이거나 명확한 상환 계획이 있는 경우도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예컨대 예·적금 만기가 도래하거나 일시적 2주택 처분 등 상환 계획이 분명한 경우를 말한다.

5 상승가능금리 고려 대출규모 산정

상승가능금리, 즉 스트레스 금리(stress rate)는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로 얹는 금리를 말한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신청자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증가하더라도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상승가능 DTI 산출’에 활용하게 된다.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고 해서 실제 고객의 이자를 계산하는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금리 변동 폭을 고려해 대출 시점의 실제 금리에 금리를 추가해 대출 규모를 산정하는 것일 뿐이다. 예를 들어 현재 금리가 3%고, 5년 후 금리가 5%로 예상된다면 현재 금리와의 차이인 2%가 스트레스 금리가 된다.

6 대출 한도 줄어들고 있나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직접적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 시중은행의 설명이다. 다만 은행에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감안해 DTI를 산출하는데 상승가능 DTI가 80%를 초과하는 경우 은행에서 대출자에게 고정금리 대출로 유도하거나 DTI 80% 이하로 대출 규모를 조정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연 소득 3000만 원인 A씨가 3억 원짜리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2억1000만 원(만기 10년, 금리 2.5%)의 대출을 희망하는데, 스트레스 금리를 2.7%라고 가정한다. 이때 DTI(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것)가 스트레스 금리 적용 전 79.2%에서 89.9%로 상승한다. 이 경우 DTI가 80%를 초과하므로 고정금리 대출로 2억1000만 원을 받든가, 변동금리로 받을 경우에는 대출금액을 1억8700만 원으로 낮출 것을 은행에서 권유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차주의 모든 대출을 합산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도입되는데, 관련 지표에 따라 대출을 거절하도록 하는 내용은 없다. 다만 은행들은 DSR 지표를 산출해 소득 대비 총부채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차주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사후 관리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7 고정금리 유리? 변동금리 유리?

통상 대출 창구에서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차이가 0.5∼0.6%포인트 안팎일 때는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대출자의 대출금리 형태는 차주의 대출 금액과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통상 대출 창구에서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차이가 0.5∼0.6%포인트 안팎일 때 고정금리를 선택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출 기간이 긴 경우에도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면 보통은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출금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중도상환수수료에 고정금리로 인한 금리 인상분까지 더해져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8 대출 신청자들이 유의할 점은

기존에 받아 놓은 거치식 일시상환 대출의 만기가 돌아올 경우 바로 분할상환이 적용되지 않는다. 각 은행이 정한 기간에 한해 만기를 연장해 이자만 갚아 나갈 수 있다. 또 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은 2018년 말까지는 거치기간이 끝나도 1회에 한해 3년까지 거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는 게 좋다. 기존 대출에서 추가로 대출금을 늘려 받을 경우에는 신규 대출로 취급돼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금융위는 또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대출상환 방식이나 금리 유형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예외를 적용받더라도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주택 구매 계약을 완료하고 차후에 대출을 신청하기보다는 본인 소득과 소득 증빙 종류 등을 고려한 대출 규모, 상환 방식 및 금리 유형을 미리 상담받고 계약할 필요가 있다. 애초 예상과 다른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받거나 시간 지연으로 인해 자금 마련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피해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금융위는 조언했다.

9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주택거래가 급격히 줄어드는 ‘거래 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초 전문가들은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기 전에 일정 수 이상의 수요자들이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돼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주택시장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총 5358건으로 전달 8214건에 비해 34.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매매가격 상승세도 주춤한 모습이다. 올해 1월 전국의 주택(아파트·연립주택 등 모든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0.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상승률(0.15%)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대출 규제 강화 등 악재가 겹친 만큼 상당 기간 부동산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신규 분양시장과 연관된 집단대출은 이번 규제에서 빠진 만큼 일부 수요자들이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분양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0 제2금융권도 심사 강화하나

현재 보험업계는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보험권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은행권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일부 대출 수요가 제2 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보험권도 여신 심사를 강화키로 한 것이다.

현재 보험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34조 원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477조 원(12월 기준)의 7.1% 수준이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한 보험사들이 담보대출 영업을 확대하면서 최근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은행권에 이어 보험권에서도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권 가이드라인도 돈을 상환능력 범위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다는 원칙에 따라 기본적인 골자는 은행권 가이드라인과 비슷하게 마련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준비 작업을 거쳐 늦어도 올 6월까지는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하반기부터 보험권에서 주택담보대출 심사에 적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충남·박정경·장병철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