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초등생 책가방이 70만원

화이트보스 2016. 3. 1. 11:48



초등생 책가방이 70만원… 그것도 없어서 못 팔아

입력 : 2016.03.01 03:15 | 수정 : 2016.03.01 07:44

- 입학시즌 확보 전쟁
매장별 재고 정보 공유하고 일부 학부모 해외공동구매까지
5개월새 6만개 팔린 제품 있어

- 웃지 못할 일도…
무시당할까봐 비싼 것 사줬는데…
같은 반에 같은 가방 멘 아이 여러 명 있어 다른 것 또 구매

회사원 이모(여·27)씨는 지난 설연휴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조카 책가방을 사주겠다고 언니에게 덜컥 약속을 했다가 최근까지 애를 먹었다. 서울 시내 백화점을 7곳이나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봤지만 조카와 언니가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가 찾는 물건은 1개 19만7000원 하는 빈폴키즈 제품이었다. 이씨는 결국 한 달 가까이 인터넷 쇼핑몰을 뒤진 끝에 가까스로 남이 선물 받았다가 내놓은 가방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시즌을 앞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가방 하나에 2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하는 '프리미엄 책가방'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인터넷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빈폴키즈, 닥스키즈, 해지스키즈 등 이른바 프리미엄 책가방을 만드는 회사들의 책가방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13% 늘었다. 특히 빈폴키즈 제품의 경우 작년 10월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6만5000개가 팔려나갔다. 회사 관계자는 "초등생용 가방은 올해로 4년째 새 학년이 시작되기도 전에 다 팔려나갔다"며 "일부 매장 전시용 재고(在庫) 외엔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70만원대 일본산 책가방 란도셀(왼쪽)과 19만원대 빈폴키즈 책가방 세트.
70만원대 일본산 책가방 란도셀(왼쪽)과 19만원대 빈폴키즈 책가방 세트. /키즈아미·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물건은 없고 수요는 많다 보니 '정보 전쟁'도 치열하다. 인터넷을 통해 해당 책가방을 취급하는 매장별 재고 정보를 공유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중고 물건을 거래하는 인터넷 카페엔 '웃돈이라도 얹어 주겠다'며 프리미엄 책가방을 구한다는 학부모들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김모(여·35)씨는 "얼마 전 한 인터넷 쇼핑몰에 빈폴키즈 책가방 물량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결제 도중에 다른 사람에게 팔려버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롯데백화점 서울 명동점 관계자는 "안 팔린 책가방이 있는지 묻는 전화가 하루 30통씩 걸려온다"고 했다.

국산 책가방뿐 아니라 고가(高價)의 외제 책가방도 일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일제 '란도셀(randsel)' 가방이다. 가죽 재질의 상자 모양인 이 가방은 하나에 3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한다. 아동 명품 매장 관계자는 "란도셀 10개 품목 중 6개 품목의 물건이 동났고, 나머지 품목도 몇 개 남지 않았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는 란도셀을 구하려고 해외 공동구매까지 하고 있다. 지난 1월 학부모들을 모아 란도셀 공동구매 행사를 진행한 한 블로거는 "예상 판매 수량을 20개 정도로 잡았는데 40개 넘게 팔았다"며 "구매 문의가 계속 들어와 2차 공동구매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학교 현장에선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작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에게 빈폴키즈 가방을 사준 지모(여·33)씨는 "아이가 같은 반에 자기와 똑같은 가방을 멘 애들이 7명이나 된다고 다른 걸 새로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결국 다른 가방을 하나 더 사줬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여·27)씨는 "한 반에 2~3명 정도는 일제 란도셀을 메는데 아이들에겐 다소 무거워 한 달도 못 쓰고 가벼운 가방으로 바꾸는 아이가 꽤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한 자녀 가정'이 많아져 부모들 사이에 '내 아이에게만은 좋은 걸 해주겠다'는 인식이 퍼진 탓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아이들 사이에서 어떤 책가방을 메느냐 하는 문제가 집안 형편을 가늠하고 편을 가르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의 박모(여·37)씨는 "요즘 애들은 서로 사는 아파트가 몇 평인지 물을 만큼 부모의 경제력에 민감하다고 들었다"며 "우리 아이가 무시당할까 봐 비싼 일제 가방을 사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