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옌성(張燕生) 중국 국가발전개혁 위원회(한국의 기획재정부에 해당) 비서장은 2014년 일대일로 시간표를 소개하면서 '새로운 35년'이라는 얘기를 꺼냈다. 일대일로는 2014년에 본격 시작해 2049년에 마무리 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럼 새롭지 않은(?) '이전 35년(1978~2013년)'은 뭔가. 이를 이해하려면 시진핑(習近平) 시대 책사들이 세운 소위 '두 개의 35년' 전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왕이웨이(王義?) 런민(人民)대 교수 등 중국 외교 전문가들의 해석은 이렇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35년은 1차 개혁개방, 시 주석의 일대일로 이후 35년은 2차 개혁개방이다. 전자를 통해 중국은 먹고 사는 문제를 대부분 해결하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다. 이제 개혁개방의 외연 확대와 질적 제고를 통해 정치와 군사·외교·문화에서 (미국을 압도하는)현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왕교수는 그러면서 일대일로를 "중국의 꿈과 세계의 꿈이 상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2049년까지는 미국을 따라잡아 천하를 호령하는 게 역사의 관성이고 세계인의 바람이라는 얘기가 아닌가.
중국 최고의 일대일로 전문가로 통하는 왕이웨이 런민대 교수는 그의 저서 '일대일로, 기회와 도전'에서 "중화부흥은 곧 세계인의 꿈과 상통하는 것"이라며 중화부흥의 역사적 관성과 필연성을 강조했다.
이는 '두개의 35년' 전략이 세계 제패를 위한 중국의 '두 개의 100년 전략'과 궤를 같이하고 있어서다. 두 개의 100년 전략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국민들이 배불리 먹고 사는 중진국) 사회를, 신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강한 현대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시 주석이 취임 직후 국제사회를 향해 선언했던 중화부흥과 중국의 꿈(中國夢)을 이루기 위한 두 개의 목표년도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화부흥과 중국의 꿈이 꼭 시진핑 주석의 전매특허가 아니라는 점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중국 역대 지도자들의 일관된 집념이고 국가 전략이기도 했다.
마오쩌둥은 1956년 쑨원(孫文)선생 탄생 기념일에 "중국의 인구는 세계의 4분의1에 달한다. 다시 40~50년이 지나면 새로운 세기가 시작하는데 우리는 중국의 꿈을 가져야 한다. 세계의 대국답게 인류에 공헌하는 꿈이다"라며 처음으로 '중국의 꿈'을 거론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덩샤오핑은 마오의 꿈을 현대화로 설명했다. 그는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듬해인 1979년 오히라 마야요시 일본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현대화를 실현하고자 한다. 그 현대화는 일본의 현대화와는 다른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했다. 두 개의 100년 전략 중 첫 100년 전략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덩의 후원을 입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중국의 꿈을 중화부흥 개념으로 확대하고 그 일정을 구체화해 처음으로 두 개의 100년 전략을 내놨다. 그는 1997년 미국을 방문해 "중국의 영토는 크고 인구는 많으며 역사 또한 유구하다. 우리에게는 하나의 거대한 목표가 있는데 이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뤄 인류에 더 큰 공헌을 하는 것"이라며 중화민족의 부흥과 꿈을 일체화했다.
이어 같은 해 열린 당대회에서 "창당 100주년(2021년)에 샤오캉 사회 건설을, 신중국 수립 100주년에 현대 국가 건설을 완성해야 한다"는 국가 전략을 제시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역시 10년 집권 내내 과학적 발전관을 통해 샤오캉 사회와 현대국가 건설을 이루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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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이 전임 지도자들이 갈망했던 중화부흥 전략을 구체화하고 실행에 옮긴 것은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군사·외교적 부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만큼 국력에 여유가 생겼고 그 여력을 중국 밖으로 투사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시 주석은 행운아라 할 수 있겠다. 전임 지도자들의 분투와 노력의 과실을 시 주석이 따먹고 있는 것이다.
최형규 중국전문기자 choi.hyungk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