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배제 한쪽만 본 것”
김종인 정체성 발언 반박
자중요청 무시 선거지원
정치활동 본격 재개 분석
“金대표와 생각차이 없다”
문재인측, 확대해석 경계
4·13 총선 후보등록이 시작되면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자중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천이 끝나자마자 총선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운동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 “정청래 의원 공천 탈락은 잘 못 된 것”이라며 김 대표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놓고 있어 ‘대주주’로서 ‘영입 사장’인 김 대표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전면에 나선 것도 아니고 김 대표와 생각이 다르지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5일 강원 원주시를 찾아 권성중·송기헌 후보 지원 활동을 벌인다. 주말에는 수도권 지역 후보들 개소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수도권 지역 여러 후보가 개소식 참석을 요청했다”며 “어느 곳을 방문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전날에는 서울 마포을 손혜원 후보 개소식에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문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 전 대표는 창원과 울산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도왔고 비례대표 공천 파동을 수습하는데도 역할을 했다. 문 전 대표 측에서는 선거가 20일도 남지 않아 지원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워 지원 활동에 나선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할 계획은 현재로써는 없다”며 문 전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에 부정적인 김 대표와 대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행보를 보면 김 대표와 차이가 분명하다. 문 전 대표는 전날 손 후보 개소식에서 “당세 확장을 위해 진보, 민주화운동세력, 시민운동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당 정체성 관련 발언과 관련해 “이해 못 할 말을 했느냐. 어제 말씀드린 그대로”라고 말했다. 반면 김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정체성 쪽으로 당이 흘러가야 한다”며 “당이 국민에 배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의원은 “문 전 대표는 진보를 기반으로 중도를 일부 추가할 수 있다는 생각이고, 김 대표는 이념·운동권 정당에서 탈피하지 않는다면 중도 외연 확대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중도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내용상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가 전통적인 지지층을 의식해 발언을 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김 대표와 역할 분담을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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