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5.25 03:00 | 수정 : 2016.05.25 07:25
['인구 자연감소' 지역 확산]
신생아 줄고 노인 사망자 늘어 - 경북 군위, 사망이 출생의 3배
강릉시는 초·중·고 학생수보다 경로당·노인대학 인원이 많아
전남, 한국 최초 '초고령사회' - 올해 65세 이상이 20% 넘어
"유치원·제과점·사업체 줄고 노인 대상 업종만 살아남아"
경북 군위군 소보면 주민센터에서는 지난 4일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작년 5월 이래 딱 1년 만에 '신생아 출생 신고'란 경사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출생신고 업무 까먹을 뻔했다니까요. 얼마나 축하할 일이고 또 감사한 일인지…." 주민센터 오영자 주무관은 오랜만에 주민등록번호를 일일이 조립해주며 설레는 기분까지 들었다고 했다. 탄생의 기쁨은 오랜만이지만 사망 비보(悲報)가 잦다는 게 이들의 슬픈 현실이다. 2013년 군위군의 신생아 수는 사상 최저인 99명을 기록했다. 반면 사망자(326명)는 신생아의 3배를 넘어 주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군위군만 아니라 농촌·도시 지역을 막론하고 전국 시·군·구에서 잇따르고 있다.
강원 강릉시는 초·중·고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2만4634명)보다 경로당이나 노인대학에 다니는 노인 수가 1만900여명이나 더 많다. 젊은이가 더 많은 도시 풍경과는 딴판이다. 강원도 전체적으로는 2014년부터 인구 자연감소(사망자>신생아)가 시작됐지만, 강릉시는 2013년에 처음으로 사망자가 신생아 수를 11명 추월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겼는데 2014년에는 감소 폭이 241명으로 늘어나 인구 감소가 실감났다"고 말했다.
강릉시 왕산면은 강릉시에서도 고령화 '경고등'이 켜진 곳이다. 인구 1712명 중 노인(566명)이 33%를 차지한다. "70대 초반은 어디 가도 대접도 못 받아." 왕산면 도마2리 전승구(55) 이장은 "96세 할머니부터 80대 할아버지·할머니가 많아서 50대인 나도 여기선 청년 취급 받는다"고 했다. 강릉시의 다른 통계를 봐도 '인구 절벽' 현상이 뚜렷하다. 어린이집은 5년 새 11곳이 줄었고, 옥계면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강원도는 18개 시군 중 절반인 9곳에서 인구 자연 감소가 진행 중이다.
전남은 올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전국에서 가장 늙은 도시(노인 비율 36.3%)인 전남 고흥은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된 지 15년이 넘었다. 지난 2014년 251명이 태어난 데 비해 사망자는 4배가 넘는 1012명이나 됐다. 지난 15년간 이 지역 유치원은 29곳에서 23곳으로 줄었다.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제과점도 25곳에서 14곳으로 쪼그라들었다. 고흥군 관계자는 "젊은이를 상대로 하는 업종은 모두 줄고 노인 대상으로 하는 업종만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노인이 늘면서 경로당은 413개에서 635개로 늘어났고, 폐교한 학교 2곳은 노인요양시설로 바뀌었다. 대부분 지역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각종 사업체가 늘지만 젊은이가 없는 고흥은 예외였다. 사업체 수가 2001년 5361곳에서 2014년에는 5089개로 272개나 감소했다.
이처럼 2014년 기준으로 사망자가 신생아를 추월한 시군구는 전국 지자체 226곳 중 95곳이나 된다. 지자체 숫자로만 보면 42% 지역에서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경북은 전체 23개 시군 중 19곳이 인구가 줄어들어 전국 광역 지자체 가운데 가장 심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