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이 人格을 대신했던 삶… 그 삶이 끝나면 남성은 허탈
자식에게 관심 쏟지만 자녀들은 '내 인생 따로'
자녀에게 애정 구걸 대신 취미 배움으로 '애정독립'해야
![박은주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9/02/2016090202723_0.jpg)
젊은 신혼부부는 주말이면 양가를 찾는 것이 유일한 레저활동이라고 했다. 기특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적지 않겠다 싶었다. "이것저것 잔소리도 많이 하시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으면 돼요. 어차피 그분들도 아직 젊어서 에너지 쏟을 곳이 있어야 하는데…." 감동적인 답이었다. 그렇지 못한 스스로를 반성하려던 찰나, 이런 말을 듣게 됐다.
"우리가 언제 목돈을 만들겠어요. 영혼 없는 리액션 좀 하면 시부모님이 가끔 돈을 줘요. 친정 부모님은 지금 당장 큰돈을 주지는 않지만, 유산에 반영되지 않겠어요?" 말로만 듣던 '효(孝)테크'의 현장이었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弱者)'라는 말도 있지만 이건 노인에 대한 모욕이란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돌던 아버지들도 대략 쉰 살, 예순 살이 넘으면 가정과 가족을 챙기기 시작한다. 문제는 자녀가 "아빠, 빨리 와" 칭얼대던 일곱 살짜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자식은 크게 원하지 않는데, 부모는 사랑을 주고 싶어한다. '애정 수급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하고, 작은 애정에 쉽게 약해지는 계층이 있다. '애정취약계층'이라 부르면 맞춤하겠다. 혹 이들에게 얄궂은 권력이라도 있으면 사태는 더 커진다. 〈○○님 만나면 저희 오빠 생각나요. 감사합니다 ♡♡〉 지인이 이런 문자를 자랑했다. "나 좋아한다는 얘긴가?" 이렇게 해석해줬다. 〈오빠 생각나요→웩 늙었어. ♡♡→옜다, 하트다. 내 부탁 꼭 들어줘.〉 업무상 갑을(甲乙) 관계 이성이 이런 문자를 보냈다면 십중팔구 이런 뜻이련만, 가련한 중년은 아직도 이 문자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애정취약계층 중에는 자기 인격 대신 '명함'으로 살아왔던 이들이 많다. 화가 A씨는 20년 전 일로 만나 친구처럼 지내온 지인과 최근 의절한 상태라고 했다. 임원이 된 그가 갑자기 말투까지 변하면서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원이 된 그는 새로운 명함으로 또 다른 인맥을 구축하겠지만, 명함이 사라지는 날 그의 새 인맥도 끊어질 것이다.
명함이 인격이고 자존감의 상징이라면, 명함 없는 인생은 암울해진다. 끈 떨어진 남성들이 우울증을 겪거나 자존감에 손상을 입는 건 당연한 일이다. 행패 부리고 주먹을 쓰는 '폭주 노인'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명함을 가져본 적 없는 이들은 '사람 자체'로 사람을 쉽게 사귄다. 여성이 대개 그런 쪽이다. 그들은 나이가 들수록 '인맥'이 두터워져 밖으로 돌고, 인맥이 얇아진 남자는 집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조심스레 문자를 날린다. "당신 오늘도 늦어?"
돈 없는 노년은 슬프지만, '돈만 있는 노년'도 호구가 될 뿐이다. 전문가들은 "명함 없이 친구 사귀는 법부터 배우라"고 조언한다. 지역 커뮤니티에서 인맥을 쌓으라, 즉 동네 친구를 사귀라는 얘기인데 그걸 쑥스러워하는 게 한국 남자다. '주말이나 퇴근 후 무언가를 배우라'는 것이 차라리 요긴해 보인다. 명함 교환할 필요가 없는 공간에 적응하란 얘기다. 커피, 목공예, 요리, 기계 수리…. 방송대, 학점은행제, 사이버대학 같은 교육기관을 이용하거나, 여행이나 수집이 취미라면 일본 오타쿠들처럼 '주제 여행' '주제 수집'을 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겠다.
무엇이 됐건, 자식들에게 애정을 빌고 그걸 돈으로 보상해주는 애정 매수(買收) 행위를 대신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10대의 친구는 10대이고, 60대의 친구는 60대가 맞다. '자기 연배'에서 교유해야 한다. "옜다, 효도" 하고 자식들이 던져주는 애정에 만족하고 살기엔 우리 중장년은 젊고 스마트하고 건강하다. 애정취약계층이 될 필요가 없다. 그게 이른바 나이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가 언제 목돈을 만들겠어요. 영혼 없는 리액션 좀 하면 시부모님이 가끔 돈을 줘요. 친정 부모님은 지금 당장 큰돈을 주지는 않지만, 유산에 반영되지 않겠어요?" 말로만 듣던 '효(孝)테크'의 현장이었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弱者)'라는 말도 있지만 이건 노인에 대한 모욕이란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돌던 아버지들도 대략 쉰 살, 예순 살이 넘으면 가정과 가족을 챙기기 시작한다. 문제는 자녀가 "아빠, 빨리 와" 칭얼대던 일곱 살짜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자식은 크게 원하지 않는데, 부모는 사랑을 주고 싶어한다. '애정 수급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하고, 작은 애정에 쉽게 약해지는 계층이 있다. '애정취약계층'이라 부르면 맞춤하겠다. 혹 이들에게 얄궂은 권력이라도 있으면 사태는 더 커진다. 〈○○님 만나면 저희 오빠 생각나요. 감사합니다 ♡♡〉 지인이 이런 문자를 자랑했다. "나 좋아한다는 얘긴가?" 이렇게 해석해줬다. 〈오빠 생각나요→웩 늙었어. ♡♡→옜다, 하트다. 내 부탁 꼭 들어줘.〉 업무상 갑을(甲乙) 관계 이성이 이런 문자를 보냈다면 십중팔구 이런 뜻이련만, 가련한 중년은 아직도 이 문자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애정취약계층 중에는 자기 인격 대신 '명함'으로 살아왔던 이들이 많다. 화가 A씨는 20년 전 일로 만나 친구처럼 지내온 지인과 최근 의절한 상태라고 했다. 임원이 된 그가 갑자기 말투까지 변하면서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원이 된 그는 새로운 명함으로 또 다른 인맥을 구축하겠지만, 명함이 사라지는 날 그의 새 인맥도 끊어질 것이다.
명함이 인격이고 자존감의 상징이라면, 명함 없는 인생은 암울해진다. 끈 떨어진 남성들이 우울증을 겪거나 자존감에 손상을 입는 건 당연한 일이다. 행패 부리고 주먹을 쓰는 '폭주 노인'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명함을 가져본 적 없는 이들은 '사람 자체'로 사람을 쉽게 사귄다. 여성이 대개 그런 쪽이다. 그들은 나이가 들수록 '인맥'이 두터워져 밖으로 돌고, 인맥이 얇아진 남자는 집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조심스레 문자를 날린다. "당신 오늘도 늦어?"
돈 없는 노년은 슬프지만, '돈만 있는 노년'도 호구가 될 뿐이다. 전문가들은 "명함 없이 친구 사귀는 법부터 배우라"고 조언한다. 지역 커뮤니티에서 인맥을 쌓으라, 즉 동네 친구를 사귀라는 얘기인데 그걸 쑥스러워하는 게 한국 남자다. '주말이나 퇴근 후 무언가를 배우라'는 것이 차라리 요긴해 보인다. 명함 교환할 필요가 없는 공간에 적응하란 얘기다. 커피, 목공예, 요리, 기계 수리…. 방송대, 학점은행제, 사이버대학 같은 교육기관을 이용하거나, 여행이나 수집이 취미라면 일본 오타쿠들처럼 '주제 여행' '주제 수집'을 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겠다.
무엇이 됐건, 자식들에게 애정을 빌고 그걸 돈으로 보상해주는 애정 매수(買收) 행위를 대신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10대의 친구는 10대이고, 60대의 친구는 60대가 맞다. '자기 연배'에서 교유해야 한다. "옜다, 효도" 하고 자식들이 던져주는 애정에 만족하고 살기엔 우리 중장년은 젊고 스마트하고 건강하다. 애정취약계층이 될 필요가 없다. 그게 이른바 나이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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