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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6 09:18 | 수정 : 2016.09.06 09:30
세계기록유산총회, 9월 5일~10일 코엑스에서
유네스코는 인류 공통의 자산을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1992년부터 '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전 세계의 의미 있는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총 348건의 기록물이 등재돼 있다. 독일이 21건으로 가장 많고, 영국과 폴란드(14건)가 두 번째이다. 우리나라가 오스트리아·러시아와 함께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13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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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함께 기억해야 할 '세계기록유산'…한국 13건으로 아시아 최다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은 인류가 함께 기억해야 할 소중한 역사적 기록물을 말한다. 세계기록유산 사업은 인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기록 유산이 미래 세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보존·보호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1992년에 시작했다. 1997년에 첫 등재가 이루어졌고, 지금까지 107나라의 기록 유산 348건이 등재되었다. 한마디로 인류의 기념비적 기록이요, 동서고금의 지식과 지혜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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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등재 숫자도 적지 않지만 등재 이유도 다채롭고 의미 깊다. 전통 시대 기록물은 하나같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독창성을 띠고 있다. 또 당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역작이다.
고려의 기록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직지)과 가장 완전한 목판 불교 경전(대장경)으로 불교 문화의 정수이다.
조선의 기록물은 세계에서 가장 상세하고 종합적인 왕조의 역사 기록물(실록), 수백 년 동안 작성한 방대한 국정 일지(승정원일기와 일성록)와 최고 군사 지휘관이 직접 매일 작성한 군중(軍中) 일지(난중일기),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과정과 원리를 밝힌 서책(훈민정음), 수백 년 동안의 유교 의식에 관한 글과 그림(의궤), 유교 이념에 관한 목판(유교책판), 동아시아 의학 이론을 집대성한 기록(동의보감)으로 유교 문화와 시대정신의 결정체이다. 현대의 기록물은 한국 현대사의 극적인 장면에 관한 것이다. 분단과 전쟁에 따른 이산의 아픔, 빈곤 퇴치와 농촌 개발의 모범 사례, 민주화 운동의 전환점이 된 사건 등 인류가 함께 나누고 간직해야 할 기억이자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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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은 기록을 남기는 데 놀랍도록 정성을 쏟았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그런 사실을 잘 엿볼 수 있다. 실록은 실록청을 세워 엄정하게 편찬하였다. 그 내용은 국왕조차 볼 수 없었다. 또한 사본(寫本)을 여러 질 만들어서 분산 보존하여 전쟁과 재난으로부터 보호하였다. 나아가 정기적으로 사관(史官)을 보내어 바람을 쐬는 포쇄를 실시해 훼손을 막았다. 기록의 편찬과 보존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은 감동을 넘어 영감을 준다. 우리는 찬란했던 과거의 기록 문화를 자랑하고 거기에 기대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 영광스러운 성취뿐 아니라 정신까지 온전히 이어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기록원은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기록 문화 수준을 높이려면 일부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사회 전반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가 자랑하는 기록 문화 전통의 현대적 부활과 이를 통한 '기록 한류(韓流)'도 가능해진다. /이진영 국가기록원 기록관리교육센터장
100여국 2000명 참가… 세계 3대 문화총회 다 개최한 셈
세계기록총회는 국내외에서 참가하는 기록관리 전문가를 위한 행사이지만 관심 있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 행사장 주변에서 부대행사로 열리는 산업전과 기록전이 그렇다.
코엑스 3층 C1홀과 D1홀에 마련되는 산업전은 국내외 기록관리 관련 산업체와 공공기관이 기록관리 관련 기술·제품·자료를 전시한다. 90개 부스로 구성된 산업 부스는 삼성전자·LG CNS·구글·소니 등 글로벌 기업과 전문 중소기업들이 대용량 광디스크, 풍속화 디지털 전시, 문화재 3차원 측정기, 고속스캐너 등을 전시한다. 60개로 이루어진 공공 부스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국학진흥원, 청주고인쇄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소장 자료와 사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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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현안은 전자기록 관리체계의 고도화
기록 관리가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주요 기능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00년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였다. 그 후 기록 관리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국민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권리 보호나 학술 연구 등에도 기여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현안은 전자기록 관리체계의 고도화이다. 전자정부 추진에 따라 현재 대부분 기록이 전자적 형태로 생산되고 있다. 전자기록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손쉽게 기록에 접근하고 재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술과 시스템 의존성이 매우 높아서 생산 시점부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진본성 훼손, 데이터 유실 같은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2007년부터 국가기록원은 전자기록 관리 프로세스 마련과 시스템 구축 등 관리체계를 준비하였으며 지난해에는 250만여 건의 전자기록을 본격적으로 이관받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유형의 전자기록과 다양한 행정정보 데이터 세트 등을 관리하고 전자기록의 안전한 장기 보존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전자기록 관리체계를 고도화하여야 한다.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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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독립·투명성 제고하는 계기로
"천재의 기억보다 바보의 기록이 낫다"는 말이 있다. 천재적이라서 더욱 위험할 수 있는 자기중심적 기억은 객관적 기록을 통해 교정된다. 이러한 교정의 과정이 축적되면서 인류 문명이 진보해왔다.
흔히 나일강을 비롯한 오리엔트 하천 문명, 지중해 문명, 대서양 문명, 태평양 문명의 흐름으로 문명사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기도 한다. 그 저변에는 상형문자나 쐐기문자, 라틴어, 근대적 민족어, 민족어에서 세계적 보편어(lingua franca)가 된 영어로 된 기록 등이 축적되어 왔다. 황하를 중심으로 발전했던 중화 문명도 한자(漢字)로 된 기록물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졌다.
시공간을 넘어 이루어지는 기록을 통한 소통이 공동체의 발전과 팽창을 추동하고, 그러한 소통의 부실이 공동체의 약화와 소멸을 초래했다.
이번에 세계기록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은 세계 기록 문화의 최첨단을 공유하고, 한국의 기록 문화를 세계 기록 문화의 발전 체계 속에 접맥시키는 한편 한국 기록 문화 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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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소실돼가는 근현대 한국 기록의 보존 및 정리를 통해 내실을 기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이 직접 쓰고 말한 기록을 집대성하여 문화재로 보존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도서관에 '김일성전집' '박헌영전집'은 있어도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전집은 없다. 역대 대통령 문집을 발간하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남긴 기록도 개인적 호오와 공과를 떠나 시대적 상징성과 함축성이 크다. ▷기사 더보기
세계기록총회의 서울 개최는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대내적으로는 우리 기록인들의 안목과 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도 높아질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한국 기록 관리의 전통과 노하우를 세계로 전파하는 '기록 한류(韓流)'의 본격적 출발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홍윤식 장관은 "이번 총회가 식민지를 거치며 단절됐던 우리나라의 기록 강국 위상을 되찾는 기록 문화 르네상스의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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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총회는 국내외에서 참가하는 기록관리 전문가를 위한 행사이지만 관심 있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
- 가장 큰 현안은 전자기록 관리체계의 고도화 이상진 국가기록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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