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민족사의 재발견

나치를 떨게 한 스위스의 정신 방위

화이트보스 2016. 9. 7. 11:13



나치를 떨게 한 스위스의 정신 방위

입력 : 2016.09.07 06:53

이길성 베이징 특파원
지난달 훈련 중이던 스위스 공군 전투기가 알프스에서 실종됐다. 산맥 어딘가에 추락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뉴스를 읽는데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알프스의 나라'를 떠올리는 게 어색했다. 스위스는 평화로운 영세중립국 아닌가. 그러나 이미지만 그랬다. 안보 관점에서 살펴보니 의외로 단단한 나라임을 알게 됐다.

스위스는 독일·이탈리아·프랑스·오스트리아 등 강국에 둘러싸인 팔자 사나운 나라다. 2차 세계대전 때의 일이다. 나치 독일은 침공설을 계속 흘리고 정치·경제·군사적 위협을 가하면서 스위스를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끝내 스위스를 공격하지 못했다. 스위스의 단호한 대응이 독일의 침공 의지를 꺾었기 때문이다.

인구도 군사력도 빈약한 스위스가 내민 것은 '정신 방위'라는 기치 아래 똘똘 뭉친 국민의 기세였다. '국민 모두가 군인이고 내가 선 곳이 요새'라며 '침공할 테면 해보라. 우리가 이길 수는 없겠지만 너희도 괴멸에 가까운 손실을 볼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독일은 그 각오를 말뿐인 협박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가난한 조국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다른 나라 용병으로 뛸 때 스위스인들이 발휘한 용맹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눈에 뻔히 보이는 '전략적 손실' 앞에서 독일은 야욕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고슴도치 전략'으로도 불리는 스위스의 방어 태세는 "우리 말고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안보에 대한 각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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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김천 주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국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스위스 정보국(NDB)이 올해 연례보고서에서 "스위스 내에서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제네바와 바젤의 중국 공자학원을 요주의 리스트에 올렸다. 마르쿠스 자일러(Seiler) 정보국장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은 스위스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공자학원은 영향력 확대를 위한 중국의 전략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2대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외교·안보적 영향력은 남중국해를 벗어나 머잖아 전 지구적인 수준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경고는 스위스에 막 차이나머니가 밀려드는 시점에 나왔다. 요즘 스위스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무역이 폭증하고 유커(遊客)가 몰려든다. 중국에서 거의 8000㎞나 떨어진 스위스의 대응은 안보가 총칼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일깨운다. 중국의 지구 반대편 나라조차 중국의 위협을 경계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간 중국의 급성장에서 나오는 단물에 취해 정부·기업·국민 할 것 없이 온 나라가 스스로 약점을 키워온 것 아닌가.

항저우(杭州)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한국과 미국을 향해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의 사드 공세가 어떤 형태로든 재개될 것이다. 집회 현장마다 사회자로 등장하는 한 연예인은 사드 반대 집회장에서 "왜 안보 문제의 대안을 국민에게 요구하느냐? 그런 거 하라고 대통령, 국회의원 뽑은 것 아니냐?"고 했다. 국민의 결의에 찬 태세를 안보의 핵심이라 여기는 스위스인들이 이 말을 들으면 뭐라 하겠는가.
 
中 앞서 작아지는 韓과 달리 亞 '새로운 호랑이'로 떠오른 나라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