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12일 서울 서초구 한 일식집은 메뉴판에 ‘김영란 정식’을 포함시켰다. [뉴시스]
[김영란법 D-9] 이러면 위법
100만원과 ‘3·5·7’, 허용의 기준

12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김영란법 강연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권익위원회 곽형석 부패방지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③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스승의 날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의 학부모 B씨로부터 2만원짜리 카카오톡 음료쿠폰을 받았다. A씨는 ‘5만원을 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그냥 쿠폰을 받았다. 하지만 김영란법에선 교사가 해당 학생에 대한 지도 및 평가를 담당하기 때문에 5만원 이하의 선물을 제공했더라도 위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허용되는 경우는 ‘직무 수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제공되는 3만원 이내 간소한 음식물이나 교통·통신’ 등이다. 국민권익위에서는 A씨의 음료쿠폰 사례에 대해선 “직무 수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제공된 물품으로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공익이 아니면 사소한 청탁도 위험
④ 군 입대를 앞둔 A씨는 요즘 인기가 높은 의무경찰에 지원했다. 지방 경찰청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A씨의 삼촌은 조카에겐 말하지 않고 해당 경찰청 간부인 B총경을 만나 “의무경찰에 합격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B총경은 의경시험을 담당하던 C경정에게 “A씨가 체력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눈감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경우 A씨의 삼촌은 조카를 위해 부정청탁을 했기 때문에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이를 수락한 B총경에겐 더 무거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면 청탁 대상이었던 A씨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김영란법은 본인이 청탁 대상이더라도 이를 모르고 있었다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부정시험 청탁을 했던 A씨의 삼촌보다 B총경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이유는 공무원에게 가중처벌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⑤ 외국인 노동자 A는 한 국립대 병원의 유명 의사에게 검진을 받으려고 접수를 문의했다가 “대기자가 많아 며칠을 대기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A는 사회단체기관 직원 B씨를 찾아가 “날짜를 조정해 줄 수 없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를 딱하게 여긴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병원 관계자에게 부탁해 진료일을 조정해 줬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국립대도 공공기관에 해당하기 때문에 치료 순서를 앞당겨 달라고 해도 청탁에 해당된다. 비록 B씨가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외국인을 도우려는 순수한 마음이었다고 해도 엄연히 위법이다. A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고, 사회단체 직원 B씨에게는 2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병원 관계자도 2000만원 이하 과태료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김영란법에서 허용하는 것은 공익적 목적이 있는 청탁뿐이다. 예를 들어 한우가 유명한 경북 지역의 주민 A씨가 “김영란법 때문에 고가의 선물세트가 잘 팔리지 않아 축산업이 어려워졌다”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B씨를 만나 김영란법 개정안을 부탁하는 경우다. 이는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민권익위는 부정청탁에 대응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처음 부정청탁을 받으면 거절의사를 명확히 해야 하고, 그래도 부정청탁을 받는다면 상·하급자 등의 핑계를 대거나 바쁜 업무 혹은 선약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접촉을 피하라고 권했다. 부득이 만나게 될 경우엔 민원실 등 공개된 장소를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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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