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제도(葬事制度) 개선을 위해 대통령님께 드립니다
2016년 9월 19일
단국대 명예교수 박동운 드림
장사제도 개선을 위한 진정서입니다
나라 발전을 위해 전력투구하시는 대통령님께 감사와 격려를 드립니다.
우리나라의 장사제도 개선을 위해 진정서를 드립니다.
우리나라의 산은 어디를 가나 무덤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현재 분묘 면적은 1,000㎢나 되어 전 국토의 1%에 이르고, 무연고 묘는 900만 기(基)를 넘습니다. 여기에다 해마다 새로운 분묘가 17만여 기씩 증가하여 국토가 여의도 면적만큼 잠식되어 갑니다.
이를 보다 못해 저는 7년 전쯤까지 10여 년 동안 전국의 산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산이 분묘와 무연고 묘로 훼손되어 가는 증거를 모아 사진첩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산에는 천 년 만 년 가도 모서리 하나 망가질 것 같지 않은 화강석으로 조상 묘를 탑처럼 장식한 경우도 있었고, 어떤 산에는 자손의 무관심 때문에 3미터가 넘는 석재 묘비가 땅바닥에 나자빠져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아름다운 산이 무연고 묘와 버려진 석재 묘비로 훼손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써서 우리나라의 장사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해 왔습니다.
장사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장사문화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국민의 80% 이상이 화장을 원하고, 40% 이상이 자연장을 원한다고 합니다.
이 같은 국민의 인식 변화에 맞춰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오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 5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률>이라 함)을 개정하여 2008년 자연장(自然葬)(樹木葬, 花木葬, 잔디장 또는 平葬)을 도입했고, 2016년에는 ‘가족 수목장 조성 절차’를 간소화했습니다.
그러나 자연장지도 수요를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현재 전국의 공설 자연장지는 23곳, 사설 자연장지는 겨우 330개뿐인 데다 비용마저 만만치 않습니다. 한 예로, 서울 근교에서 수목장 비용은 2,000만 원대에 이릅니다. 정부는 2017년까지 공설 자연장지를 17개 더 늘릴 계획이지만 그래도 수요는 턱없이 부족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대안을 제시합니다.
대안은 ‘종중·문중 묘지(先山)’를 자연장의 하나인 ‘잔디장(平葬)지’로 바꾸는 것입니다
대안은 현행 장사제도를 모두 그대로 둔 채,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몇 가지 규제를 완화하여 ‘기존의 종중·문중 묘지(선산, 先山)’를 자연장의 하나인 ‘잔디장(평장, 平葬) 지’로 쉽게 바꿀 수 있게 허용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이에 관한 설명입니다.
1. ‘기존의 종중·문중 혈연공동체’는 존속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인 ‘혈연공동체’(종중과 문중)는 존속되어야 합니다. 현행 장사제도는 선조들이 ‘先山’을 마련하여 혈연공동체를 유지하려 했던 전통문화와 크게 다릅니다. 여유 있는 집안은 문중·가족 묘지를 마련하여 혈연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지만 국민 대부분은 장지 구입의 어려움, 비용부담, 규제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다 공설묘지, 봉안당 등은 안치 기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법률> 제19조에 따르면, 안치 기간은 ‘15년씩 3회’로 제한되어 있음) 이 같은 장사제도 때문에 우리는 머지않아 ‘조상의 뿌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2. 기존의 종중·문중 선산은 잔디장지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산은 어디를 가나 선조의 분묘를 모신 ‘선산’이 있습니다. 이 선산이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종중·문중 잔디장지’로 쉽게 전환된다면 장사제도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인 ‘혈연공동체’도 길이길이 존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기존의 선산 분묘 묘지를 종중·문중 잔디장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2) 종중·문중 잔디장지에 안치하는 시신은 화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화장을 의무화하려면 국회 입법이 필요하므로 이는 추후에 국회가 추진할 과제입니다. 국민의 80% 이상이 화장을 원하므로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3) 종중·문중 잔디장지 면적은 현행 <법률>대로 (시행령 제21조 제1항 관련 ‘사설자연장지의 설치기준’), “종중 또는 문중별로 각각 1개소만 조성할 수 있으며, 그 면적은 2000㎡(약 600평) 이하”를 따르면 됩니다.
(4) (저의 제안인데) 잔디장 1기당 안치면적은 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약 0.6평)를 초과하지 못하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참고: 저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한 교회는 60평 잔디장에 200기를 안치했는데, 이는 1기당 약 0.3평이 소용된 셈입니다. 종중·문중 잔디장지는 후손들을 감안해서 1기당 2㎡ 이하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5) 잔디장의 개별표지 면적은 현행 <법률>(시행령 제21조 제1항 관련)대로, 150㎠로 합니다.
3. 규제가 완화되어야 합니다
<법률> 제17조는 ‘묘지 등의 설치 제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묘지 등의 설치 제한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수도법’, ‘문화재보호법’,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다 <법률>의 시행령 제22조 “묘지 등의 설치 제한지역‘에 따르면, 11가지 규제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들 조항은 합리적이라고 판단되지만 저로서는 문외한이어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이 가운데 <법률> 제14조 제6항 관련, 이어 시행령 제15조 관련 ‘3. 종중·문중묘지’의 바 2)에서 묘지 설치는 “20호 이상의 인가밀집지역, 학교, 그밖에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50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시행령 제15조 ‘개인묘지와 가족묘지’의 경우에는 2015년 7월 20일 개정에서 ‘500m에서 300m로’ 줄었는데 종중·문중묘지는 500m 그대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2016년 8월 29일에 개정된 ‘사설자연장지의 설치기준’을 보면 ‘개인·가족자연장지’나 ‘종중·문중자연장지’의 경우에 “20호 이상의 인가밀집지역, 학교, 그밖에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얼마나 떨어져야 하는가에 관해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이 경우에도 2015년 7월 20일 개정된 개인묘지와 가족묘지의 경우처럼 ‘300m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선산을 마련했지만 도시화 과정에서 주택 건설이 산 쪽으로 확대되면서 지금은 마을이 종중·문중 묘지에 인접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규제는 완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와는 장사문화가 다른 이유 때문이겠지만 독일, 일본, 아일랜드 등은 묘지가 동네 한 복판에 있습니다. 이들 나라는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한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 ‘현대’를 살아가고 있어서 ‘산 자와 죽은 자’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삶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4. 광역시도 잔디장 설치가 허용되어야 합니다
광역시도 필요에 따라 구청별로 잔디장 설치가 허용되어야 합니다. 전국 거의 모든 광역시는 행정구역 개편으로 면, 군, 시가 편입되어 형성되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광역시에서는 무조건 사설묘지 설치가 금지된다면 제가 제안하는 장사제도 개선은 빛을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광역시의 경우에도 <법률>의 시행령 제21조 제1항 관련 ‘사설자연장지의 설치기준’에 따라 구청별로 ‘종중 또는 문중별로 각각 1개소씩’ 허가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종중·문중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종중·문중 해체로 종중·문중 자산은 소멸되고 말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종중·문중이 소유 자산을 바탕으로 ‘종중·문중 장학재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예: 공익재단 설립 시 정부로 귀속되는 돈의 액수 등)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종중·문중 장학재단’은 종중·문중 묘지, 곧 ‘종중·문중 잔디장지’를 중심으로 혈연공동체 존속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경주 이씨 ‘은계장학재단’은 이에 관한 좋은 예입니다.
5. 기존의 선산 묘지를 잔디장지로 쉽게 전환해 주세요
이 진정서는 제가 20여 년 동안 고심해 온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장사제도는 앞으로 소중한 전통문화인 ‘혈연공동체’를 존속시키면서 비좁은 국토 활용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어서 우리나라의 장사제도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하리라고 기대됩니다. 주은래가 ‘중국은 땅이 좁으니 자신을 화장시키라’고 유언하여 중국은 화장법을 도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대통령령으로 몇 가지 규제를 완화하여 기존의 선산 묘지가 잔디장지로 쉽게 전환될 수 있게 허용하신다면 우리나라의 장사제도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혈연공동체도 소멸하지 않고 존속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됩니다. 잔디장 사진을 뒤에 첨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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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차씨 잔디장(평장) 모습 (경남 남해군 고현면 갈화리 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