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소각로 연구만 25년…"우아한 연구는 없다"
심성훈 기계연 박사, 고온 FGR을 이용한 MILD 연소기술 개발…유해물질 대폭 감소
"신기술 개발로 환경오염도 해결"…"좋아하는 연구 지금까지 하는 자체가 행복"
2015.12.07
박은희 기자 (kugu99@hellodd.com)
먹고, 마시고, 쓰며 발생한 쓰레기가 매일 수십만 톤씩 쏟아져 나온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당 폐기물발생량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4위. 쓰레기 매립률도 15.6%로 선진국들보다 높아 매일 7600톤에 이르는 쓰레기가 땅속에 파묻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쓰레기 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더 이상 매립이 해결책으로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폐기물 소각 시 다량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소각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시스템연구실 심성훈 박사팀.
연구팀이 개발한 '고온 FGR을 이용한 MILD 연소기술'은 소각할 때 인체에 해로운 질소산화물(NOx)을 기존 대비 40% 정도 줄일 수 있다. 고온 FGR(Flue Gas Recirculation, 고온 배기가스 재순환)는 냉각된 후의 배기 가스를 재순환하는 기존 방식을 뒤집은 것으로 연소실 출구의 고온 배기가스를 재순환하는 기술이다.
최근 소각로가 설치된 전라남도 도서 지역을 오가는 심 박사를 바쁜 일정 속에 만나 기술개발부터 상용화까지 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엇보다도 먼저 소각기술 상용화의 성공 비법을 물으니 "운이 좋았다"고 겸손한 답변을 꺼내 놓는다.
"2009년부터 신기술을 도입한 소각로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연구를 마쳤을 때 우리 기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기업이 기술이전을 요구해 왔어요. 때마침 전라남도에서는 소각로 설치를 추진 중이었죠. 연구소의 기술력, 기업의 추진력, 지자체의 요구사항 등 3박자가 고루 잘 맞아 떨어진 결과였습니다."
기술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지만 그 안에는 '신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각기술은 폐기물 소각로에서 다량 발생하는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를 줄여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감소시켰고, 그 덕에 설치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지역인의 만족도가 높다.
연구팀은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고온 연소가스를 재순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 방식은 소각로에서 빠져나와 한 번 냉각된 저온상태의 배기가스를 재순환시키는 것으로 연소가 불안정해지고 질소산화물의 감량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연소실 출구부의 고온 연소가스가 식기 전에 재순환하는 신기술을 적용해 연소의 안정화와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 향상을 동시에 잡았다.
사실 연구팀이 소각로에 적용한 MILD(Moderate and Recirculation:고온 배기가스 재순환) 연소기술은 이미 1990년 중반에 나온 기술로 활용되고 있지만, 폐기물 소각로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것은 연구팀이 세계 최초다.
심 박사는 "현재는 소각로에서 질소산화물이 배출되면 환원제와 촉매제를 이용한 후처리를 통해 환경기준치를 맞춰왔다"며 "이번 기술은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다량으로 발생하던 질소산화물을 별도 후처리 설비 없이 기존 대비 40% 정도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신기술은 소각로의 내구성을 해치는 고착물 발생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는 "일반 소각로에서는 내벽에 성장하는 암석과 같은 형태의 고착물인 클린커 제거를 주기적으로 해줘야 한다"며 "클린커 제거는 노벽이 상하게 할 수 있으며 제거 작업도 많은 위험이 따른다"며 "신기술이 들어간 소각로는 클린커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상용화가 의미를 더하는 데는 연구소와 기업 간의 오랜 협력연구가 빛을 발한데 있다. 연구소는 기술이전을 통해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기술료로 받는 계약을 체결했고, 대경에스코도 새로운 환경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교체주기에 들어선 소형 소각로 시장 개척에 큰 도움을 받게 됐다.
그는 "업체 스스로가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중소기업이 기술이전비로 3억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며 "대경에스코는 연구소와 패밀리기업으로 기업이다. 기업이 중형급 소각로까지도 기술을 적용하려면 연구소의 지원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 폐기물 소각로 연구만 25년…"연구원 노벨상인 최우수연구상도 수상"
25년. 심 박사는 폐기물 소각로 연구만 매진해 왔다. 소각기술이 전무한 상태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럴싸한 연구들을 뒤로하고 폐기물 소각을 연구했는지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연구자들에게 우아한 연구는 없다"고 웃어 보이며 "좋아하는 연구를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 말했다.
"기술 연구를 위해 김포에 있는 소각로 제작 업체를 찾아갔죠. 당시엔 차가 없어 버스를 타고 가서 김포읍에 여관을 잡았어요. 산 넘고 공동묘지를 지나가야 업체가 있어죠. 그렇게 힘들게 갔는데도 직원들은 연구원이 뭐하러 왔냐며 소 닭 보듯 했었어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그는 소각기술 연구 2년여 만에 첫 성과를 냈다. 폐기물을 열분해 시켜 카본 상태로 만든 후 다시 태우는 '열분해 소각로'를 만들었다. 이후 보다 진보된 '하향통풍식 화염건류소각시스템'을 내놨다. 이는 신기술로 인정 돼 '제1회 환경기술상'을 받았으며, 연구원에서도 노벨상으로 불리는 '최우수연구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하향통풍식 화염건류소각시스템은 환경신기술로 인정을 받은 것은 지자체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증명"이라며 "당시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은 이를 이용해 최근까지도 영업을 해 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상용화 한 '고온 FGR을 이용한 MILD 연소 기술'은 가스, 액체, 고체 상의 거의 모든 연료에 적용이 가능해 발전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 가스터빈연소, 공업로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연소를 이용하는 부분에서는 모두 사용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대형 소각로와 석탄화력발전소 등과 같은 대규모 연소설비에 기술을 적용하는 것. 현재 가동 중인 소각로는 중소형급으로 하루 7톤 정도의 소각 용량을 갖지만, 대도시에 쓰이는 소각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하루 200톤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석탄화력발전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중간단계에 1메가와트급의 연소장치를 필요로 한다. 이는 현재 연구소에 있는 연소장치의 100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심 박사는 "대형소각로는 주로 대형 건설사들이 만든다. 대형 건설사은 자체 개발한 기술이 없는 상태로 외국 기술에 의지해 만들고 있다"며 "국내 기술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 이젠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을 지닌 만큼 국내 기술의 활용이 많아 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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