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텔스 이지스 구축함인 줌왈트. 제주기지에 배치되면 중국 라오닝 항모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다. 적 레이더에 잘 피탐되지 않으니 북한과 중국 수역으로 귀신처럼 침투할 수도 있다. 적 미사일을 종말 단게에서 요격하는 SM-6를 탑재하고 있어 해상사드 역할도 할 수 있다.
줌왈트 제주에 배치 가능성 높아져.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지난달 하와이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단에게 줌왈트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조용히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2월 7일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줌왈트 한국배치 언급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웠기 때문이다.
줌왈트의 배수량은 1만4000t인데, 건조 비용은 세계 최대인 미국의 로럴드 레이건 핵추진 항모(약 10만t)의 절반에 육박하는 44억 달러(5조1천600억 원)이다. t당 제작비로는 세계 최고인데, 비싸진 이유는 스텔스 기능 때문이다. 이러한 줌왈트가 한국의 제주나 진해기지에 긴급히 배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한 7함대로 한반도 수역을 방어한다. 그런데 서해는 수심이 낮아 항모 작전에 애로가 있다. 때문에 충청남도의 격렬비열도 이남 바다까지만 들어가 작전하고 있다. 그러나 줌왈트는 낮은 수심이 문제되지 않고 탐지도 되지 않으니 북한 해안은 물론이고 중국 북해함대의 모항인 청도(靑島)인근, 그리고 발해(渤海)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미 해병대가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 12대를 전개시킨 스텔스 전투기 F-35B. 대형상륙함이 이 전투기를 실어 한반도 해역으로 접근하면 이 전투기는 유사시 북한 전역으로 은밀하게 침투해 정밀 폭격할 수 있다.
줌왈트 제주 배치해 라오닝 항모 견제하자
중국의 랴오닝(遼寧) 항모는 서해와 남중국해를 오가며 함재기를 이착함하는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한 랴오닝 곁에 ‘귀신’처럼 줌왈트가 접근한다면 중국은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이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의 공식 발언까지 나오게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미국 이지스 구축함은 SM-3를 싣고 있다. SM-3는 우주 비행을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한다. 때문에 그 또한 높이 올라가야 하기에 초대형이다. 줌왈트는 그것의 반 정도인 SM-6를 탑재한다. 미사일은 공기 마찰이 없는 우주를 날고 있을 때보다, 지구 중력이 작용하는 상승 단계일 때 속도가 느리다. SM-6는 상승 단계에 있는 ICBM을 격추한다.
중국은 미국의 항모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대함 핵탄도미사일인(ASBM)인 동풍-21을 실전배치했다. 동풍-21은 함대를 향해 떨어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인데, SM-6는 그것도 전문으로 요격할 수 있다.육지에서는 사드가, 해상에서는 SM-3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잡는무기인 것이다.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포대는 48개의 미사일을 장전한다. 줌왈트는 이론상 320발의 SM-6를 싣는다(그러나 SM- 3등 다른 미사일을 실으면 그만큼 SM-6는 줄여야 한다). 사드와 줌왈트를 배치한다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무수단이나 중국의 동풍-21에 대한 시름을 크게 덜 수 있다.
2월 7일 미국과 일본은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양국이 공동개발해온 SM-3 블록2A를 시험발사해 표적(발사된 미사일) 요격에 성공했다. 양국은 이 미사일을 일본에 배치해 MD(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는 사드, 일본에는 SM-3 블록 2A라는 철모를 씌워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소리소문 없이 오키나와 북쪽 바다에 전개한 것으로 보이는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 사드 레이더보다 훨씬 정밀하게 탄도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다.
지난 1월9일 미국은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를 극동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시추선처럼 같은 해상 구조물에 올라가 있는 이 레이더는 사드 레이더와는 비교가 안 되는 초정밀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던져진 야구공을 뉴욕에서 탐지하는 정도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1600여km 떨어진 바다에 이를 배치할 것이라고 했었다. 한 소식통은 이 시설이 현재 오키나와 북쪽 바다에 고정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9일 미 해병대는 스텔스인 F-35B 12대를 FA-18 60대와 함께 큐슈의 이와쿠니 기지에 추가 배치했다. 이는 미국이 스텔스기를 외국에 상시 배치한 최초의 경우다. 이러한 F-35B가 오키나와에 있는 대형상륙함에 실려 줌왈트와 함께 제주도 인근으로 온다면 랴오닝 항모는 도주하고 북한과 중국 동부 지역은 경보를 울려야 할 것이다.
2003년 이라크전 때 6척의 항모를 투입했던 미국이 지금 동북아에 3척의 항모(로럴드 레이건, 존 스테니스, 칼 빈슨)을 배치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라크전 당시 미국은 이라크 주변에 충분한 공군기지를 확보하지 못했기에 6척의 항모를 투입했다. 그러나 일본(5공군)과 한국(7공군), 괌(13공군)에는 미 공군이 주둔해 있는데다, 미국은 미 공군은 한국과 일본 대만 공군도 움직일 수 있으니, 동북아이 범 미국계 항공력은 이라크전 때를 능가한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 다탄두 발사 시험해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다탄두 대륙간탄토미사일인 동풍-5C 발사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1월 10개의 탄두를 실은 동풍-5C 시험발사했다고 발표했다(날짜는 미공개). 흥미로운 것은 산서성 태원(太原)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은 축소 비행을 해 위구르 자치구의 사막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중국은 땅이 넓은 덕택에 탄두를 자국 영토 안에 떨어뜨린 것이다. 핵전쟁을 결심하지 않는 한 미국은 이러한 탄두를 요격할 수가 없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북한은 축소 발사를 하지 않는데다 영토도 좁아 공해(公海)에 탄두를 낙하시켜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비밀리에 발사한 미사일을 즐비하게 깔아놓은 레이더로 포착해 정확히 요격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은 실전에서 MD체제가 가동을 확인한 것이 되고, 북한은 노발대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 순간 한반도와 동북아는 초긴장으로 치닫는다. 북한이 보복을 다짐하면 줌왈트와 F-35B를 필두로 한미 해·공군이 긴급히 작전에 들어가기에 북한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행위를 비난할 수는 있어도 북한 편을 들기는 어렵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제제를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caption id="attachment_8118" align="alignnone" width="400" caption="북한의 은하-3호는 ICBM으로 전환될 수 있다.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하기로 한 대상이라 발사되면 미국은 요격할 수도 있다--사진 위키피디아"]
트럼프는 북한 미사일 요격을 결심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행정명령을 통해 유세 시 공약했던 것들을 빠르게 실행하려던 트럼프는 반(反)이민법에 대한 저항이 거치면서 뒤뚱거리고 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한 때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미국이 요격한다면 트럼프는 미국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
ICBM으로 전환될 수 있는 은하 발사체를 쏘는 평북 동창리 발사장과 무수단을 실은 TEL(이동식 발사차량)이 자주 전개되었던 원산의 갈마비행장 등은 정기적으로 한미일 위성이 감시하는 곳이 되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요격은 한국이 탄핵 정국도 변모시킬 소재가 될 수 있다. 2월16일은 죽은 김정일의 75회 생일로 공휴일이다. ‘꺾어지는 기념일’인 만큼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을까 정보기관은 대비를 강화해왔는데, 2월 12일 아침 북한은 동해로 무수단으로 보이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배타적 경제수역(EEZ)과는 별도로 군사수역을 설정해놓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군사수역을 살짝 넘기는 형태로 이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보인다. 이 미사일이 무수단이라면, 북한은 고각 발사를 한 것이 틀림없다. 제대로 발사해 일본 열도를 넘기거나 일본 가까운 동해에 떨어졌다면 미국이나 일본은 이지스함으로 요격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이 부담스러워 북한은 요격당하지 않도록 군사수역을 살짝 넘겨 미사일을 쏜 것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간 보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대처할 수 없는 곳을 기발하게 찾아내 도발함으로써 세 나라의 약을 올리면서 북한의 기세를 올리는 것이다. 이는 2010년 연어급 잠수정에서 쏜 CHT-02D 어뢰로 천안함을 격침시킨 것과 같은 방법이다.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을 상상하라’는 정보와 작전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격언으로 여겨진다. 북한은 한미일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내 도발을 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기세를 올리며 세 나라를 긴장시키려 한다.
유엔 안보리는 여덟 차례나 대북 제재안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 제제안은 강력히 시행되고 있다. 중국이 협조하지 않아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에 굴복할 수가 없다. 그들은 도발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김정은을 상대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상당기간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의지를 간파한 북한은 트럼프의 방어망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미사일을 쏘는 도발을 했다. 이 얄미운 행동에 트럼프는 어떻게 대응할까. 트럼프의 의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지다. 우리는 트럼프에게 대북 문제를 맡길 것인가, 우리가 담당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1차 북핵위가가 터져나온 1993, 1994년 김영삼 정부는 북핵 문제를 미국으로 넘겨 전형적인 엉터리 북핵 해결안이 제네바합의가 나오게 했다. 그 합의 때문에 북한은 귀중한 시간을 벌어 핵을 완성해갈 수 있게 되었고 붕괴를 모면했으며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까지 받아냈다. 그때 대한민국 국민들이 단호한 결심을 했다면 작금의 위기는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결심하지 못하고 트럼프가 결심한다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은 미국에 넘어간다. 지금이 대한민국이 결심해야 할 때이다. 바로 지금.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행동을 해야 한다.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이정훈 에 대해
hoon@donga.com 주간동아 편집장과 논설위원 등을 거친 동아일보 기자. 묵직하고 심도 있는 기사를 많이 써 한국기자상과 연세언론상, 삼성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국방과 정보 원자력 우주 해양 산악 역사에 관심이 많고 통일을 지론으로 갖고 있다. 천안함 정치학, 연평도 통일론, 한국의 핵 주권, 공작, 발로 쓴 반동북공정 등을 저술했다.
기자 인터뷰 보기 - "국정원 신화 벗기고 싶었다"by 이정훈 on 2월 12, 2017 in 국방, 통일

미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텔스 이지스 구축함인 줌왈트. 제주기지에 배치되면 중국 라오닝 항모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다. 적 레이더에 잘 피탐되지 않으니 북한과 중국 수역으로 귀신처럼 침투할 수도 있다. 적 미사일을 종말 단게에서 요격하는 SM-6를 탑재하고 있어 해상사드 역할도 할 수 있다.
줌왈트 제주에 배치 가능성 높아져.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지난달 하와이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단에게 줌왈트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조용히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2월 7일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줌왈트 한국배치 언급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웠기 때문이다.
줌왈트의 배수량은 1만4000t인데, 건조 비용은 세계 최대인 미국의 로럴드 레이건 핵추진 항모(약 10만t)의 절반에 육박하는 44억 달러(5조1천600억 원)이다. t당 제작비로는 세계 최고인데, 비싸진 이유는 스텔스 기능 때문이다. 이러한 줌왈트가 한국의 제주나 진해기지에 긴급히 배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한 7함대로 한반도 수역을 방어한다. 그런데 서해는 수심이 낮아 항모 작전에 애로가 있다. 때문에 충청남도의 격렬비열도 이남 바다까지만 들어가 작전하고 있다. 그러나 줌왈트는 낮은 수심이 문제되지 않고 탐지도 되지 않으니 북한 해안은 물론이고 중국 북해함대의 모항인 청도(靑島)인근, 그리고 발해(渤海)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미 해병대가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 12대를 전개시킨 스텔스 전투기 F-35B. 대형상륙함이 이 전투기를 실어 한반도 해역으로 접근하면 이 전투기는 유사시 북한 전역으로 은밀하게 침투해 정밀 폭격할 수 있다.
줌왈트 제주 배치해 라오닝 항모 견제하자
중국의 랴오닝(遼寧) 항모는 서해와 남중국해를 오가며 함재기를 이착함하는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한 랴오닝 곁에 ‘귀신’처럼 줌왈트가 접근한다면 중국은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이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의 공식 발언까지 나오게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미국 이지스 구축함은 SM-3를 싣고 있다. SM-3는 우주 비행을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한다. 때문에 그 또한 높이 올라가야 하기에 초대형이다. 줌왈트는 그것의 반 정도인 SM-6를 탑재한다. 미사일은 공기 마찰이 없는 우주를 날고 있을 때보다, 지구 중력이 작용하는 상승 단계일 때 속도가 느리다. SM-6는 상승 단계에 있는 ICBM을 격추한다.
중국은 미국의 항모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대함 핵탄도미사일인(ASBM)인 동풍-21을 실전배치했다. 동풍-21은 함대를 향해 떨어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인데, SM-6는 그것도 전문으로 요격할 수 있다.육지에서는 사드가, 해상에서는 SM-3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잡는무기인 것이다.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포대는 48개의 미사일을 장전한다. 줌왈트는 이론상 320발의 SM-6를 싣는다(그러나 SM- 3등 다른 미사일을 실으면 그만큼 SM-6는 줄여야 한다). 사드와 줌왈트를 배치한다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무수단이나 중국의 동풍-21에 대한 시름을 크게 덜 수 있다.
2월 7일 미국과 일본은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양국이 공동개발해온 SM-3 블록2A를 시험발사해 표적(발사된 미사일) 요격에 성공했다. 양국은 이 미사일을 일본에 배치해 MD(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는 사드, 일본에는 SM-3 블록 2A라는 철모를 씌워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소리소문 없이 오키나와 북쪽 바다에 전개한 것으로 보이는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 사드 레이더보다 훨씬 정밀하게 탄도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다.
지난 1월9일 미국은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를 극동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시추선처럼 같은 해상 구조물에 올라가 있는 이 레이더는 사드 레이더와는 비교가 안 되는 초정밀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던져진 야구공을 뉴욕에서 탐지하는 정도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1600여km 떨어진 바다에 이를 배치할 것이라고 했었다. 한 소식통은 이 시설이 현재 오키나와 북쪽 바다에 고정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9일 미 해병대는 스텔스인 F-35B 12대를 FA-18 60대와 함께 큐슈의 이와쿠니 기지에 추가 배치했다. 이는 미국이 스텔스기를 외국에 상시 배치한 최초의 경우다. 이러한 F-35B가 오키나와에 있는 대형상륙함에 실려 줌왈트와 함께 제주도 인근으로 온다면 랴오닝 항모는 도주하고 북한과 중국 동부 지역은 경보를 울려야 할 것이다.
2003년 이라크전 때 6척의 항모를 투입했던 미국이 지금 동북아에 3척의 항모(로럴드 레이건, 존 스테니스, 칼 빈슨)을 배치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라크전 당시 미국은 이라크 주변에 충분한 공군기지를 확보하지 못했기에 6척의 항모를 투입했다. 그러나 일본(5공군)과 한국(7공군), 괌(13공군)에는 미 공군이 주둔해 있는데다, 미국은 미 공군은 한국과 일본 대만 공군도 움직일 수 있으니, 동북아이 범 미국계 항공력은 이라크전 때를 능가한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 다탄두 발사 시험해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다탄두 대륙간탄토미사일인 동풍-5C 발사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1월 10개의 탄두를 실은 동풍-5C 시험발사했다고 발표했다(날짜는 미공개). 흥미로운 것은 산서성 태원(太原)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은 축소 비행을 해 위구르 자치구의 사막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중국은 땅이 넓은 덕택에 탄두를 자국 영토 안에 떨어뜨린 것이다. 핵전쟁을 결심하지 않는 한 미국은 이러한 탄두를 요격할 수가 없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북한은 축소 발사를 하지 않는데다 영토도 좁아 공해(公海)에 탄두를 낙하시켜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비밀리에 발사한 미사일을 즐비하게 깔아놓은 레이더로 포착해 정확히 요격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은 실전에서 MD체제가 가동을 확인한 것이 되고, 북한은 노발대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 순간 한반도와 동북아는 초긴장으로 치닫는다. 북한이 보복을 다짐하면 줌왈트와 F-35B를 필두로 한미 해·공군이 긴급히 작전에 들어가기에 북한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행위를 비난할 수는 있어도 북한 편을 들기는 어렵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제제를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caption id="attachment_8118" align="alignnone" width="400" caption="북한의 은하-3호는 ICBM으로 전환될 수 있다.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하기로 한 대상이라 발사되면 미국은 요격할 수도 있다--사진 위키피디아"]
트럼프는 북한 미사일 요격을 결심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행정명령을 통해 유세 시 공약했던 것들을 빠르게 실행하려던 트럼프는 반(反)이민법에 대한 저항이 거치면서 뒤뚱거리고 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한 때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미국이 요격한다면 트럼프는 미국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
ICBM으로 전환될 수 있는 은하 발사체를 쏘는 평북 동창리 발사장과 무수단을 실은 TEL(이동식 발사차량)이 자주 전개되었던 원산의 갈마비행장 등은 정기적으로 한미일 위성이 감시하는 곳이 되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요격은 한국이 탄핵 정국도 변모시킬 소재가 될 수 있다. 2월16일은 죽은 김정일의 75회 생일로 공휴일이다. ‘꺾어지는 기념일’인 만큼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을까 정보기관은 대비를 강화해왔는데, 2월 12일 아침 북한은 동해로 무수단으로 보이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배타적 경제수역(EEZ)과는 별도로 군사수역을 설정해놓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군사수역을 살짝 넘기는 형태로 이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보인다. 이 미사일이 무수단이라면, 북한은 고각 발사를 한 것이 틀림없다. 제대로 발사해 일본 열도를 넘기거나 일본 가까운 동해에 떨어졌다면 미국이나 일본은 이지스함으로 요격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이 부담스러워 북한은 요격당하지 않도록 군사수역을 살짝 넘겨 미사일을 쏜 것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간 보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대처할 수 없는 곳을 기발하게 찾아내 도발함으로써 세 나라의 약을 올리면서 북한의 기세를 올리는 것이다. 이는 2010년 연어급 잠수정에서 쏜 CHT-02D 어뢰로 천안함을 격침시킨 것과 같은 방법이다.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을 상상하라’는 정보와 작전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격언으로 여겨진다. 북한은 한미일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내 도발을 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기세를 올리며 세 나라를 긴장시키려 한다.
유엔 안보리는 여덟 차례나 대북 제재안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 제제안은 강력히 시행되고 있다. 중국이 협조하지 않아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에 굴복할 수가 없다. 그들은 도발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김정은을 상대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상당기간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의지를 간파한 북한은 트럼프의 방어망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미사일을 쏘는 도발을 했다. 이 얄미운 행동에 트럼프는 어떻게 대응할까. 트럼프의 의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지다. 우리는 트럼프에게 대북 문제를 맡길 것인가, 우리가 담당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1차 북핵위가가 터져나온 1993, 1994년 김영삼 정부는 북핵 문제를 미국으로 넘겨 전형적인 엉터리 북핵 해결안이 제네바합의가 나오게 했다. 그 합의 때문에 북한은 귀중한 시간을 벌어 핵을 완성해갈 수 있게 되었고 붕괴를 모면했으며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까지 받아냈다. 그때 대한민국 국민들이 단호한 결심을 했다면 작금의 위기는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결심하지 못하고 트럼프가 결심한다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은 미국에 넘어간다. 지금이 대한민국이 결심해야 할 때이다. 바로 지금.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행동을 해야 한다.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이정훈 에 대해
hoon@donga.com 주간동아 편집장과 논설위원 등을 거친 동아일보 기자. 묵직하고 심도 있는 기사를 많이 써 한국기자상과 연세언론상, 삼성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국방과 정보 원자력 우주 해양 산악 역사에 관심이 많고 통일을 지론으로 갖고 있다. 천안함 정치학, 연평도 통일론, 한국의 핵 주권, 공작, 발로 쓴 반동북공정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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