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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5 03:14
특검, 이재용에 5개 혐의 무더기 적용… 법조계 "영장 발부 핵심은 결국 뇌물죄"
특검 "뇌물 공여·횡령·위증에 재산 국외 도피 등 5가지 혐의"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도 영장, 기각 땐 향후 수사 동력 상실
특검 "수사 기간 연장 필요… 국회측에 의견서 제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4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 공여) 등 5가지 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이 처음 청구한 구속영장이 지난달 19일 기각된 지 26일 만에 영장을 재청구한 것이다. 특검팀은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21)에 대한 지원을 직접 담당한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의 구속 여부는 16일(목요일)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특검팀은 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부회장과 박 사장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한 혐의는 '뇌물 공여' '횡령' '재산 국외 도피' '범죄 수익 은닉'이며, 이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出捐)하고, 213억원을 최씨가 독일에 세운 스포츠 컨설팅 업체인 코레스포츠에 송금했거나 송금하기로 계약(실제 송금은 약 80억원)했으며, 최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했다면서 총 433억원가량이 '뇌물 공여액'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이 가운데 일부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회삿돈을 지원토록 지시했다면서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 측에 80억원을 송금하면서 외환거래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재산 국외 도피 혐의를 적용했고, 삼성이 수십억원을 들여 정유라씨가 탈 말을 사주었다면서 '범죄 수익 은닉'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게 무려 5가지 범죄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재청구하자 법조계에선 "특검이 이재용 구속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말이 나왔다. 만약 영장이 기각될 경우엔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 수사는 물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등 특검팀의 향후 수사가 사실상 동력(動力)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특검이 여러 혐의를 적용했지만 결국 승부는 '뇌물 혐의'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원은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며 "뇌물죄의 성립 요건인 부정한 청탁의 대가 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특검팀은 당시 2015년 7월 있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삼성이 박 대통령의 '최순실 지원' 요구에 응했다며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합병은 사실상 그해 7월 17일 이미 결정됐는데,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獨對)는 그 뒤인 7월 25일 이뤄졌다는 점 등 논리적 허점이 부각되면서 법원의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번 영장에는 '합병' 문제뿐 아니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이후인 2015년 10~12월 이뤄진 순환 출자 문제 해소,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입법 추진 등 다양한 현안 해결 목적으로 삼성이 박 대통령의 요구에 응했다는 식으로 논리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여전히 영장이 발부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핵심 중 핵심인 뇌물 혐의의 '대가 관계' 입증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번에도 역시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 측에 청탁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여서 삼성의 최씨에 대한 지원이 박 대통령의 뇌물이라는 특검 입장에도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며 "경제적 이익 공유 관계라는 주장은 지난번 법원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했다. 삼성 역시 "부정한 청탁을 한 일이 없고, 박 대통령의 강요에 따라 최순실씨를 지원했으며, 순환 출자 해소는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하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국회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물어옴에 따라 국회 측에 '수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