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 투입된 데브그루(DEVGRU·네이비실 6팀) 등 미군 최정예 특수부대가 한반도로 총출동해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FE)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수뇌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 육군 1사단 1기갑여단 전투팀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단 예하 제66기갑연대 제3대대가 8일 경기 의정부시 캠프 스탠리 훈련장에서 가상의 북한군 갱도(simulated enemy tunnel)를 점령하는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여단은 지난해 10월 미국 캔자스 주에서 주한미군으로 순환 배치된 병력으로, 올여름까지 한반도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주한미군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군 병력은 소총 등 개인화기로 무장한 채 어둠 속에서 갱도를 수색하며 기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하 갱도에 숨은 북한군 지휘부나 핵·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수색해 제거하는 기술을 숙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주한미군이 북한군 지하 갱도 점령 훈련을 먼저 공개한 건 이례적”이라며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가속화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한미군은 해당 갱도의 성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 때문에 훈련 목적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먼저 북한이 5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 갱도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에도 북한이 끝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마지막 군사 옵션으로 북한의 지하 갱도까지 병력을 투입해 핵물질을 직접 제거할 수 있다는 경고라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쓰인 맹독성 신경작용제 VX 등 북한의 생화학무기가 저장된 지하 시설을 급습하는 훈련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 내에 VX와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를 저장한 시설만 최소 6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생화학무기 저장·보관 시설 상당수가 지하에 요새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훈련 목적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생화학무기 저장 시설, 수뇌부 지하 벙커, 핵실험장 갱도 등 유사시 어떤 시설도 빠르게 점거할 수 있다는 ‘포괄적 다목적 경고장’을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수뇌부 참수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경우 북한 지휘부의 공포감을 극대화해 추가 도발 의지를 꺾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