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보성군에 있는 동물 복지형 산란계 농장 구쁘팜의 계사.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보성군 미력면 '구쁘팜', 산란계 4만4000마리에 살충제 안써
건강한 사료 주고 닭 상태 나빠져 이나 진드기 생기기 전 도태 처리
계란 30구에 1만6800원으로 일반 계란에 비해 2배 비싸지만 인기

전남 보성군에 있는 동물 복지형 산란계 농장 구쁘팜의 오성주 대표. 프리랜서 장정필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까지 치솟아 닭도 스트레스를 받는 여름철에는 계사마다 설치된 18개의 대형 환풍기를 가동한다. 물을 한 방울씩 지속적으로 떨어뜨리는 장치도 있다. 모두가 닭이 생활하기 좋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쓴 흔적들이다.
이 농장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검사를 받았지만, 살충제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항생제는 물론이고 살충제를 쓰지 않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는 게 농장 측의 반응이다. ‘입맛이 당기다’는 뜻의 순우리말 ‘구쁘다’에서 따와 이름을 붙인 구쁘팜은 지난해 동물복지 축산농장, 안전관리(HACCP) 인증을 받았다.

전남 보성군에 있는동물 복지형 산란계 농장 구쁘팜의 계사. 프리랜서 장정필
구쁘팜의 닭들은 병아리 때부터 특별한 관리도 받는다. 이 농장 측은 알에서 깨어난 지 하루나 이틀 밖에 되지 않은 병아리를 들여와 식물성 사료를 먹이고 산란계로 키운다.
상당수 농장들이 비용 절감과 편의를 위해 생후 80일 가량 된 병아리를 들여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병아리는 태어난 지 130일 이상이 지나야 알을 낳을 수 있다. 골격이 형성될 무렵, 알 낳기 전 등 엄격하게 정해진 시기에 백신을 맞는다.

전남 보성군에 있는 동물 복지형 산란계 농장 구쁘팜의 오성주 대표. 프리랜서 장정필
이 농장에서 생산되는 계란은 30개당 1만6800원으로 일반 계란보다 2배 가량 비싸지만 소비자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농장 측은 아이스팩과 함께 아이스박스에 담은 계란을 주로 택배로 판매한다. 이 때문에 구쁘팜의 계란은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생산된 지 36시간 안에 소비자에게 도착한다. 중간 유통 판매망을 거쳐 빨라도 일주일 후에나 소비자가 구매하게 되는시중의 대다수 계란과 유통 과정 자체가 다르다.

전남 보성군에 있는 동물 복지형 산란계 농장 구쁘팜의 계사.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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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는 “소비자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동물 복지형 환경에서 계란을 생산하려면 당연히 비용이 더 든다”며 “소비자들이 조금 더 돈을 지불하더라도 건강한 닭이 낳은 안전한 계란을 선호할 때 농가들의 사육 방식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성=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