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유정란

1알에 700원… 어쩔 수 없이 '金계란' 샀다

화이트보스 2017. 8. 21. 17:24


1알에 700원… 어쩔 수 없이 '金계란' 샀다

  • 채성진 기자 
  • 김충령 기자 
  • 안상현 기자
  • 입력 : 2017.08.21 03:00

    ['살충제 계란 후폭풍' 마트에선…] 

    계란 판매량 반토막 난 가운데 2~3배 비싼 '동물복지 계란' 인기
    개학 맞물려 학교 급식 대혼란… 제빵업체 매출도 20% 줄어

    20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 지하 식품 매장. 30개 한 판에 6930원인 '알찬란'(1개당 232원), 15개에 8100원인 '풀무원 목초 특란'(1개당 540원), 10개 한 상자에 6980원인 '유기농 유정란'(1개당 698원) 등 10여 종의 계란이 판매대에 쌓여 있었다.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은 '살충제 계란'의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듯 계란 코너 앞에 한참을 머무르며 포장지에 적힌 생산지와 농장 이름, 계란 껍데기에 새겨진 '난각 코드'를 꼼꼼히 확인했다.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라는 박모(35)씨는 "평소에는 일반 계란값의 3배인 '유기농 유정란'을 사 먹을 엄두를 못 냈는데,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찜찜한 느낌 때문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초등생 아들과 함께 장을 보던 김모(45)씨는 "가격은 좀 부담되지만 브랜드 제품이 안전하지 않겠느냐"며 '목초 특란'을 카트에 담았다.

    일반 계란 2~3배 값, '동물복지 계란' 잘 팔려

    '살충제 계란'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브랜드 계란이나 친환경 유정란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주요한 원인으로 닭의 밀집 사육 문제가 제기되면서 '동물복지 계란' 판매량이 뜀박질하고 있다. 동물복지란 사육부터 도축까지 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 산란계 농장의 경우 바닥 면적 1㎡당 9마리 이하를 사육하고, 별도의 횃대를 설치하는 등 조건을 갖춰야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한다. 가격이 일반 계란의 2~3배 수준으로 비싸다.

    20일 오후 이마트 서울 용산점에서 한 고객이 일반 계란(개당 232원)보다 3배 정도 비싼 개당 698원짜리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 고객은 “평소에는 일반 계란을 사 먹는데, 오늘은 비싸더라도 안전할 것 같은 제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이마트 서울 용산점에서 한 고객이 일반 계란(개당 232원)보다 3배 정도 비싼 개당 698원짜리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 고객은 “평소에는 일반 계란을 사 먹는데, 오늘은 비싸더라도 안전할 것 같은 제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이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황모(37)씨는 "운동량이 많아 면역력이 강한 닭이 낳은 계란이 더 좋다고 해서 10개에 4580원 하는 '친환경 동물복지 유정란'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한 대형 마트는 "살충제 계란 파동 이전에 비해 동물복지 계란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젠 '동물복지 금(金)계란'까지 사 먹어야 하나"며 한숨을 내쉬었다. AI(조류 인플루엔자) 사태 이후 계란 값이 전년보다 40% 이상 뛴 상황에서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 40대 주부는 "AI 사태 때는 정부가 계란 가격 인하 대책이라도 내놓았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알아서 비싼 계란을 사 먹으라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마트에서 계란 매출 반 토막… 제빵·분유업계로도 확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는 '살충제 계란' 사태로 전체 계란 매출이 이전에 비해 40% 안팎 감소한 상태다. 빵과 과자류에 계란을 사용하는 제빵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 프랜차이즈 제빵업체는 지난 17~19일 매출이 일주일 전에 비해 20% 줄었다.

    분유 제품의 성분 표기에 '계란'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온라인 육아 카페 등을 중심으로 알려지자 매일유업은 "분유에 들어가는 계란 난황(노른자) 성분은 총 331종의 잔류 농약이 검출되지 않아 검사를 통과한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계란에서 추출한 레시틴(Lecithin)을 사용하지 않는 일동후디스는 "15일 이후 제품을 구입하고 싶다는 주부들의 문의가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계란 가격은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8일 기준 계란 한 판(30개)의 평균 소매 가격은 7358원으로, 살충제 계란 사태 직전인 14일보다 3%(237원) 하락했다. 강종성 계란유통협회장은 "계란 공급량이 평소보다 5% 안팎 감소했지만, 수요가 4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계란 소비가 늘어나는 추석 명절 이전까지는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학 앞둔 학부모들 ‘급식 계란’에 신경 곤두세워

    ‘살충제 계란’ 사태가 초·중·고교 학교 개학 시기와 맞물리면서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학교는 계란 식단 조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학부모들은 급식으로 나오는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포함됐을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월곡동의 한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딸을 둔 주부 전은주(46)씨는 “살충제 계란 때문에 난리인데 학교에서는 아직 급식 관련 공지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급식에 계란 음식이 나올까 봐 도시락을 챙겨 보내야겠다”는 학부모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6일 “계란을 사용하는 식단을 변경해 급식을 제공하라”는 내용의 긴급 공문을 시내 초·중·고등학교에 보냈다. 일부 학교는 8월 식단표를 변경해 각 가정에 가정통신문으로 보내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중학교는 “급식에 사용하던 친환경 계란이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이달 말까지 계란이 들어가는 메뉴를 빼고 콩나물국이나 생선커틀릿 등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계란 성분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식단까지 파악해 금지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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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0/2017082001736.html#csidx6792323ae6f472f9c71f737d791db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