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유정란

"자연에서 뛰노니 '황금알'을 낳죠" 르포-살충제 계란 '대안'

화이트보스 2017. 9. 4. 11:24


"자연에서 뛰노니 '황금알'을 낳죠"
르포-살충제 계란 '대안' 동물복지형농장을 가다
닭운동장서 산란계 7천여마리가 하루 5천여개 생산
일광욕 하고 왕겨 섞인 흙에 털과 몸 마찰 질병 없어
20여년간 지원 한푼 못받고 적절한 판로 못찾아 애로
입력시간 : 2017. 09.04. 00:00


화순군 남면 모후산에 위치한 전남 제1호 동물복지 농장 다솔농장의 산란계들이 '운동장'에서 자유방목되고 있다.
 광주에서 1시간 거리. 화순 남면에서도 모후산 깊숙이 들어가야 나오는 전남 제1호 동물복지 산란계 축산농장인 다솔농장.

 지난 1일 찾아간 이 곳은 닭 농장인데도 여느 농장에서 나는 특유의 역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 곳 주인인 민석기(60) 대표는 "방송과 언론에서 너무 많이 찾아와 나도 피곤하고 닭들도 고생한 것 같아 걱정이다"는 말부터 건넸다.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 여파로 '선진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전남도와 도의회를 비롯해 관련 기관과 언론들이 많이 찾고 있다. ▶관련기사 3면

 다솔농장은 깨끗하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햇볕과 가축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이른바 '닭 운동장'도 확보해 산란계 7천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평사축사(축사 안 바닥장) 4동 1천322㎡와 닭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도 1만 3천233㎡에 이른다. "널따란 운동장에서 뛰놀다 보니 알의 품질도 높다"는 게 민 대표의 소신이다. 이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은 하루 5천여 개로 전국 각지로 나간다.

 민 대표는 '동물복지'니 '친환경'이니 하는 개념이 정착되지도 않았던 지난 2000년 농장을 시작할 때부터 동물복지 농장으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계란을 생산하기 위한 사육시설보다는 닭들이 행복하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솔농장에서는 7천여 마리의 닭을 닭장이 아닌 평사에서 키운다. 

 닭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에 '운동장'에 나가 일광욕을 하고 수시로 거친 왕겨가 섞인 흙에 털과 몸을 마찰시킨다. 부리로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 '그루밍(grooming)'도 진드기 퇴치에는 특효약이다. 


 "항생제는 써 본 적이 없다"는 민 대표는 "AI를 비롯해 이번 살충제 파동이 발생했을 때도 우리 농장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며 "닭들이 자연에서 건강하게 자라니 그런 질병은 우리 농장과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동물복지농장으로 정평이 났지만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농장 운영 20여 년 동안 전남도나 정부의 지원 한 푼 못 받았다"며 "'선도 농가'라는 자부심만 있을 뿐 지원은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 농장은 '동물복지 농장'과 '친환경 인증', 'HACCP'등을 받았다. 국내에서 가능한 인증들을 받은 농장이라는 자부심도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산물품질관리원 등 인증기관이 달라 애로가 있다.

 그는 "자신의 생산품을 자기가 알아서 팔아야 한다는 것이 맞는 논리이기도 하지만,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것이 관공서의 일인데 그게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항생제 계란 파동으로 '신선란 선별포장업'이라는 새로운 규제가 생겨 답답한 상황이다.

 민 대표는 "이제는 생산된 계란을 출하하기 위해 줄서서 기다려야 할 판국"이라며 "매일 생산되는 계란을 들고 이동하다보면 농장 일은 언제 하겠느냐. 이런게 탁상행정이다"고 항변했다.

 그는 "문제가 생기면 농장주들이 문제가 되는 닭이나 계란을 생산하지 않도록 뒷받침해 주지는 못할 망정 아예 축산업을 하지 말라고 내모는 꼴"이라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법을 새로 만들어 자꾸 번거롭게 하니 축산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jtsun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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