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본의 양계장를 찾다
2017년 8월 온 나라를 충격에 빠트린 살충제 달걀 파동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일본은 어떠할까?’
간토(関東)지방 도치기(栃木)현에서 최고의 달걀을 공급하는 이나미(稻見) 상점을 방문한 후에 이 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양계장을 찾았다. 안내는 ‘무루이 고이치(室井光一·51)’ 공장장과 ‘혼자와 가즈히로(本澤一宏·25)’ 사원이 했다.
나스시오바라(那須塩原) 시가지를 벗어나 고불고불 소로를 지나고, 고개를 넘어서 도착한 곳은 숲 속에 자리한 ‘와타나베 팜(Farm)’. 현으로부터 3년 연속 우수상을 받은 양계장이었다. 진입로에서 부터 눈이 내린 듯 하얀 소독약이 질펀하게 뿌려져 있었다. 필자의 검은 구두가 순식간에 흰색으로 변했다.
365일 소독약을 뿌리는 양계장의 진입로 |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AI(조류인플루엔자)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양계장의 책임자 ‘와타나베 시게루(渡邊茂·35)’씨가 필자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말했다.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자, 닭들을 만나러 가시죠.”
‘꼬끼오! 꼬끼오!’
오후 세시인데도 날이 밝았음을 알리는 듯 수탁들이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는 향수어린 닭 울음이었다. 와타나베(渡邊)씨가 닭장의 문을 열자 약 200평 크기의 공간에 닭들이 꽉 차 있었다. 미국산 보리스 브라운(Boris Brown)이었다.
와타나베 팜 양계장의 내부 |
보리스브라운은 노른자가 진한 데다 흰자까지 탐스러운 갈색 달걀을 낳는 품종으로 정평이 나있다. 암탉들 사이에 기골이 장대한 하얀 수탁들이 거드름(?)을 피우면서 높은 곳에 올라서 감시하고 있었다.
기골이 장대한 수탁들 |
“저기를 보세요. 하얀 수탁들이 암탉들을 수 십 마리씩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작은 공간에 갇혀서 알만 낳는 것이 아니라,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공존하는 모습들이 좋아보였다.
총 1만 마리를 키우는 양계장
필자는 와타나베(渡邊)씨에게 몇 가지를 질문했다.
“여기에 있는 닭은 몇 마리가 되나요? 저 닭들은 나이를 알 수 있을까요?”
“이 공간에만 1000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나이는 대체로 24세입니다.”
필자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닭의 나이는 일주일이 일 년입니다. 전문 용어로 24주령(週齡)이라고 합니다.”
그는 '닭은 병아리로부터 17세, 즉 17주가 되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고 했다. 필자가 다시 질문했다.
보리스 브라운의 특성과 모이에 대해서 설명하는 와타나베 씨 |
“닭의 모이 중 특이한 것이 있나요?”
“저희 양계장은 탄산칼슘과 인산칼슘, 파프리카, 아스타크산틴(astaxanthin), 제올라이트(zeolite)와 해초, 목초산, 뽕나무 이파리, 쑥과 포도가루, 야자 깻묵... 등 '이나미 상점'의 매뉴얼대로 합니다. 단지, 닭의 건강을 위해서 고춧가루를 먹이는 것이 특징 중의 하나이지요.”
필자는 놀랐다. ‘닭의 건강을 위해서 고춧가루를 먹인다’는 사실이 신기해서다.
먹는 물건·환경이 변하면 신체도 변해
와타나베 씨는 “닭 한 마리당 140g의 먹이가 주어진다"면서 "아침에 한 번만 준다"고 했다. '좋은 모이를 주기 때문에 제법 많은 비용이 든다'고 했다.
와타나베 팜의 닭은 총 10,000마리. 닭의 먹이와 건강관리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양계장이었다.
닭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 설명하는 와타나베 씨 |
“닭들의 움직임만으로도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닭들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이지요. 아직도 많이 모자랍니다만, 가업(家業)의 승계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는 가업을 잇기 위해서 넘치는 열정과 자신감으로 양계장 운영을 책임지고 있었다.
필자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먹는 사람이 기뻐하면 좋겠다는 것.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것. 단지 그뿐이다”는 모리사와 아키오(森澤明夫)의 소설 <히카루의 달걀>에 들어 있는 한 대목을 떠올려봤다. 주인공 ‘무라타 지로’와 양계장의 주인공 ‘와타나베 시게루’가 오버랩(overlap)되어서다.
“먹는 물건·환경이 변하면 신체도 변합니다. 사람도 닭도 마찬가지입니다”는 와타나베씨의 말도 끌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