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한국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완전 파괴’까지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연설에 이어, 북핵 위협의 1차 당사국 대통령의 대북 입장 표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외교·경제 봉쇄는 물론 군사 대응까지 포함한 초강력 제재를 통해 북핵 폐기를 이끌겠다는 미국과, 외교와 협상을 강조하며 대북 지원에까지 나서는 한국 사이의 ‘거리’도 관심이다. 뒤이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 앞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법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문제는 그런 접근은 실패한 데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의 엄중한 상황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의 뉴욕 행보에는 우려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게 된다면 안전은 더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 자체로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중국과 러시아까지 실망시키는 북한에 기대어 올림픽 안전 보장을 거론하는 발상(發想)부터 어불성설이다. 북한 행태와 무관하게 평창올림픽의 ‘절대 안전’을 대한민국이 보장해야 하며, 이런 의지를 세계에 알리는 게 옳다. 평창올림픽 직후에 있을 한·미 연합훈련을 조정할 방침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은 더 어이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7월에도 바흐 위원장에게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일부 종목의 남북 단일팀 구성 등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당시에도 장웅 북한 IOC 위원은 “천진난만”이라고 조롱했었다. 이번에는 바흐 위원장까지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북한 선수단 참가는 불확실하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을 할 때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제재·대화 병행을 외치면서도 실제론 제재에 소극적이고 대북 지원에 적극적이다. 다른 국가들은 외교 관계와 교역까지 중단하는데, 통일부는 북한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려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에 기댄 말 잔치에 그쳐선 안 된다. 선명한 메시지로 국민은 물론 동맹국의 불안을 씻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