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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우주견 '스타' 되자, 美 대통령부인 재키 케네디 "한 마리 달라"

화이트보스 2017. 11. 4. 18:21



소련의 우주견 '스타' 되자, 美 대통령부인 재키 케네디 "한 마리 달라"

  • 이주영 인턴

입력 : 2017.11.04 09:01

인간이 최초로 우주에 나간 것은 1961년 4월12일 보스토크 1호에 탄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처음이었다. 미국은 한 달 뒤인 5월5일 앨런 셰퍼드가 머큐리-레드스톤 3호를 타고 우주로 나갔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이 직접 우주에 나가기 전에 당시 냉전 중이었던 소련과 미국 모두 동물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리는 수 차례의 실험이 앞섰고, 소련은 이 우주경쟁에서도 미국을 앞섰다. 영국의 BBC 방송은 소련이 당시 우주로 쏘아 올렸던 우주견(宇宙 犬)들의 역사를 되짚었다.

라이카

인류가 최초로 위성궤도에까지 올렸던 우주견은 1957년 11월 3일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렸던 유기견이었던 라이카(Laika)였다.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는 우주선에 개를 실어 올리라고 독려했고, 라이카는 창문도 없는 비좁은 중량 113kg짜리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렸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이 우주선은 ‘복귀’할 수 없었고, 소련은 “라이카가 1주일치 식량과 물을 갖고 안락하게 우주에서 지내다가, 고통 없이 죽을 것”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2002년 10월 스푸트니크 2호의 계획에 참여했던 드미트리 마라시코후는 “라이카가 발사 수 시간 뒤에 과열과 스트레스로 죽었다”고 발표했다. 발사 7시간 뒤, 라이카의 생명 신호는 더 이상 수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라이카의 위성궤도 진입은 소련에는 또 하나의 대대적인 ‘선전 소재’가 됐다.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우주개발에서 소련이 앞서고 있다는 ‘증거’가 됐다. 미국은 원숭이나 영장류를 우주선에 탑재하는 실험을 했지만, 소련은 인간과 쉽게 감정 교류를 할 수 있고 훈련이 쉬운 개를 택했다. 모스크바 시내를 떠도는 수많은 암컷 유기견들이 우주견 ‘후보’가 됐다.

라이카는 비록 생환할 수 없었지만, ‘스푸트니크 2호’ 실험을 통해 지구의 생명체가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과 무중력 상태에서 '견딜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무중력 상태에서의 생명체가 보이는 반응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벨카와 스트렐카

이후에도 소련은 우주에 개를 보내는 실험을 계속 했고, 3년 뒤인 1960년 8월 19일 두 마리의 개 벨카(Belka)와 스트렐카(Strelka)가 쥐·토끼·초파리·식물들과 함께 스푸트니크 5호에 실려 우주에 보내졌다. 두 마리의 개는 하루 동안 모두 17차례의 궤도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고, 하루아침에 신문 1면과 TV에 등장하는 ‘셀레브리티 도그(celeb dogs)’가 됐다. 우표, 엽서로 찍히면서, 전 세계 어디서든 최고의 주목을 받았다.

강아지들은 인류가 우주를 개척하는 길목을 앞장 섰던 동물이었다

미·소 경쟁 시대에 개의 위성궤도 진입과 귀환은 군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고, 결국 6개월 뒤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대화하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오른쪽)/JFK 라이브러리


BBC 방송은 ‘우주견’의 역사는 가가린의 성공 이후 두 달 뒤인 1961년 6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빈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새로운 차원’을 맞게 된다고 소개했다.
‘스트렐카’가 지구로 돌아오고 나서 6마리의 강아지를 낳았는데, 이 비엔나 정상회담에서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키 케네디가 흐루쇼프에게 “한 마리를 내게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애완동물에 대한 역사를 다룬 학자인 앤드루 헤이거는 BBC에 “몇 주 뒤에, 새끼 한 마리가 소련 여권을 매달고 백악관 앞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감시·도청장치 착용 여부를 조사하고, 이 개는 미 대통령의 가족이 됐다.

헤이거는 "케네디 대통령은 개 알레르기가 있었지만, 선물 받은 강아지를 백악관에 두고 키웠다"며 "그 강아지에게 ‘푸신카(Pushinka)’라는 이름도 지었고, 푸신카는 백악관의 다른 개 ‘찰리’와 잘 살면서 강아지들을 여러 마리 낳았다”고 밝혔다. 이 두 강아지는 1년 뒤 ‘쿠바 미 사일 위기’로 이어지는 냉전 중에 두 나라가 맺은 ‘로맨스’였다고.

물론 두 나라가 인간을 잇달아 우주로 보내면서, 이 우주견 실험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런던 사이언스 뮤지엄의 더그 밀러드는 “인간이 별로 가는 길은 이들 개와 원숭이(미국)가 닦았다”며 “개와 원숭이는 우주개척에서 그들이 응당 받아야 할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3/20171103022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