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사업 부진이 1차 원인이다. K 대표에 따르면 6년 전부터 해당 2개 공장은 생산성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화 설비가 확산하면서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설비를 최신 설비로 교체해야 했다. 문제는 이렇게 할 경우 대량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른다는 점이었다.
K 대표는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2005년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만년 적자 공장이라도 결코 문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며 “이후 12년 동안 단 1명의 직원을 임의로 구조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 보장을 위해 기존 설비를 유지하면서 이 회사 매출은 업계 4위(2008억원·2016년)까지 떨어졌다. 생산성이 하락했지만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기존 설비를 그대로 사용했다. 대한방적협회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방적설비(정방기·21만8304추)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1위(일신방직·18만3392추)보다 정방기가 약 3만5000추나 더 많다.
대신 직원을 해고하지 않으려고 K 대표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 은행에 토지·건물을 담보로 운영비를 빌렸다. 매년 수십억원의 부동산을 야금야금 팔면서도 인건비는 지급했다.
힘겹게 버텨가던 상황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16.4%)은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은 셈이었다. 한계산업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공장이 버티지 못하고 폐쇄한 계기를 최저임금이 제공한 것이다. 이 회사는 전체 근로자의 37%가 최저임금을 받는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연쇄적으로 나머지 63%의 근로자 임금도 상승한다.
이 회사의 사업구조상 인건비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다. 2016년 영업손실 총액(124억원)이 임금성 비용의 절반도 안 된다. 임금 규모가 사실상 실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임금이 한꺼번에 16.4%나 상승하면 적자폭을 줄일 방법이 요원하다.
K 대표는 “6년 동안 살림살이 팔아서 월급 준 걸 직원들이 알고 있어서인지 지난달 31일 공장 문을 닫는 데 단 1명의 직원도 반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한 직원을 마주할 면목이 없다”며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대사를 인용해 “당신(정부)에게 도와 달라고 한 적 없다. 다만 방해만 하지 말라”고 하소연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