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파업에 들어간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공장 근처의 한 당구장. 오후 3시쯤 중장년 남성들이 당구를 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공장 앞 명촌동 상가 골목
주민·상인들 “안 그래도 힘든데 해도 너무하다”
길에서 만난 조합원 “돈 좀 더 받는다고 귀족이냐”
전례 없이 길어지는 파업 분위기에 지역 상인과 주민들도 동요하고 있다. 명촌동은 양정동 현대차 공장의 명촌 정문과 가까워 회사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울산 공장 근무 인원은 3만1000여 명이다. 한 식당 주인은 “60~70%가 현대차 관련 매출”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역시 파업에 익숙하지만 올해는 반응이 다르다. 명촌동 주민 김모(56·여)씨는 “그러지 않아도 경기가 안 좋아 다들 먹고 살기 힘든데 너무한다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씨(45·여)는 “조합원들끼리도 연말에 (협상을) 타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더라”며 “파업 때문에 동네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제 노조 편을 드는 주민은 현대차 직원 가족뿐인 것 같다”고도 했다.

울산 북구 명촌동의 한 술집. 현대차 노사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최은경 기자
고깃집 사장 김동원(46)씨는 “지난해 6월 이후 거리에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협상을 못 해 돈을 못 받으니 단체 회식뿐 아니라 가족 손님도 전년보다 적다”고 말했다. 이 고깃집은 지난 연말 현대차 하청업체 단체 손님을 거의 못 받았다고 했다. 식당이라고 다 같진 않다. 한 상인은 “한 대형 식당은 현대차 단체 손님이 (파업 때문에) 낮에 오니 하루 두 번 단체 예약을 받을 수 있어 매출이 늘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다른 골목에 있는 스크린 골프장은 식당가와 분위기가 달랐다. 오후 3시쯤 5개 방이 모두 차 있었다. 이 골프장 사장은 “이 시간대 부분 파업으로 일찍 마친 현대차 직원들이 삼삼오오 온다”며 “이용 비용이 오후가 더 싸 매출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조합원 A씨를 만난 당구장 역시 몇몇 당구 테이블에서 중장년 남성들이 당구를 치고 있었다. 이곳 사장은 ‘파업한 현대차 직원들이 많이 오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며 “노 코멘트”라면서 웃었다.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공장과 가까운 명촌동 상가 골목. 최은경 기자
DA 300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39차 교섭에서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금과 격려금 지급 등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사 측은 “노조의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 인사 경영권 관련 불합리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 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