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민족사의 재발견

독도 존재 확신한 고종, 울릉도검찰사에 “눈으로 확인하라” 특명

화이트보스 2018. 4. 4. 11:01


독도 존재 확신한 고종, 울릉도검찰사에 “눈으로 확인하라” 특명

유원모 기자입력 2018-04-04 03:00수정 2018-04-0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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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독도연구소장이 분석한 ‘고종과 이규원의 영토 인식’
고종(왼쪽)은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동국문헌비고 등의 문헌을 통해 독도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었다. 1890년대 초반 아들인 순종과 함께한 모습.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최근 외국인이 울릉도를 왕래하여 멋대로 점유하였다. 송죽도와 우산도는 울릉도의 옆에 있다. 서로 간의 거리가 얼마나 되며 무엇이 있는지 아직 상세히 알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그대가 가게 된 것은 특별히 임명한 것이니 각별히 조사하라.”(‘고종실록’ 중에서) 

1882년 4월 7일 고종은 신임 울릉도 검찰사 이규원에게 이 같은 특명을 내린다. 울릉도 근처에 있는 가장 큰 부속 섬인 송죽도(죽도)와 우산도(독도)의 존재를 반드시 규명하라는 것. 그러나 이규원은 고종의 의견에 반박한다. “우산도가 바로 울릉도이며 우산은 옛 도읍의 명칭입니다. 송죽도는 하나의 작은 섬인데 울릉도와 30리 떨어져 있습니다.” 

고종 역시 확신에 찬 근거로 다시 명령을 내린다. 

“송도와 죽도라고도 칭하여 우산도와 함께 이 3개 섬을 울릉도라고 통칭하고 있다. 이는 모두 여지승람(輿地勝覽)에 실려 있다. 그 형세를 모두 검찰하도록 하여라.”

한 번도 울릉도를 찾아가 보지 않았던 고종. 하지만 고종은 이처럼 독도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었다. 고종이 근거로 내세운 것은 ‘여지승람’이라는 문헌이다. 최근 고종이 독도의 위치 등 독도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고 있음을 밝혀낸 연구가 나왔다.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이 수선사학회의 학술지 ‘사림’에 실은 ‘고종과 이규원의 울릉도와 독도 위치와 명칭에 관한 인식 과정’ 논문을 통해서다. 
1882년 울릉도 검찰사로 임명된 이규원이 직접 울릉도를 찾아 그린 ‘검찰보고서’. 당시 이규원은 기상 악화로 고종이 지시한 우산도(독도)의 존재를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제공

김 소장은 “여러 사료 분석 결과 고종이 언급한 여지승람이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동국문헌비고’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규원의 검찰사 활동이 단지 울릉도 개척이 아니라 독도를 발견하려는 지시였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1531년(중종 26년) 발간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우산도, 울릉도, 무릉이라고도 하고, 우릉이라고도 한다. 2개 섬이 울진현 동쪽 바다 가운데 있다”며 울릉도와 우산도(독도) 두 섬의 존재를 확실히 구분해 놓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송죽도(죽도)의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 동국문헌비고(1770년)다. 이 책에는 “대개 이 섬은 대가 나는 까닭에 죽도라 이른다. … 왜인은 우산도를 송도라 일컫는다”고 명시해 놨다. 

고종은 이 같은 문헌을 토대로 이규원에게 두 눈으로 독도를 확인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이규원은 4월부터 5월까지 2개월간 진행된 탐사 기간 동안 궂은 날씨로 인해 결국 독도를 발견하진 못했다. 실제로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08년 7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울릉도에서 독도를 관측한 결과 55일만 독도가 발견됐다. 봄과 초여름에는 거의 보이지 않고,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9∼11월에 주로 실측이 가능했다. 일본 학계에선 이규원의 이 같은 답사 결과를 독도가 조선의 관심 밖이었다는 근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 소장은 “이규원의 답사는 일본의 주장과 정반대로 고종과 조선의 조정에서 독도의 존재를 확신하고, 독도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종은 이규원의 답사 후 1900년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를 통해 울릉도·죽도·독도를 울릉군으로 격상시켜 우리의 영토임을 확실히 하고 실효 지배를 위한 정책에 나섰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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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80404/89448470/1#csidx50866378514c3e993530acacfb39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