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13 23:07
'한국적' 대통령중심제 문제점 다시 드러낸 금감원장 파동
人材 풀, 캠프 출신·시민단체 독점 벗어나 다양화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장 사태에 대한 입장을 글로 내놨다. 궁금증 가운데 하나가 풀렸다. 금융감독원장 진퇴(進退)는 정권의 생사(生死)와 무관한 문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연거푸 무리수와 외통수를 뒀다. 막다른 골목으로 사태를 몰아가며 일을 키웠다. 왜 저러나 했더니 짐작대로 배경에는 대통령 판단이 있었다. 대통령중심제 나라가 대개 그렇지만 대통령이 생각을 굳히면 브레이크는 듣지 않는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서야 멈춘다. 인사(人事) 문제일 경우 더 그렇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익히 봐왔던 일이다. '한국적' 대통령중심제의 실상(實狀)이다.
대통령 입장문(立場文)은 '공감(共感) 가는 부분'과 '동의(同意)하기 어려운 부분'이 뒤섞여 있다. 인사는 어렵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며 인사의 이치를 터득한 듯싶던 어느 대통령 인사도 막상 까보면 영 아닌 경우가 많았다. 무난한 선택은 해당 분야 관료 출신을 뽑아 올리는 것이다. 그런 선택을 했던 대통령들은 열에 아홉 곧 후회했다. 대통령 국정(國政) 방향에 100% 공감한다던 사람들이 몇 달 안 가 그 부처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만일 관료들의 기득권에 칼을 대려 했던 장관이 있었더라면 후배들의 따돌림 속에서 적막한 노후(老後)를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뜻에선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대통령 판단은 옳다. 옳은 일이지만 성공하기는 더 어렵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게 등을 돌린 이들은 금융 지식이 깜깜한 사람들이다. 매달 은행에 돈을 부으면서도 금리(金利)가 몇 %인지도 모른다. 은행이니 그저 믿고 맡기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신용은 한 번 잃으면 그걸로 끝이다. 김 원장은 이들의 신용을 잃었다. 대통령은 "과감한 (인사)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했다. 듣기 따라선 '현재 흐름에서 기득권의 조직적 저항 냄새를 맡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이다. 잘못 짚었다.
대통령은 김 원장을 물러나게 할 경우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국회의원 시절 행위에 대해 위법(違法)이라는 객관적 판정이 내려질 경우'다. 다른 하나는 '당시 국회의원들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될 경우'다. 첫 번째 경우라면 임명 철회가 아니라 수사 지시를 해야 한다. 후보자 선택과 검증 과정에서 그런 중대 하자(瑕疵)를 거르지 못한 청와대 관련 수석과 비서관도 함께 문책해야 한다.
도덕성의 '평균 이상과 평균 이하'를 거론한 두 번째 경우는 현 상황과 완전히 궤도가 어긋난 기준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 금융감독원장 자리다. 신임 금융감독원장에겐 금융계의 낡은 관행과 오랜 적폐(積弊)에 칼을 대고 수술할 소임을 맡긴다고 한다. 공정성·투명성·국민 신뢰의 뒷받침을 받는 인사가 아니면 일이 안 된다. 도덕성에서 낙제점(落第點)을 면했다고 칼자루를 쥘 수는 없다. 누가 그런 의사를 믿고 수술대에 오르려 하겠는가.
김 원장을 둘러싼 의심과 의혹은 감사를 받는 기관과 회사의 돈으로 간 외유성(外遊性) 출장부터 정치 후원금의 부당 처리까지 10여 개 항목에 이른다. 그러나 그가 중요한 공직을 맡기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비판받는 보다 근본적 이유는 말과 행동의 불일치(不一致)다. 말과 행동의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그의 국회 발언록을 보면 감사받는 기관의 자금 남용·로비성 출장·고액 강연·재단(財團) 후원을 받는 다른 단체의 해외연수 문제점을 조목조목 논리 정연하게 추궁했다. 감탄이 나올 정도다. 그러고는 본인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말이라도 서툴렀으면 덜 미웠을지 모른다. 김 원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의 대표 발의자(發議者)다.
김 원장은 부러진 칼이다.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몇 가지 교훈은 남겼다. 하나는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똑같은 수레바퀴를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헌법 개정 문제를 앞두고 숙고(熟考)해 볼 일이다. 많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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