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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前대통령 "삼성·롯데 뇌물, 정말 사실과 달라… 최순실에 속았다"

화이트보스 2018. 4. 19. 10:52



박前대통령 "삼성·롯데 뇌물, 정말 사실과 달라… 최순실에 속았다"

입력 : 2018.04.19 03:13

[이명진 논설위원이 만난 박前대통령 대리인 유영하 변호사]

1심 선고날 구치소 직원이 포스트잇에 결과 적어 건네… 박前대통령 아무 표정 없었다
나름 준비는 했는데 항소 포기… 정치적 재판은 의미 없다 보는 것
판결에 승복한다는 뜻은 아니다
최순실, 처음 보도 나왔을 때 '비덱이 뭐예요' 라며 잡아떼

목 속 먼지 소탕엔 용각산쿨


이명진 논설위원
이명진 논설위원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각이 궁금했다. 유영하 변호사를 떠올렸다. 구속 이후 박 전 대통령과 바깥세상을 연결해 온 유일한 통로다. 그는 "인터뷰하려면 대통령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여러 차례 노크 끝에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서 마주 앉았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 포기서를 낸 날이다. 그는 목덜미에 파스를 붙이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600쪽 넘는 판결문을 분석하다 그리 됐다고 했다. 2시간 남짓 인터뷰 내내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 소회나 근황에 대해선 말하기 조심스러워했다. 대신 판결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반드시 전하라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판결 내용을 어떻게 전달받았나.

"6일(선고 날) 접견 마치고 막 일어서려는데 구치소 직원이 포스트잇에 적어 넣어줬다. 결과를 전하자 아무 반응이 없더라. 안색 변화도 없이 똑같은 표정이었다. '형량이 많네 적네' 말도 없으시고."

―작년 10월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무의미하다"고 했다. 항소 포기는 오래된 생각인가.

"저 나름대로는 항소심 변호인단 구성 등을 준비하긴 했다. 그런데 아무 말씀이 없어서 짐작은 했다."

―검찰은 항소했다. 항소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대통령은 재판이 의미가 없다고 보는 거다. 결론을 내놓고 짜 맞춘 정치적 판결로 본다. 사실관계를 비틀어 왜곡했고, 예단을 갖고 재판했다. 항소 안 한다고 판결에 승복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정치적 판결이라고 보는 근거는.


"우리는 철저히 법률적으로 흑과 백을 가리려 했다. 그런데 구속 피고인을 주 4회 재판했다. 재판 준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재판 아닌가. 게다가 SK 뇌물 요구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했다. 그러고선 이후 심리는 블랙리스트와 미르·K재단 사건을 했다. 별건(別件) 수사도 안 되지만 별건 재판은 더 안 되는 거 아닌가. 지금도 재판장에게 우리가 무슨 방법으로 어떤 증거를 없앨 게 있는지 묻고 싶다."

―박 전 대통령은 600쪽 판결문을 다 읽었나. 가장 억울해하는 대목은 뭐던가.

"사실관계 부분만 봤을 거다. 미르·K재단, 삼성·롯데·SK 뇌물 혐의 부분 등에 대해 '정말 사실과 다르지 않냐'고 했다. 그걸로만 인터뷰하라고 했을 정도다."

―어떤 사실관계를 특히 얘기하던가.

"우선 미르·K재단을 최순실에게 잘 관리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안종범 수석에게 재단 만들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 대통령은 전경련이 재단을 만든다고 안 수석이 보고해서 잘 도우라고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무슨 지시를 하면 이행 상황을 꼼꼼히 챙기는 성격이다. 대통령이 만들라고 지시했으면 후속 조치가 있었을 텐데 (검찰이) '사초(史草)'라고까지 하는 안종범 수첩에 그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말이 안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이후 대리인 역할을 해 온 유영하 변호사가 조선일보와 만나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등과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이후 대리인 역할을 해 온 유영하 변호사가 조선일보와 만나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등과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뇌물 유죄 판단에 대해선 인정하던가.

"뇌물 받았다고 하려면 그 동기가 증명돼야 한다. 그에 대해 검찰도 법원도 한마디가 없다. 실제로 돈도 챙긴 게 한 푼 없다. 삼성 사건에서 대통령과 최순실 공모 관계를 인정했는데, 그러려면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정유라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고, 대통령이 이를 이재용 부회장에게 전달한 것이 입증돼야 한다. 그런데 어떤 객관적 증거도 없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삼성 장충기 사장은 왜 대통령이 독대 때 이 부회장을 질책했는지 알아보려고 안종범 수석에게 물었다는데 정작 두 사람 사이엔 당일 통화한 흔적이 없고 안 수석도 통화한 적 없다고 했다. 오판은 반드시 바로잡힐 것이다. 더욱이 대법원에서 공무원 본인이 한 푼도 안 받은 걸 단순 뇌물죄로 인정한 선례도 없다."

―롯데와 SK에 대해서도 뇌물죄가 인정됐다.

"안 수석은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독대하기 전에 신 회장을 따로 만나 '면세점 얘기'를 했고, 이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처음엔 신 회장 만난 일도 없다더니 (검찰 조사) 맨 마지막에 번복했다. 대통령은 안 수석이 사전에 신 회장 만났다는 것 자체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 당연히 면세점 보고도 안 받았다. 안종범 수첩에조차 '면세점'이 없다. 안 수석 말이 맞는다면 그는 뇌물 공범으로 기소돼야 한다. 그런데 안 됐다. 제가 법정에서 (검찰에) 왜 기소 않느냐고 했다. 법원은 신빙성 없는 안 수석 진술을 갖고 판결했다. 또 안 수석은 자기가 SK에 대한 지원 요구는 무리한 거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SK 측에 연락해서 무산시켰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대통령은 그런 보고 받은 적 없다. 안 수석이 SK 관계자랑 통화한 내역도 없을뿐더러 있지도 않은 대통령 보고가 갑자기 생긴다."

―국정원 특활비, 공천 개입 혐의로도 기소됐다.

"대통령은 자기가 쓴 특활비는 국정원이 아니라 대통령 특활비로 알고 있다. 제가 알기로 공천 여론조사도 현(기환) 수석이 보고 안 했다고 한다."

―검찰이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최순실과 비서관 3인방 회의에서 중앙재해대책본부 방문이 결정됐다고 했다.

"대통령은 '최순실이 그날 청와대에 들어왔는지 명확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3인방과 회의했는지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일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나. 직전 순방 때 건강이 나빠져 그날은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엔 다 구조됐다니까 안심했다가 그게 아니라고 하니까 중대본 방문을 결정한 거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집무실에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사람들은 말한다. 평소에도 총리나 장관, 청와대 참모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왜 그랬다고 하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 포기까지 일지표

"관저라고 그냥 집이 아니다. 집무실이 있다. (장관 등도) 만났는데 보도가 안 된 거겠죠. 업무 스타일이고 실효성을 따지신 게 아닌가 싶다. 중요한 건 일을 했느냐 놀았느냐다. 대통령은 1년 내내 보고서에 파묻혀 산 사람이다."

―대통령 주변에선 "청탁에 결벽증 있는 분"이라고 하는데, 왜 유독 최순실에 대해서는 달랐나.

"'최순실이 자기 부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한편 고맙고 미안하게도 생각했다'고 한다. 최순실은 2016년 9월 비덱(최순실이 독일에 세운 회사) 관련 보도가 났을 때도 대통령에게 '비덱이 뭐예요' 하며 잡아뗐다. 최순실이 다른 사람보다 관저에 자유롭게 출입한 거는 인정한다. 취임 후 해외 순방을 하는데 의상이 여러 벌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자주 들락날락하게 된 거다. 대통령이 설명한 내용이다."

―지금은 최순실에 대해 뭐라고 하나.

"'(나 모르게) 뒤에서 저렇게 하리라곤 생각을 못 했다'고 했다. 처음 최순실 보도 나왔을 때도 '또 없는 걸 갖고 만드나'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재판 진행하며 설명드렸더니 '누구보다 믿었는데 내게 이럴 수가 있나' 했다. '최순실에게 속았다'고 말하신다."

―최순실 존재를 철저히 숨겼기 때문에 문제가 더 켜진 것 아닌가. 처음부터 오픈하면 어땠겠나.

"이건 내 생각이지만 (공개하면) 언론 등에서 선의로 받아들여줬겠나."

―사태 시작 이후 탄핵까지 수습할 여러 고비가 있었다. 대통령이 '그때 대응을 달리했다면' 하고 후회한 부분은 없나.

"그런 말씀은 없었다. 여쭤보지도 않았고 그 부분은 훗날에나 (얘기)할 일이라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명예 회복 기회가 올 거라고 보나.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고 말하신 적 있다. 그걸로 지금 견디시지 않겠나."

유 변호사는 "쓸데없는 말 많이 했는데 이번 판결 위주로 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때문에 대통령 허락 받아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항소하지 않았지만 "재판이 이런 식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진한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구치소 박前대통령
지지자들의 편지가 '바깥 소식 메신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지 380여 일이 흘렀다. 면회객은 극히 제한돼 있다. 그러다 보니 추측만 무성하다.

박 전 대통령은 TV나 신문은 일절 보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바깥소식'을 전하는 메신저가 있다. 지지자들이 보내오는 편지다. "하루 수십 통 되느냐"고 유영하 변호사에게 물으니 "더 많을걸요" 했다. "편지를 꼼꼼히 읽으며 '위로'받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유 변호사가 넣어주는 책도 읽는다. 장편소설 '대망' '객주' '토지'를 읽었다. 유 변호사는 "만화 '바람의 파이터'는 제가 재미있는 것도 보시라고 넣어드린 것"이라며 "이제 대통령의 책 선호 스타일을 좀 알게 됐고, 다양한 테마로 찾아서 넣어드리려 한다"고 했다.

건강은 좋지 않다. 특히 목과 허리 통증이 문제다. 유 변호사와 접견할 때도 일어서서 대화할 때가 많다고 한다. 가끔 병원 진료는 받지만 근본 치료는 어렵다.

가족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에서 근무했던 공직자·정치인의 면회 요청엔 응하지 않고 있다. 유 변호사는 "단언컨대 앞으로도 접견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그렇게 말씀하셨고, 이유가 있지만 지금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만약 판결이 확정돼 기결수 신분이 된다면 외부 접촉 기회는 훨씬 줄어들게 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8/2018041803371.html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8/201804180337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