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19 03:13
[이명진 논설위원이 만난 박前대통령 대리인 유영하 변호사]
1심 선고날 구치소 직원이 포스트잇에 결과 적어 건네… 박前대통령 아무 표정 없었다
나름 준비는 했는데 항소 포기… 정치적 재판은 의미 없다 보는 것
판결에 승복한다는 뜻은 아니다
최순실, 처음 보도 나왔을 때 '비덱이 뭐예요' 라며 잡아떼

목 속 먼지 소탕엔 용각산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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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각이 궁금했다. 유영하 변호사를 떠올렸다. 구속 이후 박 전 대통령과 바깥세상을 연결해 온 유일한 통로다. 그는 "인터뷰하려면 대통령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여러 차례 노크 끝에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서 마주 앉았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 포기서를 낸 날이다. 그는 목덜미에 파스를 붙이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600쪽 넘는 판결문을 분석하다 그리 됐다고 했다. 2시간 남짓 인터뷰 내내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 소회나 근황에 대해선 말하기 조심스러워했다. 대신 판결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반드시 전하라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판결 내용을 어떻게 전달받았나.
"6일(선고 날) 접견 마치고 막 일어서려는데 구치소 직원이 포스트잇에 적어 넣어줬다. 결과를 전하자 아무 반응이 없더라. 안색 변화도 없이 똑같은 표정이었다. '형량이 많네 적네' 말도 없으시고."
―작년 10월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무의미하다"고 했다. 항소 포기는 오래된 생각인가.
"저 나름대로는 항소심 변호인단 구성 등을 준비하긴 했다. 그런데 아무 말씀이 없어서 짐작은 했다."
―검찰은 항소했다. 항소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대통령은 재판이 의미가 없다고 보는 거다. 결론을 내놓고 짜 맞춘 정치적 판결로 본다. 사실관계를 비틀어 왜곡했고, 예단을 갖고 재판했다. 항소 안 한다고 판결에 승복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정치적 판결이라고 보는 근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