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월터 러셀 미드 미국 바드대 교수가 지난 4월 25일 ‘아산플래넘 2018’이 개최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북 정상회담 전망 및 북한 비핵화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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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터 러셀 미드 ‘국제정치 美석학’ 인터뷰
金, 정권유지 가능한 협상할것 核은 주권 지키는 절대적 무기 美도 北과의 전쟁 원하지 않아
김정은·트럼프 둘다 예측 불가 비핵화 성공해도 10년 더 걸려 金, 文이 원하는 것 다 못줄 것 현실을 정확히 분석하고 미래를 제대로 진단하는 인터뷰 지면인지를 항상 돌아보게 되지만 월터 러셀 미드 미국 바드대 교수의 견해는 분명했다. 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망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논의에 나서겠지만, 북한의 목표는 비핵화를 위한 논의 단계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본 전제는 두 가지다. 북한은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미국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남북 및 미·북 대화는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어디서 멈출지 모르지만, 월터 교수를 통해 미국 보수 지식인 사회의 시각을 점검해 본다. 월터 교수는 ‘민주주의는 죽어가는가’라는 주제로 발행된 포린 어페어지 5/6월호에 대표 기고문을 게재한 국제정치 석학이다. 인터뷰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구 선언을 전제로 지난 4월 25일 이뤄졌고, 30일 이메일을 통해 추가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북한의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언급이 몇 개월 전만 해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까.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절대적 파워를 갖고 있고, 어떤 것들도 할 수 있다. 핵심은 그가 하려고 하는 것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북제재가 북한에 충분한 충격을 주었고, 김 위원장을 행동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북한은 핵보유국 입장에서 미국과 군축협상을 하려고 하는 듯한데요.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비밀이 아니다. 북한은 미국에 도달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발전시켰고, 그것은 세력 균형의 이동( a shift of balance of power)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단이 없었고, 이런 점에서 미국이 서울과 도쿄(東京)에 제공하는 핵우산은 작동이 가능했다. 지금 북한은 뉴욕과 워싱턴을 파괴할 수 있고, 미국은 심각하게 우려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대북제재를 해야 했고, 북한은 비핵화 논의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성공한다고 해도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북한은 협상의 목표인 비핵화를 위한 논의 단계에 머무르려 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미·북 협상의 성공은 북한 비핵화 목표에 얼마나 신속하게 도달하는가에 달려 있다.” ―미·북 협상에서 즉각 북한의 비핵화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둘 다 정말 예측하기가 힘든 인물이다. 둘이 한방에 있게 된다면 정확히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먼저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도 북한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이 같은 두 가지 기본 전제를 놓고 사고해야 한다. 만일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면 첫날에 9·11테러에서 숨진 미국인 수(2997명)보다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다. 주식시장은 어떻게 되겠는가. 정말 끔찍한 일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상황이 되긴 힘들고,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도 쉽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중간단계에서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다. 그 지점은 대북제재를 줄이는 대가로 김 위원장이 지불하는 비용의 양에 따라 정해진다.”―북한의 핵 포기는 정권붕괴로 이어진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 유일지도체제의 북한은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로 회귀) 정책을 사용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은 과연 무엇입니까.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태평양, 특히 동북아시아에서 전략적 안정성이 유지되길 원한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가는 문을 닫아두면서 무역적자를 줄이면서도 중국과 모든 교역의 확대에 나설 것이다. 또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나라들과 새로운 협력관계들(new alliances)도 구축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종전 선언 합의에 대한 외교·안보적 의미는 무엇입니까.“미국은 한반도에서 평화, 진짜 평화를 원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총에 맞는 상황 없이 정상적으로 국경을 넘고, 이산가족들도 서로 방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그 같은 개방적 상황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결국 북한은 한국과 진정한 평화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남북한의 개방적 교류관계는 북한 정권을 파괴시킬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는 정전체제, 엄밀하게 따지면 정전적 평화체제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의 수사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중국에 가장 좋은 한반도 상황은 무엇입니까. “중국은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동북아 안보 환경 변화가 불가피한 북한 핵실험의 중단을 원했다. 중국은 일본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빠르게 핵무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일본의 핵무장이다. 물론 한국과 대만의 핵무장도 우려하고 있다. 동북아의 연쇄 핵무장은 중국에는 지역 패권 획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대만의 핵무장은 중국에는 모욕이다. ” ―한국 보수진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ICBM만 폐기하는 수순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국가 자체가 절멸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미국에 대한 핵 공격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자신의 도시가 핵무기 화염에 휩싸이는 상황을 염려한 미국이 서울과 도쿄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방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한국과 일본의 불안감이다. 이런 상황은 일본을 ‘조만간 또는 나중에(soon or later)’ 핵무장에 나서게 할 수 있다. 그러면 중국과 북한, 일본은 핵무장으로 가고, 한국은 핵무기가 없는 국면이 올 수도 있다. 대만은 명백하게 핵무장 국가 대열로 뛰어들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를 책임지는 과거의 슈퍼파워 지위를 유지하려고 하나요. “나는 미국이 세계의 모든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는 않았지만 ‘동맹국들이 더욱 많은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년 동안 미국은 비용 부담 증액을 정중하게 요청해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직접적으로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자신의 국제적 역할에 대해 보다 창의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시아에는 한국이 있고, 일본이 있고, 호주와 베트남 등 많은 나라가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미국은 아시아의 주인(master)가 아닌 아시아의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 ―문재인 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임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김 씨 왕조는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핵무기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외국의 대규모 투자가 뒤따르는 진정한 개방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280억 달러(2016년 기준) 정도다. 경제적으로 아주 약하고 작은 나라다. 그들이 국경을 열어 정상국가가 되면 김 씨 왕조는 통제력을 잃을 것이다. 북한은 통제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비용을 치르려고 한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북한 정권이 얼마나 절대적 통제를 유지하려고 애쓰는지 보아왔다. 핵은 가난할지라도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무기다. 파탄 상태의 경제와 체제를 지키기 위한 핵심 무기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너무 많은 약속을 하지 말아야 한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원하는 모든 것을 줄 수 없을 것이다.” △1952년생 △미 컬럼비아대 졸업 △미 예일대 전략정책학 교수 △미국 외교정책위원회 수석연구원 △현 미 바드대 외교학 교수 인터뷰=이제교 국제부장 정리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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