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19 03:17
4월 15일 다음 날 무슨 일 벌어졌나
지지율 허망한 줄 모르고 똑같은 오기와 오만
이대로면 퇴임 후도 前 정권 데칼코마니 될 것

장관을 지낸 한 분이 서류 봉투 하나를 보내왔다. "꼭 보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열어보니 신문 기사를 복사한 종이 두 장이 들어 있었다. 기사 제목은 '대통령 지지율 68.5%… 청와대도 놀랐다'였다. 대통령 취임 1년에 즈음한 여론조사였다. 인사 실패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아 청와대도 놀랐다는 기사였다.
기사 날짜를 가리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 얘기 같다. 하지만 이 기사는 2014년 4월 15일 자다. 당시 취임 1년이 막 넘었던 박근혜 대통령 얘기다. 정말 대통령 이름만 '문재인'으로 바꾸면 그대로 써도 될 만큼 어쩌면 이렇게 같을까 싶다. 문 대통령도 이제 곧 취임 1년이다. 우연인지 여론조사 지지율도 박 전 대통령과 똑같다. 가장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은 66~72%였다. 이 기사를 보낸 분은 박 전 대통령도 취임 1년 즈음에는 지지율이 지금의 문 대통령 못지않았으며, 문재인 정부도 지금처럼 문제를 쌓아가다가는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데칼코마니"라며 "문 정권은 그들이 그토록 적폐라 욕하던 박 정권과 똑같다"고 했다. 데칼코마니는 종이 반쪽에 물감을 칠하고 다른 반쪽을 그 위에 덮어 똑같이 '복사'한 그림이다. 학교 때 해봤는데 그림을 펼쳐보면 똑같은 양쪽이 마주 보고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문재인과 박근혜가 똑같다'고 하면 두 사람 모두 엄청 화를 낼 것 같다. 하지만 '상대방 비판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고집과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독선은 데칼코마니다. 그 고집과 독선 아래에서 내각이 허수아비가 돼가는 것도 데칼코마니다. 지금 경제부총리는 경제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세금 뿌리는 사람이다. 돈 버는 게 아니라 쓰는 것만 하는데 누가 못하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결정 장애 증후군'에 걸려 교육 정책 전반을 아예 무정부 상태로 만들었다. 외교부 장관은 북핵 문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없는 것이나 같은 투명인간이 돼 있고, 국방부 장관은 5100만명 안위가 걸린 사드 기지 공사를 시위대 100여 명 허락받고 한다. 폐비닐 대란 때 보니 시민 단체 출신 환경부 장·차관은 자기 업무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고, 가상 화폐가 뭔지도 모른 법무부 장관은 제 소관인 개헌 문제에 청와대 비서들이 나서는데도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세계가 일자리 호황인 반면 한국만 일자리 불황이다. 고용부 장관은 그게 자기 책임이라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복지부 장관은 '문재인 케어'라는 엄청난 돈이 드는 정책을 던져놓고 아직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설명을 못 하고 있다. 다른 장관들도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다.
최근에는 '댓글 사건'까지 박 정권과 똑같이 터졌다. 한쪽은 국정원이 관련됐다고 하지만 대선 때 선거법 위반 혐의는 같다. 경찰이 사건을 들고 권력 눈치를 보면서 안절부절못하는 것, 검찰이 댓글 공작단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 자체를 덮으려 했다는 것 등 판박이로 닮아가고 있다.
유 대표는 "검·경이 권력을 비호하고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며 "지난 정권의 댓글 공작으로 지금 줄줄이 구속 재판 받고 있는 사람들과 똑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에 특검이 도입되면 현재의 검찰, 경찰 지휘부와 청와대 관련자 모두가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에게 했던 정도의 절반만 해도 유 대표 말대로 '똑같은 처지'가 되는 것은 막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이분이 왜 이 옛날 기사를 꼭 보라고 그렇게 당부까지 했을까' 하는 의문은 남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