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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유가·금리 모두 올라…가계 허리 휜다

화이트보스 2018. 6. 9. 11:01


장바구니 물가·유가·금리 모두 올라…가계 허리 휜다

  • 연선옥 기자
  • 입력 : 2018.06.07 06:05

    가계 살림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8개월 연속 1%대 상승률에 머물고 있는 소비자 물가와 달리 체감 물가인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국제 유가 상승도 생활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어 대출 금리도 상승 추세에 있다.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늘고 있다. 살림 물가와 부채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 생활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가계의 소비가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가뜩이나 올해 1분기 최저소득층인 1분위(소득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하위 20% 가구의 1분기 소득은 월평균 128만6700원으로, 1년 전보다 8% 줄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1분위 가구 소득 감소폭으로는 가장 컸다. 하위 20%의 바로 위 차상위(次上位)층인 2분위(소득하위 20~40%) 가구의 월평균 소득도 272만26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 감소했다.

    ◇ 물가 상승률 1%대에도 ‘장바구니 물가’는 고공행진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상반기 1.9~2.1% 수준에서 움직이다 지난해 8월 2.6%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10월부터 다시 1%대로 낮아진 뒤 8개월 연속 1%대를 이어갔다. 최근 상승률이 소폭씩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 정책 목표(2%)에는 미치지 못하는 저물가 상황이다.

    하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채소류와 석유류 등 가계가 살림을 꾸려나갈 때 지출하는 품목들의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13.5%나 올랐다. 지난해 8월(22.5%) 이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보면 쌀(29.5%), 고춧가루(43.6%), 감자(59.1%), 무(45.4%), 고구마(31.3%), 배추(30.2%)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그 결과 농축산물 가격 상승률이 2.7%를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1.5%의 거의 두배 수준이다. 지난해 5.5% 상승률을 기록했던 농축수산물 가격은 올해 1월 0.6%로 둔화되는가 싶더니 2월부터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2월 3.5%에 이어 3월 2.1%, 4월 4.1%, 5월 2.7%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이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계 장바구니 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이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계 장바구니 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연합뉴스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 물가도 줄줄이 인상됐다. 올해 들어 콜라, 즉석밥 등 가계 소비가 많은 가공식품 가격이 잇따라 인상된 데 이어 이달에도 두유와 시리얼 제품 가격이 올랐다. 베지밀(190㎖) 가격은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콘푸로스트(600g)의 경우 6100원에서 6290원으로 각각 올랐다. 빵값은 6.3%, 음식·숙박 가격은 2.7% 상승했다.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6.4%)도 외식 물가 등을 들썩이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국제 유가의 급등세도 생활 물가를 흔들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6.0%로 지난해 5월(8.9%)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지난해 6월 배럴당 40달러였던 국제 유가는 지난해 말 60달러에 이어 지난달 70달러를 넘어섰다. 이 영향으로 석유류 제품 가격이 올해 들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4.5% 올랐고, 2월 4.0%, 3월 3.2%, 4월 3.8% 상승했다. 5월에는 1년 만에 최고치인 6.0%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가계에 더 큰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높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서 국제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7월 발표되는 경제 전망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현재의 1.6%보다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움직임도 가계의 물가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원화 강세는 수입 제품의 단가를 낮춰 물가 상승세를 억제했지만 하반기에는 원화 강세 추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원화의 상대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올해 들어 가계 연간 이자 부담 1조원 넘게 증가

    지난해말 연 3.61%였던 가계 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 4월 연 3.69%로 0.08%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인 1468조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 비용 부담만 1조원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기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크게 올랐다. 지난해말 연 3.42%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월 연 3.4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는 연 4.38%에서 연 4.49%로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4월(연 4.52%) 이후 1년 만에 최고치였다.

    금리가 오르면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4만2200원으로 지난해 1분기(3만1800원)보다 33% 급증했다. 차상위 계층인 2분위(하위 20~40%) 가구의 이자 비용도 27.3% 증가한 7만900원이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심리 개선 등 민간 소비가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가계가 느끼는 실질적인 물가 부담과 급증한 가계부채 상환 어려움이 커지면 민간 소비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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