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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먼바다 수심 13m…참다랑어 양식의 꿈 영글다 [중앙일보] 입력 2018.08.30 00:22 수정 2018.08.30 08:47 | 종합 28면 지면보기 PDF인쇄기사 보

화이트보스 2018. 8. 30. 10:35


욕지도 먼바다 수심 13m…참다랑어 양식의 꿈 영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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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김혜원 인턴기자

 1957년 6월 29일 부산항 제 1부두. 230t급 선박이 출항의 뱃고동을 울렸다. 배의 이름은 지남(指南)호. 뱃머리가 향한 곳은 인도양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남쪽으로 가서 부(富)를 챙겨 오라는 뜻으로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어류 양식도 혁신 산업이다
국내 한겨울 바닷물 차가워서
참다랑어 키우기 어려웠지만
치열한 노력 끝에 성공 눈 앞

㎏당 5만원 고부가가치 산업
태풍 피해 막는 부소파제 설치
보험 상품 등 해결 과제도 많아

대통령까지 관심을 쏟았던 첫 원양어선이 찾았던 어종은 ‘다랑어’였다. 흔히 참치라고 불린다. 선원 16명 중 한 명도 다랑어를 잡아 본 적이 없었다. 이들은 온갖 시행착오 끝에 두 달 만인 8월 15일, 인도양 니코바르 섬 해역에서 0.5t의 다랑어를 잡았다.  
  
그해 10월 11일 부산항으로 돌아온 지남호엔 10t의 다랑어가 실려 있었다. 가난했던 나라에서 먹고 살려고 도전했던 원양어업 역사의 기록에 한 획을 그은 게 다랑어였다.      

지남호가 잡아 경무대로 공수한 청새치. 왼쪽 세번 째가 이승만 대통령이다. 지남호는 주로 다랑어를 잡았다. [사진 국가기록원]

  
먼바다에서 참다랑어 양식 
  
지난 27일 경남 통영 욕지도 남쪽에서 5㎞ 떨어진 먼바다. 한려수도 끝자락에 별처럼 흩어진 섬 사이로 대규모 가두리 양식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두꺼운 구름이 낀 하늘이 낮았다. 바람이 거세지면서 파도가 높았다. 출렁대는 작업선을 타고 도착한 양식장은 직경만 25m가 됐다. 
  
 둥그런 노란색 파이프 펜스를 따라 설치된 폭 30cm 규모의 작업 통로는 거센 파도에 휘청거렸다. 간신히 두 발을 고정하고 고등어를 양식장에 던지자 길이 120~140㎝짜리 참다랑어가 먹이를 먹기 위해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원양어업으로만 잡아 오던 참다랑어를 우리 바다에서 양식하는 혁신의 현장이다.   
  
홍진영어조합 박종일 소장(61)은 “태풍 솔릭 때문에 긴장했지만 피해가 없다”면서 “2500여 마리 참다랑어가 8개 양식조에서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양식장 그물은 바다 밑으로 13m나 내려가 있다. 적조가 오면 8m 정도 더 그물을 내릴 수 있다. 양식장 그물이 쓸려 가지 않도록 수면 위 노란색 파이프 펜스에 연결된 100m가 넘는 밧줄 4개가 35m 깊이 해저 면에 고정됐다.     

홍진영어조합법인이 운영중인 경남 통영시 욕지도 앞 해상 참다랑어 양식장에서 직원들이 고등어 먹이를 주자 다랑어들이 몰려들고 있다.송봉근 기자

  
하루 1~2차례 잠수사가 잠수해 점검 
  
박 소장은 “20여명의 직원이 하루 1~2차례 작업선을 타고 나가 고등어 등을 풀어 주고 잠수사들이 수시로 바다 밑으로 내려가 양식장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홍진조합은 올 연말쯤 40~50㎏짜리 참다랑어를 본격 출하할 예정이다. 지난 6월에 30㎏짜리를 시험 출하했다. 2016년 8월에 넣어 22개월 기른 자식 같은 참다랑어였다. 
  
홍석남(64) 조합대표는 “파라다이스호텔, 제주 신라호텔, 조은참치 등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가격은 ㎏당 5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연근해에서 잡은 다랑어가 싸게는 ㎏당 1500~2000원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최고 상품이란 걸 알 수 있다.  

  
 다랑어 종류는 눈다랑어, 백다랑어, 가다랑어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 다랑어의 황제라 불리는 게 참다랑어다. 육질이 곱고 맛이 좋아 최고급 어종으로 꼽는다. 더구나 자연산보다 양식으로 키운 참다랑어가 훨씬 비싸다. 박 소장은 “참다랑어는 먹이사슬의 맨 위에 있는데 자연산은 중금속에 오염된 고등어나 청어 등을 먹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년 전 욕지도 가두리 양식장에서 촬영한 참다랑어. 최승식 기자

1년 전 욕지도 가두리 양식장에서 촬영한 참다랑어. 최승식 기자

  
 참다랑어 양식은 한국 양식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도전이다. 참다랑어는 따뜻한 바다에서 산다. 18~22℃가 최적의 서식 온도다. 겨울에도 수온이 13℃는 돼야 한다. 여기에다 환경에 민감한 어종이라 툭하면 죽는다. 70년대부터 참다랑어 양식에 성공한 일본에서도 치어가 성체까지 될 확률이 3~5%에 그친다.  
  
한국 바다의 겨울철 온도는 10℃ 이하다. 그동안 참다랑어 양식을 꿈꿀 수 없었던 이유다. 세계적으로 참다랑어 양식에 성공한 곳은 지중해, 일본, 호주 남부, 멕시코 연안 등에 그친다.  
  
 홍진은 2007년 정치망에 걸린 참다랑어 11마리를 가두리에 넣는 방식으로 국내 최초로 양식에 도전했다. 일단 참다랑어를 키우려면 수심이 35m 이상 돼야 한다.  육지에서 오염 물질이 섞인 강물 등이 바다로 쏟아져  양식장을 오염시켜서도 안 된다. 앞바다(근해)는 참다랑어 양식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장소를 물색해서 찾은 곳이 욕지도 남쪽 먼바다였다.  

참다랑어 떼는 먹이를 주는 조짐이 보이자마자 물 밖으로 솟구치면서 먹이를 낚아 챘다. 송봉근 기자

2년생 치어, 차가운 한국 바다 겨울을 이겨내다. 
  
다랑어 원양어선 선장이었던 홍 대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장소는 잘 찾았는데 실패했다. 한겨울 바닷물 온도가 9℃에 그쳤기 때문이다.   
“다시 도전했죠. 이번엔 길이 30㎝, 몸무게 3㎏ 정도인 2년생 치어를 일본에서 사와 양식장에 넣었습니다. 2년생이라 겨울 바다에서 견딜 거라고 봤죠.” 
  
그의 분석은 맞아떨어졌다. 치어는 2008년 겨울을 이겨냈다. 참다랑어 가두리 양식의 기원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환호는 잠시였다.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2012년에 태풍 볼라벤이 덮쳤다. 그물이 찢어지면서 최대 140㎏짜리 참다랑어 200여 마리가 없어졌다.   
  
“5년 동안 사귀었는데 녀석들이 고향으로 돌아간 거죠.” 홍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나마 남은 100여 마리도 다음 해 여름 적조 때문에 폐사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홍 대표는 2016년에 일본에서 2년생 참다랑어 치어 2000여 마리를 들여왔다. 가두리 시설을 다시 정비했다. 그동안 투자한 돈만 140억원이 넘었다. 

참다랑어 양식장을 관리하는 홍진영어조합법인 박종일 소장이 다랑어 양식에 대한 애로사항을 말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태풍 피해 예방 부소파제 필요 
  
해양수산부도 손을 걷었다. 양식 업체에 가두리 시설비와 종자 입식비 일부를 지원했다. 남평영어조합도 욕지도 인근에서 도전에 나섰다. 올 연말에 참다랑어를 출하할 계획이다. 현재 욕지도에서 두 곳, 제주도에서 한 곳 등 총 3곳의 먼바다에서 참다랑어가 자라고 있다.  
  
조성대 해수부 양식산업과장은 "연간 1200억 원어치의 참다랑어를 수입하는데 만약 양식이 성공해 산업화하면 국내에서만 3000억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욕지도 참다랑어 양식장

욕지도 참다랑어 양식장

하지만 아직 마음 놓을 수 없다. 갈 길이 멀어서다. 가장 두려운 게 자연의 훼방이다. 태풍이 양식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거나 적조 공습을 받으면 손해가 막심하다. 위험을 분산할 시스템이 아직 국내에는 없다. 홍 대표는 “일단 부유식 방파제인 부소파제(浮消波堤)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소파제는 바다에 떠 있는 방파제다. 부소파제를 양식장 바깥에 병풍처럼 치면 태풍이 불어도 양식장 피해가 작다. 문제는 가격이다. 부소파제를 설치하는 데 대략 300억원 정도 든다. 홍 대표는 “조합이 모든  비용을 대기 힘들다. 정부와 함께 펀드 형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욕지도 앞 해상 참다랑어 양식장에서 활기차게 헤엄치는 직원들이 고등어 먹이를 주자 다랑어들이 몰려들고 있다.송봉근 기자

  
홍진은 다음 달 중으로 투자자를 대상으로 펀드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일본은 그동안 민관이 합심해 총 1조원 정도 투자해 부소파제 설치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현재 일본의 참다랑어 양식장만 177곳에 달한다.     
 참다랑어 양식 보험 상품도 필요 

홍진영어조합법인이 운영중인 경남 통영시 욕지도 앞 해상 양식장 전경.송봉근 기자

  

참다랑어 양식은 보험 가입이 안 된다.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아직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고, 위험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문종열 남평영어조합 대표는 “보험에 가입해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던다면 양식업자의 도전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대 과장은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펀드 도입과 같은 과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면 참다랑어 양식을 국내 대표적 혁신 양식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욕지도에서>  
 


[출처: 중앙일보] [김종윤 논설위원이 간다]욕지도 먼바다 수심 13m…참다랑어 양식의 꿈 영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