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은 정부의 일방적 최저임금 인상에 항의하는 소상공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소상공인생존권운동연대가 주최한 '최저임금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였다. 이날 폭우로 광장 바닥에 빗물이 흥건하게 고였는데도 주최 측 추산 3만명(경찰 추산 1만5000명)에 이르는 소상공인들이 모였다. 주최 측은 "폭우가 예고된 만큼 참석 인원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전국 각지에서 소상공인을 태운 버스 500여대가 왔다.
집회 중간 소상공인들은 무대에 올라 자기 일상을 연극으로 표현했다. 줄거리는 이랬다. 16년 동안 회사에 다녔던 주인공은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차렸다. 장사가 잘되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린다. 최저임금도 계속 오른다. 가게는 위기에 빠진다. 아르바이트생은 "시급을 올려주지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한다. 주인공은 "가게가 어려우니 사정을 좀 봐달라"고 애원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은 치킨집을 떠난다. 온 가족이 매달려 가게를 살려보려 하지만 주인공에겐 빚과 신용 불량자 딱지만 남는다. 연극은 출연자들이 "우린 이제 갈 곳이 없다"고 절규하며 막을 내린다.
현장에 참석한 소상공인들이 "우리도 임금 많이 주고, 직원들 잘사는 모습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어려움을 한 번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정부에 화가 난다"고 했다. 전북 전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고채운씨는 "지난 2년 사이 가게 하나를 접고 직원 7명을 내보냈다. 지금 하루 15시간을 일하며 버티고 있지만 남은 직원 5명을 내보내고 장사를 접을 위기"라고 했다.
오후 7시쯤 소상공인들은 상여를 메고 청와대로 향했다. 폭우와 저녁 장사 때문에 행진 인원이 줄었지만, 남은 이들은 빗방울을 뚫고 약 1㎞를 걸었다. 50·60대 소상공인들은 3시간이 넘게 이어진 집회에 무릎과 발바닥 통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청와대까지 들리도록 함성을 지릅시다. 대통령이 우리의 눈물과 목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게 합시다"고 말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소상공인들은 "와아!" 하고 외쳤다. 함성은 20여초 동안 계속됐다. 갈 곳 없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청와대는 들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