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측은 “(당정청이) 사전 조율을 마친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내년 예산편성이 끝난 상황인 데다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고교 무상교육이 성급히 시행되면 교육현장의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8월 교육부는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하반기까지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는 등 2020년 시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장관이 바뀌자마자 면밀한 검토도 없이 이를 뒤집었다.
고교 무상교육은 고교생 130만여 명에게 1명당 연간 140만여 원을 나눠주는 셈이다. 고교 무상교육을 내걸고 당선된 진보성향 교육감들도 강하게 조기 시행을 요구했다. 여야가 선거 때마다 정교한 재원 대책 없이 선심성 정책을 내놓으면서 학생들이 밥은 먹지만 교실은 낡고, 어린이집 수는 폭증했는데 보육의 질은 부실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과거 정책에 대한 반성 없이 고교 무상교육을 불쑥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한다. 중학교 의무교육만 해도 1985년 ‘중학교 의무교육 실시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고 거의 20년에 걸쳐 지역별로 차츰 도입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이미 고교생 60%가 무상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전면 시행되면 중산층 이상만 혜택을 받는다. 이것만 봐도 교육정책을 벼락치기 식으로 결정한 의도가 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선심성 정책을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 부총리는 1년 반짜리 장관이라는 비판에도 2020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있다. 이런 의구심들을 불식하려면 유 부총리는 고교 무상교육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자세로 챙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