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민사재판에서 다스의 소유권을 두고 이 전 대통령과 이상은 회장간 분쟁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 지난 5월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39억원의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조선일보DB
그러나 대법원에서도 다스의 실소유자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판결이 나올 경우 그가 더 이상 의미없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대신 형사재판의 판단을 근거로 다스의 소유권을 합법적으로 되찾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씨가 다스의 여러 해외법인들의 대표를 맡는 등 이미 다스의 경영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소유권 이전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 엇갈리는 법조계…"민사재판 가능성 열려" vs "주식 없는 MB, 승소 어렵다"
다스는 완성차업체에 시트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지난 1987년 설립됐다.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과거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과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등은 미래 수익을 감안한 다스의 현 자산가치가 8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과 이상은 회장에게 다스는 쉽사리 포기하기 힘든 대형자산인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형사재판의 판결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소유권을 합법적으로 주장할 길이 열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태원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다스가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법적으로 실소유자임을 인정받은 이상 정식으로 차명재산 소유권 회복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실소유자로 인정을 받아도 바로 소유권을 되찾는다고 장담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기업의 소유권을 갖기 위해선 정식으로 주주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 때문이다.
- ▲ 이상은 다스 회장/조선일보DB
민사재판으로 넘어갈 경우 누가 승자가 될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부동산이 아닌 주식이 차명재산일 경우 반환 청구소송에서 실소유자가 승소한 사례가 많았다"며 "형사재판에서의 판결이 이 전 대통령의 소유권 주장에 유리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형사재판의 실소유자 판결은 단지 형사상 책임을 지우기 위해 판단한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주주 명부에 주주로 이름이 오른 사람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도 이 전 대통령의 소유권 주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MB 측근 경질한 이상은 회장…다스 내부의 미묘한 권력 다툼
최근 다스 내부에서 이상은 회장과 이 전 대통령쪽 인물들간의 미묘한 ‘권력투쟁’ 움직임이 일어난 점도 향후 형제간 분쟁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로 꼽힌다.
이상은 회장은 지난 7월 공동대표였던 강경호 사장을 경질했다. 강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서울메트로와 코레일 사장 등을 지낸 측근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자동차 업계 등에서는 이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세력을 밀어내고 다스 내부에서 자신의 실질적 경영권을 강화하려고 한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 회장은 또 자신의 송헌섭 사장 등 자신의 측근 3명을 새롭게 임원으로 임명했는데 이 중 한 명은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신학수 감사와 경쟁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감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 회장의 아들 이동형씨와 이시형씨간의 ‘사촌간 분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올 초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동형씨와 이시형씨가 경영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의견 다툼을 벌이는 내용의 녹취파일이 드러나기도 했다.
- ▲ 지난 1월 불법 자금 조성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들어서는 이동형 다스 부사장/조선일보DB
이시형씨는 다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지난 3월 기획본부장에서 물러나 현재 감사실 전무로 일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을 정리하고 다스를 장악하는데 성공한 이상은 회장과 이동형씨 부자(父子)는 어렵게 얻은 소유권을 결코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車 산업 침체 속 政爭 휘말린 다스…장기 성장 가능성 ‘먹구름’
자동차 업계에서는 누가 다스의 최종 소유권자가 되느냐와 상관없이 다스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어두울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 완성차산업이 계속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논란에도 휩싸여 제대로 수주를 받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 다스 중국 베이징법인 전경/다스 홈페이지
현대차그룹 측은 납품업체 선정에 대해 "업체의 기술과 납품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명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 개입돼 숱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다스에 대규모 물량을 발주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몇 년간 다스 외에 다른 부품기업들의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다스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 341억원을 기록했지만, 2016년에는 293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다스는 다른 자동차 부품기업들과 비교해 눈에 띄는 제품 경쟁력을 갖춘 회사는 아니다"라며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반의 침체로 판매처를 확대하기도 어려워 당분간 실적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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