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시간강사법의 역설… 7만명 해고에 떨고있다

화이트보스 2018. 11. 13. 09:25



시간강사법의 역설… 7만명 해고에 떨고있다

입력 2018.11.13 05:53

[오늘의 세상]
임용 1년 보장 등 처우개선법 국회 통과땐 내년부터 시행

서울과학기술대는 내년부터 현재 550명에서 150명으로 400명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학과별로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지 적어 내라"고 했다. 건국대도 시간강사 600명 중 절반인 300명만 강의 전담 교수로 채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려대는 '시간강사 최소화'를 목표로 학과별 감축 계획을 받고 있다. 한 고려대 교수는 "본부가 시간강사를 사실상 '제로(0)'로 만들겠다고 한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9월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시간강사 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뒤, 대학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간강사를 살리겠다며 만든 정부안이 오히려 시간강사 대량 해고를 낳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설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 "시강강사 줄일 수밖에"

교육부가 지난주 국회에 낸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핵심은 시간강사 임용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방학 4개월간 임금을 지급하며, 한번 채용되면 최소 3년은 재임용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12일 교육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앞으로 상임위·법사위·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 1일 시행이다. 교육부 김규태 고등교육정책관은 "이번 강사법은 처음으로 대학·강사·정부 3자가 합의한 안"이라며 "반드시 국회를 통과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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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문제는 대학 재정난이다. 법이 바뀌면 대학들이 강사 인건비로 연간 2000억~3000억원을 더 써야 하는데, 그럴 여력 없는 대학이 대다수다. 대학들은 "정부가 예산을 보조해달라"고 하지만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결국 대학들은 "정부 지원 없이 이대로 새 법이 시행되면 강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본지가 서울 시내 주요 대학 21곳을 취재한 결과, 16곳이 내년부터 강사를 줄이는 안을 추진·검토하고 있었다. 나머지 5곳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전국 시간강사는 총 7만6000여 명이다. 대학마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0명이 넘는다. 대학들은 "등록금이 10년간 동결된 판에 무슨 수로 수십억~수백억원씩 인건비를 더 쓰겠느냐"고 했다. A대 관계자는 "법대로 하려면 20억~30억원씩 더 드는데, 지금 쓰는 인건비의 두 배"라고 했다.

◇전임 교수 강의 늘리고, 강의 합치고

대안으로 시간강사를 내보내고 전임 교수들에게 강의를 더 맡기거나 1년 계약이 가능한 초빙·겸임 교수를 채용하려는 대학도 많다. B대는 "지금은 전임 교수가 한 학기에 7학점 이상 가르치는데, 앞으로는 10학점 이상 맡도록 규정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C대 교수는 "다음 학기에 시간강사 대신 강의 두 개를 더 하라는 통보를 이미 받았다"고 했다.

소규모 강의를 대형 강의로 통합하거나 강좌 자체를 없애려는 대학도 많다. D대 관계자는 "앞으로 학교마다 100명 넘는 대형 강의가 많아질 게 뻔하다"고 했다. 온라인 강의를 늘리겠다는 대학도 있었다. 고려대의 경우 강좌 수를 20% 줄이는 한편, 학부 졸업 학점을 130학점에서 120학점으로 줄이는 안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학문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학 입장에선 갓 박사학위를 딴 시간강사에게 3년씩 강의 기회를 주느니, 시간강사 중에서도 검증된 고참만 쓰거나 외부에서 경력을 쌓은 겸임·초빙교수를 뽑으려 할 수밖에 없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이러면 젊은 박사들은 강단에 서기조차 어려워진다"고 했다. 서울대 학장들과 대학원장들은 '시간강사법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하는 성명을 준비 중이다.

신현석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회가 시간강사 대량 해고 사태를 낳을 것이 뻔한 지금 강사법을 무조건 통과시키려 하지 말고, 현실을 파악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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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3/20181113007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