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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바나나, 잠재력 크지만 미흡한 기술·유통체계 아쉬워

화이트보스 2018. 12. 3. 21:32


국산 바나나, 잠재력 크지만 미흡한 기술·유통체계 아쉬워”

입력 : 2018-08-31 00:00 수정 : 2018-09-01 00:06
제주 최대 바나나 생산주체인 농업회사법인 ㈜트로피칼제주의 윤광규 부사장이 9월 초순 첫 수확을 앞둔 ‘윌리엄 하이브리드’ 품종의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농업법인 ‘트로피칼제주’ 바나나 농장 가보니…

지난해 9월 심어 1년 만에 수확 , 도내 40여농가 재배·식재 중

높은 잠재력에 시설 확충…생육관리·유통엔 아직 어려움 있어

내년부터 1000t 이상 출하 예상, 농협도 판매체계 구축 나서

 

27일 오후 4시,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에 위치한 1만2500여㎡(3800평) 규모의 바나나 시설하우스. 도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농업회사법인 ㈜트로피칼제주가 운영하는 바나나 농장 중 한곳이다. 트로피칼제주는 이곳 외에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 등지에도 시설을 갖고 있다. 전체 규모만 3만9600여㎡(1만2000평)이 넘는다.

9월 첫 출하를 앞두고 막바지 생육관리에 여념이 없던 윤광규 부사장은 “시설을 과감하게 확충한 건 국산 바나나의 성장잠재력을 높이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나나는 부드러운 식감과 맛, 뛰어난 영양소를 갖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며 “바나나가 가진 시장성은 이미 입증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줄기를 말려 밧줄 원료로도 쓸 수 있어 바나나는 버릴 게 없다”고 했다.

윤 부사장은 특히 “우리 국민 상당수가 수입 바나나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국산 바나나는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배송기간이 반나절에 불과할 정도로 짧아 후숙용 약품 처리를 할 필요가 없어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바나나는 보통 20~30㎝ 모종을 심어 1년 뒤면 수확이 가능하다. 이곳도 2017년 9월부터 모종을 순차적으로 식재했는데, 이른 것은 다음달 초순 첫 수확에 들어간다. 10월로 접어들면 더욱 많은 물량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취급 품종은 캐번디시 계열의 <윌리엄 하이브리드>가 전체의 50%로 가장 많고, 과거 제주에서 많이 심었던 <삼척바나나>가 30%를 차지한다. <그린 바나나> <몽키 바나나> 등 색과 크기가 특이한 품종도 20%가 된다. 8월엔 무농약 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어려움도 적지 않다. 바나나 생산 전문가가 거의 없다보니 체계적인 생육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윤 부사장은 “품종 다변화를 위해 <레드 바나나> 모종 400개를 심었는데, 비닐하우스 천장을 뚫을 만큼 키가 왕성하게 자란 반면 수확량은 기대 이하라는 걸 다 자라고서야 알게 돼 얼마 전 모두 베어냈다”면서 “생산 노하우가 전무한 데 따른 시행착오를 톡톡히 치른 셈”이라고 토로했다.

유통·판매 체계가 아직 자리 잡히지 않은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농가와 농협에 따르면 제주도만 해도 현재 바나나를 식재했거나 수확하는 농가가 40여농가로 추산된다. 또한 도 전역으로 식재 붐이 일고 있어 2019년엔 50농가가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진석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상무는 “이 가운데 2600~3300여㎡(약 800~1000평)의 소규모 농가들은 판로확보의 어려움과 가온으로 인한 경영비 상승 등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 일부는 재배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그러나 내년부터는 도내에서만 1000t 이상의 물량이 안정적으로 출하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생산실태에 걸맞은 유통·판매 체계 구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협경제지주 농산물판매부와 제주농협은 오는 9월12일 농협공판장을 통한 바나나 판매체계 구축을 위해 관련 업무협약(MOU)을 트로피칼제주 생산시설에서 체결하기로 해 주목된다.

농가들도 ‘국산’이란 이름값에만 안주해서는 안될 것이란 지적이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 수입 과일 취급업체들은 페루산 유기농 바나나를 들여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수입 유기농 바나나가 유통되는 현실에서 국산 바나나도 소비자들로부터 당당하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품질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윤 부사장은 “일부 국가의 경우 유기농 인증에 대한 신뢰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도 있지만, 우리 농가들이 관련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