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LG그룹이 전북 군산 새만금지구에 서울 여의도 면적(290만㎡) 4분의 1 규모의 스마트팜(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농장) 개발을 공식화하고 농심(農心) 달래기에 나섰다. 대기업의 농업 시장 진출을 못마땅해 하는 농민 반발이 거세 사업이 순항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그룹 자회사인 LG CNS는 1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2년까지 새만금 산업단지 1공구에 76만 2000㎡(약 23만 평) 넓이의 스마트팜인 ‘새만금 스마트 바이오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팜은 작물 재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온도·습도·일조량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생육 환경을 조성하는 첨단 농장을 뜻한다. 이종명 LG CNS 부장은 “새만금에 첨단 시설 원예 연구 단지를 구축해 20조원(2020년 추정) 규모 해외 설비 시장 진출의 전초 기지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은 투트랙으로 진행한다. 부지 북서쪽 26만㎡ 면적에 스마트팜 설비 연구 및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연구·개발(R&D) 센터와 홍보시설, 로컬푸드 매장 등 어매니티 단지를 조성한다. 나머지 50만㎡에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팜 기술을 실증할 재배 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는 토마토·파프리카 등을 생산하는 온실(18만㎡)과 고품질 잎채소류·과채류·기능성 작물을 기르는 식물공장(12만㎡)을 들인다. 20만㎡는 국내 농업인을 위한 생산 시설 용지로 쓰기로 했다.
LG CNS는 영국계 기업과 총 사업비 3800억원을 투자해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한 산업용지를 3.3㎡당 50만원에 매입하고 이곳에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LG CNS는 영국계 기업과 합작해 농업 전문 서비스 회사를 새로 설립하고, 온실·식물공장 등 실증 재배 단지는 LG 참여 없이 순수 외국 자본으로 이뤄진 재배 전문 농업 회사가 운영하기로 했다.
문제는 농민 반발이다. 농업계에는 속칭 ‘동부팜한농 트라우마"가 있다. 2013년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이 경기 화성시 화옹간척지에 467억원을 투입해 아시아 최대 규모 유리온실을 짓고 수출용 토마토를 생산하려다가 농민 반대로 사업을 접게 돼 생겨난 말이다. 그만큼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통한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농가의 피해의식이 크다.
LG CNS가 전체 스마트팜 용지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20만㎡를 국내 농업법인과 조합 등에 할애한 것도 이 같은 반발을 달래려는 조치다. LG CNS는 스마트팜에 참여한 국내 농업인의 작물 재배·수출 등을 적극 지원하고, 외국계 농업 회사가 실증 단지에서 생산한 작물도 전량 수출해 국내 내수 시장 잠식 우려를 없애기로 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농업인이 이 스마트팜 사업에 참여하려면 값비싼 농지를 LG CNS 대신 직접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현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은 “현행 정책 프로그램상 농민에게 시설비 저리 융자 등은 해줄 수 있지만, 땅값을 빌려줄 수는 없다”며 “농어촌공사가 땅을 30년 정도 장기 임대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여러 가지 검토를 거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농민과의 대면 협상도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LG CNS와 이 사업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등은 지난 6일 국내 토마토 재배 농가 단체와 첫 협상을 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는 한국농축산연합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는 등 LG CNS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적인 설득으로 농민 마음을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고희성 새만금개발청 투자유치협력과장은 “LG가 농민에게 각서를 쓰거나 손해 배상 관련 규정을 법에 넣어서라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그룹 차원의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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