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암릉산행의 재미와 탁월한 전망 갖춰
청도 운문호를 품고 있는 옹강산翁江山을 두고 옹녀와 변강쇠를 연관시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옹녀와 변강쇠는 이 산과 아무 관련이 없다. <디지털청도문화대전>에는 ‘옛날에 아주 큰 홍수가 났을 때 옹강산의 한 봉우리가 옹기만큼 물에 잠기지 않았다고 하여 옹강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봉우리가 옹기처럼 생겼다고 해 옹기산이라고도 한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자 표기의 ‘옹’이 늙은이를 뜻하는 ‘옹翁’이 아니라 옹기나 항아리를 의미하는 ‘옹甕’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옹翁이 늙은이를 상징한다기보다, 홍수설화가 남을 만큼 산과 강이 긴 세월 동안 연관돼 있었다는 의인적 표현이라고 보면 충분히 소명된다.
더욱이 산 아래 오진梧津, 소진小津 마을의 지명은 예부터 있었던 강나루津에서 비롯됐다. 큰 비가 오면 상류의 운문천, 신원천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홍수가 잦아 주민들은 오동나무梧 배로 피신했다고 한다. 이런 자연환경에 운문호까지 생겼으니 마을과 산과 물은 아마 오래 전부터 운명적으로 맺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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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강산은 아직 찾는 발길이 적어 한적하고 청정하다. 이는 운문산을 비롯해 주변에 소문난 산이 많은 탓이기 때문이다. 문복산 서북쪽에 자리한 옹강산은 영남알프스에 속하지는 않지만 운문호 전경을 가까이서 담을 수 있는 산이다. 산등성이 따라 아기자기한 암릉에 뿌리를 내린 뒤틀린 소나무가 시선을 붙든다. 전망도 뛰어나 주변 풍광을 파노라마로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옹강산은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갖춘 산이다.
산행 시작지는 소진마을이다. 소진리 복지회관을 지나 이정표(옹강산 말등바위 3.8km, 옹강산 4.3km)~능선 길~557.9m봉~642.1m봉~중앙릉(말등바위)~옹강산 정상에 오른다. 하산은 남서릉을 따라 용둔봉~소진봉~산불감시초소~마산~신원1교로 내려서서 신원리 버스정류장에서 마무리한다. 옹강산은 북릉과 중앙릉, 남서릉의 3개 능선 길 코스가 있다. 이 중 옹강산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말등바위가 있는 중앙릉 코스이다.
잎 떨어진 감나무 가로수는 색깔 고운 감을 매달고 바람에 춤추고 있다. 소진(오진) 버스정류장에 내려 소진마을로 향한다. ‘오진 4E-클린마을’이란 입간판 뒤로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버티고 선 노거수 두 그루가 고운 색으로 물들었다. 마을로 들어서면 유년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담벼락 벽화를 만난다. 소진리 복지회관을 지나 마을 한가운데 흐르는 하천에 놓인 다리를 건넌다. 마을을 벗어날 무렵 산길로 잇는 이정표가 서있다.
길은 두 갈래다. 옹강산(말등바위) 3.8km 이정표 방향으로 꺾어든다. 산길은 산자락을 따라 마을로 되돌아가듯 이어진다. 조그만 계곡을 건너 만나는 희미한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 길로 오른다. 초반부터 경사가 가파르다. 고도를 높일수록 산길은 거칠어진다. 그렇지만 암릉을 만나면서 조망이 열리고 주변 풍광을 파노라마로 읽을 수 있어 쏠쏠한 재미를 준다.
산행을 이어갈 옹강산과 남서릉이 가깝다. 뒤로 쌍두봉, 지룡산, 영남알프스의 가지산, 운문산, 범봉, 억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산골짜기를 헤집고 흐르는 운문천과 인근의 마을들도 발아래로 펼쳐진다. 서쪽에는 호거대에서 뻗어온 방음산, 까치산이 능선으로 이어진다. 방음산 뒤로 비룡산, 학일산, 통내산, 화악산, 남산 등도 아슴푸레하다. 바라보는 각도만 다를 뿐 산행 내내 이 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등줄기에 땀이 밸 무렵이면 중앙릉의 557.9m봉에 올라선다. 바위에 분재 같은 노송이 어우러져 있고, 이정표(옹강산 2.6km, 소진리 1.5km, 오진리 2.1km)가 서있다. 산봉우리는 전망이 좋아 옹강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산등성이가 훤하다. 옹강산 정상부는 멀리서 보면 한옥의 기와지붕을 닮았다.
그런데 중앙릉의 오진리 쪽 약 1.5km가 최근 철조망 설치로 통행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사유지라고 하지만 등산로는 열어 주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곳은 아예 통행을 할 수 없도록 능선 넘어 벼랑까지 막았다. 행정당국에서 조속히 등산로 폐쇄 안내문이라도 내걸든지, 아니면 이정표를 철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결국 오진리에서 중앙릉으로 오르려던 산행 코스를 변경해야 했다.
어쨌든 중앙릉의 557.9m봉에서 옹강산 정상으로 향한다. 이제부터 대체로 암봉, 암릉 길이 연이어진다. 좌로 또는 우로 우회하기도 하고 바로 넘기도 하는 등 시종일관 오르내리게 된다.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암릉 곳곳은 시원한 조망과 기묘한 모습의 소나무가 산꾼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바윗길은 약간 거칠어 보이지만 산행의 잔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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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높이면 능선에 유달리 도드라진 642.1m의 암봉이 눈길을 끈다. 올라서서 뒤돌아보면 그림 같은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나온 중앙릉과 북릉이 뻗어가고 그 사이 골짜기에는 오진마을이 들어앉았다. 옥색 물빛의 운문호와 그 뒤로 경산 시가지가, 호수와 가까운 곳에 서지산(철탑)이 자리한다. 오른쪽으로 장륙산, 발백산, 멀리로는 사룡산, 구룡산 등 청도 경주 쪽 산들이 겹겹이 다가온다.
642.1m봉을 넘으면 또다시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홀더가 좋아 그다지 어렵진 않지만 제법 높이가 있다. 아찔할 정도로 삐죽 솟은 주상절리의 바위를 돌아 오른다. 거대한 백색의 바위 자체가 능선으로 뻗어 있다. 백마의 등에 올라탄 기분이다. 말등바위는 옹강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명소가 됐다. 바위 자체도 특이하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옹강산 산행의 절정을 이룬다. 영남알프스의 가지산에서 분기한 운문지맥과 주변 산들의 위용이 대단하다. 멀리 대구의 팔공산 능선도 가늠되고, 단석산과 조래봉 사이 남쪽으로 뻗어 내리는 낙동정맥도 아렴풋하다. 호수와 도시, 산골 마을은 모두 산에 갇힌 듯하다.
시원스런 풍광을 뒤로하고 마지막 비탈길로 오른다. 사각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올라선 봉우리는 정상이 아니다. 다시 완만한 능선 길로 조금 나아가서야 정상에 다다른다. 옛 헬기장이었던 옹강산 정상은 정상석만 덩그러니 서있다. 숲으로 둘러싸여 전망은 없다. 하산은 세 갈래 길 중 이정표가 가리키는 삼계리 방향이다. 하산 길은 오를 때 암릉 길과는 달리 낙엽이 수북이 쌓인 능선 길이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문복산, 서담골봉이 가깝다.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이 약간 누그러질 때면 소진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그대로 직진해 계속 능선 길을 따른다. 635.4m봉을 지나 곧 용둔龍臀봉(642.7m)이다. 표석에 표기된 ‘용의 볼기’라는 이름이 아리송하다. 용둔봉도 갈림길로 이정표가 서있다. 진행 방향은 소진리·신원1교 쪽 능선이다. 산릉의 방향이 여기서부터 완전히 서쪽으로 꺾어진다. 고도가 낮아지며 소나무 숲의 완만한 능선 길은 솔가리가 덮여 푹신하다.
415.8m봉을 넘어 곧 소진봉(380m)에 닿는다. 표석 옆에는 삼각점(동곡 440, 1982 재설)이 있다. 전망도 트여 지나온 말등바위 일대와 옹강산 정상이 한눈에 보인다. 소진봉에서 신원1교(문명분교) 쪽 능선 길로 잇는다. 중간에 갈림길이 있지만 무시하고 능선만 고집하면 된다. 희미해진 산길을 더듬어 올라서니 산불감시초소가 세워진 343.8m봉. 옹강산 중앙릉과 정상이 훤하게 제 모습을 드러낸다. 신원리 일대의 마을이 눈앞에 다가오고 건너편으론 지룡산, 쌍두봉이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다.
능선 끝자락의 마산(240m)은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사각기둥이 서 있다. 인동 장씨 묘지 앞으로 내려서면 경사가 가파르다. 산길이 묵은 데다 낙엽이 쌓여 길 찾기가 애매하다. 찬찬히 살펴보면 사람이 다닌 흔적은 있다. 앞을 가로막는 하천을 만나 오른쪽 운문댐 매운탕집을 빠져나오면 다리(신원1교). 도로를 따라 신원리 버스정류장까지는 5분이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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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소진(오진) 버스정류장~소진리 복지회관~이정표~능선~557.9m봉~642.1m봉~ 중앙릉(말등바위)~옹강산 정상~남서릉 용둔봉~소진봉~산불감시초소~마산~신원1교~ 신원리 버스정류장 <5시간 30분소요>
교통
옹강산 산행의 대중교통편은 언양이나 청도를 경유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언양 임시시외버스터미널(052-264-3900)에서 운문령을 넘는 경산행 시외버스(053-743-4219)를 이용해 소진(오진)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언양 출발은 09:00, 10:30 오전 두 차례로 운행 횟수가 많지 않다. 언양으로 나올 때는 17:00께 신원리 버스정류장을 지난다.
청도까지 열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청도역 앞 청도 공용버스터미널(054-371-5100)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운문사행 버스는 오전 07:40, 09:20, 10:40, 11:30에 있다. 청도행 버스는 신원리 버스정류장에서 오후 15:45, 17:45, 19:15에 있다.
숙식
숙식은 교통편에 따라 언양이나 청도에서 해결하면 된다. 언양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하이트모텔(052-262-0182~5), 동일장여관(052-263-0789), 에쿠스모텔(052-263-0173~4) 등이 있다. 언양은 예부터 한우고기로 유명한 곳. 언양 우체국 옆 진미불고기(052-262-5550)가 알려져 있다. 언양 전통시장 안에는 다양한 먹거리 집이 많다. 그중 청기와식당(052-262-9403)은 곰탕에 파 겉절이가 별미다.
청도에서 숙박은 역 인근의 필모텔(054-371-1314), 꿈의 궁전(054-371-3197)이 있다. 청도는 예부터 추어탕으로 소문난 곳. 청도역 앞의 추어탕거리에 추어탕 전문 식당이 몇 곳 있다.
어느 집이든 맛은 비슷비슷하다. 길봉식당(054-371-1339)의 대구뽈탕, 해물청국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