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부터 봉래·영주라 부르기도… 낙조대·월명암 노을이 일품
12월, 연말이면 산이 가까운 바다에서 가족과 함께 한 해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주로 동해, 남해, 서해 주변을 많이 찾는다. 동해보다는 남해와 서해에 사람들이 더 몰린다. 일몰, 즉 황금빛 노을이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탐방객 통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동해와 가까운 설악산과 오대산, 태백산, 경주의 12월 탐방객은 연중 탐방객 최저치에 가깝다. 반면 다도해, 한려해상, 변산반도, 태안해안 등은 중간 정도 기록한다. 특히 변산은 2017년 기준 10만3,098명이 찾아 상대적으로 더 높은 탐방객을 기록했다. 지리산 9만7,065명보다 많다. 채석강과 하섬, 그리고 변산 낙조대·월명암 등 노을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변산,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족보 있는 산이다. 고려시대까지 이 지명이 존속된다. <삼국사기>권제7 신라본기편에 ‘(신라) 급찬, 원천과 나마가 변산邊山에 붙잡아 머물게 했던 당나라 병선 낭장 겸 이대후 등에 군사 170명을 보냈다’고 나온다. <삼국유사>권제1 변한백제편에 ‘백제 땅에 원래 변산卞山이 있어 변한卞韓이라고 한 것이다百濟地自有卞山故云卞韓’라는 기록도 있다. 이같은 기록을 볼 때 삼국시대부터 ‘卞山’과 ‘邊山’으로 혼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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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전집>제9권에 ‘변산은 예로부터 천부天府로 불리며 좋은 재목이 많아 동량으로 쓴다’는 내용이 나온다. 천부는 산천과 물산이 좋은 곳을 말한다. 이 기록은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그대로 인용돼 있다. 같은 책에서 ‘(변산은) 산이 겹겹이 쌓여 높고 깎아지른 듯하며 바위와 골이 그윽하다고 묘사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변산을 영주산이라 하고, 다른 기록에는 변산을 봉래산蓬萊山이라고 했다. 고창의 방장산, 고부의 두승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꼽았다. 변산, 즉 봉래산 계곡의 빼어난 경관을 봉래구곡이라 했다. 1곡 대소大沼, 2곡 직소폭포直沼瀑布, 3곡 분옥담墳玉潭, 4곡 선녀탕仙女湯, 5곡 봉래곡蓬萊曲, 6곡 금광소金光沼, 7곡 영지影池, 8곡 백천百川, 9곡 암지暗池이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많은 봉우리와 골짜기가 있는데, 이것이 변산이다’고 기록하고 있다. 높지는 않으나 골짜기가 깊어 안쪽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넓은 평지가 나온다. 지금은 국립공원지역으로 출입금지다. 조선시대 십승지 중의 한 곳으로 꼽혔다.
변산의 별칭으로 능가산楞枷山도 있다. 능가산은 석가모니가 대해보살에게 설법을 베풀었다는 산이다. 내변산에만 팔만 구 암자가 있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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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하나의 산을 두고 삼신산 중 영주산·봉래산 두 가지로 부르고 있을까.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다. 추정해 본다. 영주산瀛洲山은 한자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다. 서해 먼 바다에서 약간 솟은 지형이 얼핏 섬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영주산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봉래산은? 샤머니즘의 산악숭배사상과 신선사상이 융화되면서 나타나는 핵심의 산이다. 변산 주변 봉우리들은 온통 선계산·관음봉·행안산·석불산·계화산 등 불교·도교와 관련된 지명들이다. 조선시대 들어서 도교의 영향을 받은 성리학의 자연관, 즉 인간과 자연이 둘이 아닌 신선사상이 확산되면서 영주나 봉래 지명이 전국적으로 유행한다. 영주산이란 지명은 국가 지리지인 <동국여지승람>에 등장하지만 봉래산은 조선 중기 개인 문집인 이정귀의 <월사집>에 처음 등장한다. 이정귀는 이는 신선사상의 확산 결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지금 월명암은 과거 묘적암 터로 추정한다. 아늑하고 안정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바로 뒤 능선 위로 낙조대가 있다. 월명과 낙조, 어울리는 분위기다. 낙조대에 올라서는 순간 서해가 저 앞에 펼쳐진다. 낙조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로 여겨진다. 변산의 비경 중의 하나가 월명낙조라고 한다. 월명암에서 낙조나 달을 보려면 여기서 1박을 해야만 가능하다. 실제 월명암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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